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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NOW] 국정농단에 무너졌던 韓 승마…12년 만의 메달에 터진 눈물

작성일: 2026.09.24 08:38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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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배정호 기자] 한국 승마 종합마술 대표팀의 마지막 선수 박흥수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단체전 전체 순위는 잠정 1위. 하지만 박서영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웃음 대신 긴장감이 흘렀다.

박 회장과 홍정호 부회장, 이재훈 사무처장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며 경기장과 순위를 번갈아 바라봤다.

한국의 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경쟁국 선수들이 코스에 나서지 않은 상황. 한 명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순위가 요동쳤다. 잠정 1위였던 한국이 시상대에 남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경쟁국의 경기가 끝났다. 한국의 최종 순위는 3위.

그제야 굳어 있던 표정이 풀렸다. 12년을 기다린 종합마술 단체전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참았던 눈물도 함께 터졌다.

강한수(29), 이동화(19), 김형호(18), 박흥수(18)로 구성된 한국은 23일 일본 도쿄 승마공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승마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143.50감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22일 열린 마장마술과 장애물에서 123.20감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크로스컨트리에서는 첫 번째 주자 강한수가 실격하는 위기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10대 선수 3명이 버텼다. 이동화와 김형호, 박흥수가 차례로 코스를 완주하면서 한국은 홍콩(144.70감점)을 불과 1.20점 차로 제치고 시상대에 올랐다.

박 회장은 어린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워낙 패기와 용기가 있었다. 특히 종합마술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종목이라 젊은 선수들이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경험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종합마술에서 따낸 메달이라는 점이다.

종합마술은 한 명의 기수와 한 마리의 말이 마장마술과 장애물, 크로스컨트리를 모두 치르는 ‘승마의 철인 3종 경기’다. 정확성과 기술뿐 아니라 스피드와 지구력까지 두루 요구한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 대한승마협회 박서영 회장(오른쪽 3번쨰)은 "대한민국 승마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승마협회 박서영 회장(오른쪽 3번쨰)은 "대한민국 승마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시상대에 오른 한국 승마 종합마술 대표팀(오른쪽).
▲ 시상대에 오른 한국 승마 종합마술 대표팀(오른쪽).

12년은 한국 승마에 결코 평탄한 시간이 아니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승마가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종목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기업 후원도 위축됐고, 삼성이 회장사에서 물러난 뒤 대한승마협회는 재정난과 내홍까지 겪었다.

박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에서 후원사를 찾기 어려웠던 박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직접 인연을 만들고 후원을 끌어온 곳이 태국 에너지 기업 비그림(B.Grimm)이었다.

박 회장은 협회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 대해 “저도 말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고, 선수들도 모두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 협회를 다시 한번 재건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승마는 국제대회 출전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종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말 12마리가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마필 항공 운송에만 왕복 약 5억원이 필요했다. 선수뿐 아니라 말과 수의사, 그룸, 마필관리사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박 회장이 바라보는 다음 과제 역시 안정적인 후원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의 후원이 많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후원을 더 많이 받아오고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하겠다. 더 많은 사람이 승마를 즐기고 더 많은 선수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층은 다시 만들어졌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의 종합마술 출전 선수는 한 명뿐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9명의 선수가 경쟁했고, 이 가운데 4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12년 전 인천 대회 종합마술 개인·단체전 2관왕 송상욱도 이번에는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와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송 감독은 “2014년에 선수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12년 만에 지도자로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이 대회에 나왔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믿었던 건 하나, 정신력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메달이 확정된 뒤 “여러모로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정말 기쁘다”며 “그동안 많은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 젊은 선수들과 함께 힘을 합쳐 더 좋은 협회를 만들고 대한민국 승마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짧게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 승마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2년 만에 되찾은 종합마술 단체전 메달은 긴 시간을 견뎌낸 한국 승마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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