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금메달 때보다 더 기뻐”…박혜정이 웃은 이유, 마침내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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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나고야, 정형근, 배정호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지금이 제일 기분이 좋다.”
경기를 마친 박혜정(고양시청)의 표정은 밝았다. 한국 여자 역도의 간판은 오랫동안 목표로 삼았던 합계 300㎏의 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박혜정은 29일 일본 나고야 중소기업진흥회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6㎏ 이상급에서 인상 133㎏, 용상 167㎏, 합계 300㎏을 기록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리원원(중국)이 가져갔다. 리원원은 인상 140㎏, 용상 170㎏, 합계 310㎏을 들어 정상에 올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챔피언인 박혜정은 한국 여자 역도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렸다. 그러나 세계 최강 리원원을 넘지는 못했다.
박혜정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300kg이라는 숫자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박혜정은 “합계 300㎏을 꼭 하고 싶었는데 해내서 정말 기쁘다. 이제 다음 목표를 더 높게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이날 인상부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1차 시기에서 128㎏을 성공한 뒤 2차 시기에서는 130㎏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바벨을 내려놓은 박혜정의 얼굴에는 곧바로 미소가 번졌다.
130㎏은 박혜정에게 심리적인 의미가 있는 무게였다.
박혜정은 “130㎏이라는 무게가 저한테는 많이 부담스러운 무게였다. 그런데 굉장히 가볍게 들려서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자신감을 얻은 박혜정은 인상 3차 시기에서 133㎏에 도전했다. 바벨을 머리 위에 정확하게 고정한 뒤 환하게 웃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 131㎏을 2㎏ 끌어올린 한국신기록이었다.
리원원이 인상에서 140㎏을 들어 박혜정보다 7㎏ 앞섰지만 박혜정은 자신의 경기에 집중했다.
용상에서도 목표는 분명했다.
박혜정은 1차 시기 164㎏을 성공한 뒤 2차 시기에서 167㎏을 들었다. 인상 133㎏과 더해 합계 300㎏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박혜정은 자신이 300㎏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는 “용상에 들어갈 때 ‘이걸 들면 합계 300㎏이다’라는 말을 못 듣고 들어갔다. 그냥 계속 시합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박혜정에게 300㎏은 의미가 큰 숫자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박혜정은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300㎏에 불과 1㎏ 모자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인상에서 기록을 끌어올리며 마침내 합계 앞자리를 바꿨다.
박혜정은 “개인 기록도 넘었고 한국신기록도 세웠기 때문에 많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지막 3차 시기에서는 부담 없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박혜정은 용상 173㎏을 신청했다. 성공했다면 합계 306㎏이었다.
그는 “1차 시기에서는 기록을 만들어 놓고, 2차 시기에서는 합계 한국신기록을 만들어 놓은 뒤 3차 시기에서는 마음 편하게 한국신기록에 도전하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박혜정은 173㎏을 들어 올리기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바벨을 끝까지 머리 위에 고정하지 못했다.
박혜정은 아시안게임 2연패가 무산된 데 대해 “솔직히 아쉽기도 하다. 3차 시기 때 조금 더 집중했다면 지금 더 기분 좋게 인터뷰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했다. 3년 전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기쁘다고 했다.
박혜정은 “아무래도 개인 기록도 넘었고 한국신기록도 세웠기 때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리원원과의 경쟁도 계속된다. 리원원은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을 연속 제패한 여자 최중량급의 절대 강자다. 한때 은퇴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다시 국제무대로 돌아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예전보다 기량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항상 리원원이 가장 기량이 좋았을 때를 생각한다.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원원의 복귀 소식도 박혜정에게는 자극이 됐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안 나올 줄 알고 기분 좋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시상식에서는 리원원과 악수를 나눴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다음 목표는 이미 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박혜정은 “LA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게 가장 가까운 목표다. LA에서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금메달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채운 응원도 박혜정에게 힘이 됐다. 선수 소개 때부터 박혜정을 향한 함성은 컸고 마지막 시기를 마친 뒤에도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박혜정은 “경기 전에는 많이 긴장했고 저를 보러 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부담도 됐다. 그래도 응원을 정말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시합이 끝난 뒤에는 많이 후련했다. 응원해주신 분들의 안도하는 표정도 잘 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뷰 막바지에는 어머니 이야기가 나왔다. 박혜정의 어머니는 딸의 경기를 긴장해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했다.
박혜정은 “엄마는 제 시합을 잘 못 본다. 국내에서 경기할 때도 밖에 나가 계셨고 결과를 나중에 확인했다. 그래도 항상 ‘잘했다’, ‘수고했다’고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어머니를 자주 찾아가지 못했다.
어머니 생각에 잠시 눈물을 흘린 박혜정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시간이 없어서 엄마에게 많이 못 갔다. 미안하기도 하다”며 “그래도 잘 끝냈으니까 이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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