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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국 축구 성지 '상암'의 잔디는 '안녕'하십니까

작성일: 2017.08.03 06:15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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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강원전 전반전 종료 뒤 피치. 한눈에 봐도 잔디 상태는 좋지 않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남은 이란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행이 걸린 31일 이란전을 '안방'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했다. 9월 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 원정 경기의 중요성을 고려, 출국에 따른 이동시간을 단축하고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돌아봐야 할 것이 있다. 피치 상태가 여전히 엉망이란 사실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 A 대표 팀의 '안방'이다. 더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개막전과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한국 축구의 성지'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은 이른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경기에 바로 직결되는 '잔디' 상태 때문이다.

기성용은 지난 3월 중국 창사 원정 때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창사 허롱스타디움 잔디에 대해 질문을 받자 "(잔디는) 한국보다 나을 것같다. 상암(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게 제일 싫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전 이후 "잔디 이야기는 항상 이야기하지만 나아지는 부분이 없다.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중국보다도 모든 인프라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손흥민도 잔디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푸르다.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상암'은 잔디가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해 경기하기 좋지 않다.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힘을 다해 뛰어나가거나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하면 잔디가 뒤집어지거나 밀려 넘어지는 일이 잦다. 2일 열린 FC서울과 강원FC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에서도 팀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이 여러 차례 미끄러졌다. 45분 전반전만 치르고도 피치 상태는 엉망이었다.

FC서울 공격수 윤일록은 강원전 뒤에 잔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잔디가 들리고 미끌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상대 팀과 동등하다. 더 알고 경기장에 나가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글픈 대답이 아닐 수 없다.

▲ 이란전 패배를 설욕해야 하지 않겠나. ⓒ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먼저다. 이란은 이미 러시아행을 확정했고, 급한 한국이 공격해야 한다. 엉망인 그라운드 상태를 미리 알고 있어 유리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이란 수비수가 부실한 잔디 때문에 미끄러지길 바라는 것인가. 변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실력으로 이란을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 출전은 K리그를 비롯한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K리그가 내외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A 대표 팀까지 부진에 빠진다면 한국 축구 전반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란전은 중요성이 엄청나다. 그러나 선수들조차 고개를 젓는 경기장에서 운명이 걸린 한판을 치러야 한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FC서울이 엉망인 잔디 상태에서 K리그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아프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열렸던 경기장은 잔디 상태가 매우 좋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지 못할 정도라고 지적 받았던 전주월드컵경기장조차 말끔하게 단장을 마쳤다. 수원월드컵경기장도 K리그 시즌 개막 때만 해도 잔디 문제가 지적됐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곤 경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 잔디 상태는 상당 부분이 '의지'의 문제다. 아직 1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잔디 상태는 개선해야 한다.

말로만 '성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 축구가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는 장소가 돼야 진정한 '성지'가 되지 않을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피치는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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