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직설 인터뷰] 사상 최악의 패배, 정택훈-안은산이 전하는 고연전 이면

작성일: 2017.09.27 18:22 이종현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고연전 시작 전 고려대 선수단 ⓒ이종현 기자

[스포티비뉴스=안암, 이종현 기자] 2017년 9월 23일 토요일. 고려대학교 정기전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날 이었다. 1965년에 시작한 연세대학교와 정기전에서 고려대가 완패했다. 축구 경기 앞서 펼친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럭비를 졌다. 이미 고려대의 2017 정기전 패배가 확정됐다. 축구는 양 일간 열리는 대회 중 마지막 종목이었다. 목동종합운동장의 시선은 축구 경기에 쏠렸다.

그간 팽팽했던 정기전 축구답지 않았다. 연세대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후반 7분 이정문이 선제골을 넣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날 것 같던 후반 43분 고려대 조영욱이 만회 골을 기록했다. 경기장이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 종료 직전, 연세대의 하승운이 결승 골을 터뜨렸다. 그 순간 목동종합운동장의 정확히 반은 환호했고 반은 침묵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22명의 선수 중 가장 절실해 보였던 두 명의 표정을 잊기 어려웠다. 한 명은 후반 13분 다친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뛰다가 그대로 나간 부주장 안은산. 그리고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한 주장 정택훈.

프로무대는 아니지만 정기전에서 지는 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앞선 정기전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두 선수는 경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절실했지만 결과는 바꾸지 못했다. 팀은 과도기를 겪고 있었고 끌어줄 사람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선수를 만났다. 내부적인 상황을 듣고 싶었다. 정기전의 의미,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했다. 

▲ 정기전 당시 목동종합운동장 ⓒ이종현 기자

◆2017 정기전 고연전의 이면

Q.고대가 평소 하던 것보다 경기력이 안 나왔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었나요?

정택훈(이하 택): 평소대로 (경기력이) 안 나온 건 정기전의 특성인 거 같아요. 선수들 마다 긴장을 많이 해서 준비한 만큼 안 나온 건 사실이에요. 준비하면서도 리바운드 골이나 반응 훈련을 많이 했었는데, 중앙이 많이 비다 보니까 골 소유권을 많이 내줬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 주도권을 연대 쪽에 내줬고요.

안은산(이하 산): 저도 (정)택훈이형이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핑계라고 생각 하실 수 있는데, 이전 정기전과 분위기가 달랐어요(연대는 앞선 네 종목에서 모두 졌다). 이러면 안 됐지만 제가 좀 먹혀 들었어요. 긴장을 많이 한 거 같고. 확실히 준비한 만큼 잘 안 나왔어요. 연대 선수들도 잘했죠.

Q.정기전을 대비해 어떻게 준비를 했나요?

택: 평소엔 일주일을 잡고 보면 체력 훈련을 월, 화요일에 하고요. 중간에 연습경기를 갖죠. 훈련 대체적으로 전술적인 훈련 많이 해요. 팀 전술, 개인 전술, 부분전술 나눠서. 감독님이 그런 훈련 프로그램을 잘 준비하세요.

산: 정기전 시작한다고 하면 대략 9~10주를 준비해요. 첫 주부터 2~3주까지 체력을 극한으로 올려요. 훈련량이 많죠. 그다음은 전술적인 훈련을 해요. 이후 스피커를 켜서 정기전 상황처럼 운동장을 안 들리게 해요. 훈련은 잘했는데 실전이랑 연습이랑 달랐어요.

Q.서동원 고려대 감독님이 경기 후 '절실함 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는데요.

택: 저도 공감하는 게 14학번 동기가 경기 끝나고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애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정기전인데 왜 열심히 안 하냐"고. 뛰는 저희 입장은 다르지만 보는 것과 또 다르니까요. 경기 끝나고 얘기하다 보니깐 '진짜 절실하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아쉽죠.

▲ 정기전 당시 정택훈 ⓒ이종현 기자

Q.그래도 이번 1학년 멤버는 고대 선수들이 상당히 좋았잖아요? 

산: 그렇죠. 좋은 점이 상당히 많아요. 후배들에 대한 믿음도 있고. 공·수에서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거든요(고대는 이번 신입생으로 고등학교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김호, 박상혁, 조영욱, 신재원, 박대원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솔직히 동계훈련에서 많은 기대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실제로 같이 뛰어보니 후배들이 자신들의 기량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저희 만에 끈끈함이 있어야 했는데 동계 때부터 개개인의 뚜렷한 개성으로 경기를 풀다 보니 (고대만의 팀플레이) 찾기가 어려웠어요. 정기전 합숙을 준비하면서도 못 받아들이는 후배들도 있었고요. 훈련하면서 잘못 접근하는 후배도 있었어요. 힘들었어요. 그래도 마지막엔 애들이 생각만큼 따라져서 좋은 결과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원팀으로 뭉치지 못한 사소한 게 좋지 않은 결말이 됐죠. 

▲ 춘계대회 당시, 고려대 ⓒ이종현 기자

Q. 연대는 개개인의 화려한 능력, 고대하면 '원팀'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올 시즌엔 그게 부족해 보였어요.

택: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예전과 달랐어요. 들어온 신입생마다 생각이 달랐어요. 저희 저학년 땐 아니다 싶어도 선배를 따르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웃음). 이제 시대가 바뀌니깐 변하는 건 있죠.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어떻게든 선배들이 좋은 방법을 찾아 후배를 이끌었어야 했는데 저희가 부족했어요. 

산: 작년 제작년엔 체크타임(Check time: 경기 시작과 종료 5분 전, 득점/실점 5분 후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시간대 고대 벤치에선 정신 집중을 위해 어김없이 '체크 타임'을 외친다) 때 저희가 뒤집는 경기 많았어요. 올해는 비등비등하게 먹기도 하고 넣기도 하고. 원래 절대 지지 않겠다는 위닝 멘털리티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경기를 뛰었어야 했는데, 망각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저도 그런 거 같고. 저학년들이나 저희 또래 애들이 경기 못 뛴 애들이 많아서 융화가 많이 안 된 거 같아요. 저랑 택훈이형이랑 함께 후배를 끌고 갈 선수가 부족했어요. 

택: 그간 안 보였던 모습을 많이 보인 시즌인 거 같아요. 

▲ 고려대는 대학 축구에서 '원팀'이란 이미지가 강한 팀이다. ⓒ이종현 기자

Q. 당일 뛰고 있는 22명 선수 중에 두 선수가 제일 절실해 보였어요. 경기가 끝나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택: 제가 고대 들어올 때 목표가 '잘해서 2학년 때 (프로) 나가자'가 아니고, 4학년 때 주장 완장 차고 정기전 출전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첫 실점을 제 맨 마킹 선수가 넣었어요(정택훈의 맨마킹 연세대 이정문이 후반 7분 헤더로 선제골을 넣었다). 경기하는 내내 어떻게든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조)영욱이 동점 골 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어요(후반 43분 조영욱이 극적인 동점 골을 기록했다). 모르겠어요. 왜 울었는지. 저희가 올해가 힘든 시즌이었거든요. 그래도 은산이랑 주축으로 끌고 온 게 성과를 내나 싶었는데.

▲ 조영욱의 동점 골이 터지자 정택훈이 눈물을 보였다. ⓒ이종현 기자

산: 택훈이형이 정말 제일 힘들었어요. (임)승겸이 형도 시즌 도중에 떠나고 (송)인학이 형은 재활 중이었어요. 저는 동기들이 많아서 이야기할 사람이라도 있는데. 택훈이형은 얘기할 사람도 없고(14학번인 정택훈의 동기 김건희, 이상민(이하 수원 삼성) 장성재, 이은성(이하 울산 현대) 등은 이미 프로로 떠났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임승겸은 여름 J2리그(나고야 그램퍼스 8)로 향했고, 송인학은 재활로 정기전을 함께 하지 못했다). 혼자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봤어요. 그런데 제가 도우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 택훈이형이 좋은 진로로 결정된 거 정말 좋아요. 오히려 제가 잘 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아요. 택훈이형 올해 열심히 했어요. 잘된 거 이해가 가요(올해 4학년인 정택훈은 S급 계약으로 부천FC 입단이 확정된 상황이다. 부천이 신인과 S급으로 계약하는 건 정택훈이 최초다). 

▲ 후반 13분 부상으로 결국 교체된 안은산 ⓒ이종현 기자

Q. 후반 13분쯤에 무릎을 다쳐 경기장을 빠져나갔잖아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산: 뒤에서 수비가 와서 돌면서 접는데, 수비가 다리를 걸었어요. 근데 '뚝' 소리가 난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부러졌나', '끊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무릎 뒤쪽이 너무 아픈 거에요. 일단 이건 나가서 테이핑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선생님 불러서 허벅지까지 다 감았어요.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뛰니깐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쥐가 난 거에요. 제가 나갔으면 안 될 상황이었는데. 

밖에 몸 푸는 선수들에게 다친 걸 보여주면 안 됐는데. 어떻게든 한 다리라도 뛰고 싶었어요. 지고 있기도 했고. 제가 못 뛸 때 연세대가 더 뛰어서 추가 골도 내주면 아예 뒤집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거든요. (Q.그런데 뛰기 정말 힘들었죠?) "감독님께 죄송합니다. 안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왔죠. 진짜 간절했어요. 그때는 허벅지에 침을 다 찌르고 했는데도 일어서지를 못했어요.

Q. 주장으로 뛰는 꿈을 이뤘는데 하필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택: 경기 끝나고 되게 공허했어요. 그 생각 진짜 많이 했어요. 왜 내가 하필이면 주장이었을 때 졌을까요. 목표를 '주장으로 정기전 출전이 아닌 주장 완장 달고 이기는 것'으로 했었어야 했나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근데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맞아요. 정기전 경기 때 개인적으로 못했어요.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죠. 

정기전 패배를 통해서 느낀 게 많아요.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올해 4학년 정택훈은 앞선 세 번의 정기전에서 두 번 이겼고 한 번 비겼다). 느낀 게 많아요. 감독님께서는 "끝까지 해라. 휘슬 불 때까지 하라"고 하셨는데. 결국 결과를 보면 그렇게 못했잖아요. 어제(24일) 잘 때도 계속 생각났어요. 정신이 하루 종일 멍했어요. 

▲ 고려대 주장 정택훈 ⓒ이종현 기자

Q. 은산 선수도 정기전 첫 패가 남달랐을 거 같아요.

산: 사실 2014년 울산 현대고 3학년 때 (대학이 확정된 상황에서) 정기전을 하는 걸 봤어요. 그때 고대가 2-0으로 이겼어요. 그걸 보면서 "정기전에는 꼭 골을 넣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운이 좋게 1, 2학년 때 득점을 했어요. 경기 내용은 좋지 못했지만 3년 연속 넣겠다는 다짐은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고 팀의 패배도 막지 못했죠.

돌이켜 보니 1학년 2학년 때가 더 절실했나 생각도 드네요. 3학년 돼서는 보이는 게 많았고 저한테도 새로운 유혹 생겼어요.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깐 복잡한 마음으로 정기전에 임했던 거 같아요. 저학년 땐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 한 경기에 모든 걸 집중했는데. 이번에 지고 보니 많은 걸 느꼈어요. 이 한 경기로 없었던 마음이 다시 생기고, 불필요한 마음은 사라졌어요. 내가 뭘 해야 할지 정확하게 깨달았어요. 이런 경기에서 뛰게 해준 감독님께 감사하죠. 

▲ 고려대 7번 안은산 ⓒ이종현 기자

Q. 이번 정기전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택: 2014, 2015, 2016시즌은 부담이 덜했어요 (정택훈은 2017시즌부터 고려대학교 주장이 됐다). 선배, 후배, 동료를 믿고 했는데. 올해는 주축으로 준비하다 보니, 다 똑같은데 부담감만 달랐어요. 주장이기도 했고요. 결과도 아쉽고 후배들을 잘 이끌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산: 저는 2년 학년 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뛰었는데, 2학년은 3학년 때만큼 힘들었어요. 저는 형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1학년이나 동료들이 저를 보고 축구를 하기 때문에 그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막상 이런 위치까지 오니깐 제 것만 하면 되는 부분이 되게 많았어요. 팀적으로 애들을 끌고 가야 해서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이번 대회는 개인적인 준비를 잘 못 했어요. 올해 어떻게 하는 줄 알았으니 내년엔 만발의 준비를 해서 꼭 이길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고려대&서동원 감독

Q. 이제 감독님 이야기와 고려대 이야기를 해 볼게요. 서동원 감독님이 2010년 7월 고대에 부임했잖아요. 두 선수는 입학부터 서 감독님한테 지도를 받았는데. 두 선수가 생각하는 서동원 감독이란 어떤 분이신가요?

택: 크게 이야기하면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세요. 후배를 잘 이끄시는 거 같아요. 저학년 땐 감독님 많이 어려웠죠. 고학년 때 소통하면서 감독님 인간적인 모습도 보면서 가까워졌어요. 저학년 때부터 워낙 단호하시고 말도 없으셔서 (무서웠어요). 훈련을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챙기세요. 말도 크게 동작 크게 하시면서. 처음 감독님이 하나하나 다 지도해 주시니까. 놀라웠어요. 다른 학교 선수들도 우리 감독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산: 저는 입학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잘 몰랐거든요. 기사에서만 얼굴만 보고. 식당에서 처음 봤는데 "네가 은산이구나" 이러면서 인사해 주셨어요. 지금 보니 그런 감독님 밑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지금도 여기에 온 거, 감독님께 배우는 거 후회가 없고 앞으로도 다른 위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배우고 싶어요.

▲ 고려대 서동원 감독 ⓒ이종현 기자

Q. 감독님에게 어떤 걸 배웠어요?

산: 저는 마음가짐이요. 저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열정이 훨씬 높으세요. 그래서 많이 자극받았고. 감독님 봐서라도 더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택: 축구 전술적인 얘기를 하자면. 다 가르쳐 주셨어요. 유니버시아드에서도 감독님이 지휘하신 것을 이미 배워서 머리로 알고 있었거든요. 서동원 감독님에게 이미 배운 내용이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Q.감독님 에피소드 이야기해주세요

산: 2015년도 1학년 때 위에 스리톱 형들이 잘하셔서도, 동계 때까지 잘했는데 이후 대회에서 실력 차이를 실감했어요. 감독님은 툭 던진 이야기니깐 기억 못 하실 거에요. "은산아 너는 저 형들이랑 비교된다고 생각하지 마. 너는 저 때 가면 더 잘할 수 있으니까. 자신감 잃지 말고 똑같이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돼"라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경험이 많으셔서 제 표정, 선수들의 표정을 잘 아시더라고요.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택: 올해 춘계대학축구연맹전 때 지고(고려대는 태백에서 열린 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8강에서 단국대에 2-4로 져 탈락했다) 쉴 때 감독님한테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부족한 부분을 말씀해주시는데 그 속에 "고생했다"는 한마디가 담겨 있었어요. 사실 대회가 끝나고는 많이 혼내셨거든요(웃음). 4년 동안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먼저 문자를 보내셨어요. 그게 제일 생각나는 거 같아요.

◆안은산&정택훈이 말하는 미래

Q. 두 선수 다 이제 고대 생활 막바지에요. 정택훈 선수는 프로가 확정됐고, 안은산 선수도 우선지명으로 울산 현대 입단 혹은, 고려대에서 1년 더 뛰잖아요.

산: 90% (고려대에) 남을 거 같아요. 저는 남는 것도 좋고. 아직까지 부족한 거 알아서 준비해야 해요. 1년 준비 잘해서 울산현대에 꼭 가고 싶어요. 

택: 다음 시즌엔 당연히 뛸 수 있는 경기 다 뛰는 게 목표에요. 여기에선 센터백과 최전방 공격수를 겸하지만, 부천에서는 센터백으로 뛸 거 같아요. 가치를 인정해 주시고 좋은 대우를 해주신 만큼 부천 구단에 더 도움이 되고 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 

산: '안은산은 파워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중학교 때부터 들었어요. 그래서 파워를 더 키워서 프로에 도전하고 싶어요. 지금은 많이 부족해요. (지금 바로 프로 가면) 몰락하는 길이에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발전해서 울산에 가고 싶어요. 검증된 선수만 영입하는 울산에서 상징적인 선수가 되는 게 목표에요. 

Q.마지막 고려대는 000다. 간단하게 말해주세요. 

택: 고려대는 핸들이다. 

그냥 말 그대로 핸들이 방향을 잡아주잖아요. 제 인생을 길로 봤을 땐, 잘못된 길일 수도 있는데 (고려대가) 4년 동안 방향을 확실히 잡아준 거 같아요. 고려대에 안 왔다면 지금 같은 이런 위치에 못 왔을 거 같아요. 프로 진출도 그렇고. 못했을 거 같아요. 좋은 학교, 선배, 감독님을 만나서 좋아요.
 
산: 고려대는 히스토리(역사)다.

안은산의 역사다. 사실 제가 여기 와서 남긴 흔적들 업적들 있지만 지금 실력에 비해 과장된 게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제가 과거 고려대에 남긴 것도 있고 앞으로 남길 것도 있고요.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더 나아갈 거에요. 그래서 고려대는 저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 다만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선수라면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하지만 때론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져도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졌을 때 눈물을 흘린 선수라면 미래가 충분히 기대된다.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의 가사를 곱씹으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고 했다. 가사대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두 선수는 지금 그런 의미를 지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대회 정식 명칭은 '고연전'이다. 양교는 매년 번갈아 대회를 주최하는데, 주최 측이 정식 명칭 뒤에 온다. 이번엔 연세대가 주최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 주최로 2016 정기 연고전이 정식 명칭이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