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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온에어] 차범근, “위기의 한국 축구 돕고파…독일 교류 가교 되겠다”

작성일: 2017.11.02 11:52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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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남동,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쟁반, 마이스터 샬레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차범근(64)이 독일프로축구연맹(DFL)으로부터 분데스리가 홍보 대사 임무를 하는 ‘레전드’로 공식 선정돼 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레전드 투어 첫 공식 일정을 진행했다. 빛나는 마이스터 샬레 옆에서 기자회견을 한 차범근은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많은 분들 앞에 축구 선수 차범근이라는 이름을 말하는 게 민망합니다. 너나 할 거 없이 한국 축구를 안타까워하는 그런 현실 앞에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레전드의 영광보다, 한국 축구의 위기 상태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차범근은 이 자리를 자신의 선수 시절 영광을 되새기기보다, 위기를 극복한 독일 축구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는 독일프로축구연맹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건강한 분데스리가의 위상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뿐 아니라 리더로서 독일 축구가 쌓은 경험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수해 세계 축구에 기여하는 임무를 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오늘은 그 시작을 알리는 자리다. 저는 지금처럼 많은 팬들이 한국 축구를 걱정하고 불안해 하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 분데스리가와 친밀한 교류는 큰 힘과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해 분데스리가 레전드 임무를 기쁜 마음으로 선뜻 받아들였다.”

차범근은 한국 축구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담아 미리 준비한 긴 이야기를 했다. 평소 기자회견에서 말이 길지 않은 차범근은, 이날 작심한 듯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한국이 각 나라의 형편과 상황에 맞춰서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 같은 나라들도 열심히 축구 발전을 꾀하고 있고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실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지리적으로 맞붙어 있지만 매우 다르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독일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과 맞닿았으나 서로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은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듯이 축구도 엄청난 힘으로 세계를 향하고 있다. 세계 축구 시장에서 중국의 힘을 유감없이 넓혀 가고 있다. 독일이나 영국은 물론이고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나라 축구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수많은 지도자나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국제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한편 세계적인 지도자나 스태프를 통째로 중국에 이식하여 선진화를 직접 배우고 있다. 우리는 이런 방식을 통한 발전을 꿈꿀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다. 오직 중국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물적 자원을 통해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에 비해 일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조직적으로 선진 시스템을 배우고 일본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 왔다. 40년 전 어린이 축구 교실부터 건강한 시스템을 갖춰온 것이 안정화됐다. 매우 부럽다. 내가 일본 시스템을 부러워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 그렇게 돈을 써도 우리보다 잘하지 않는 거 아니냐. 난 반대로 생각한다. 만약 우리 아이들을 일본처럼 합리적이고 과학적 시스템으로 교류하고 관리한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거다. 진심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 차범근(오른쪽) ⓒ한준 기자

“사람은 선천적 타고난 기질이 있다. 기질이란 게 오랫동안 환경 역사 영향을 받고 살아오면 정신 신체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주변 나라와 다른 기질이 있다. 굽히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강인성이다. 우리가 가진 기질은 축구를 하기 적합하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아시아 축구의 리더 자리를 지키면서 주변국의 부러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선수들의 타고난 그 특별한 기질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독일 사람의 씩씩한 투쟁 능력과 매우 비슷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늘 독일 축구가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이제 제가 65세다. 65년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결정을 꼽으라면 40년 전에 겁없이 분데스리가에 도전했던 일이다. 아내는 1970년대 당시 우리 부부의 전 재산이었던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독일 체류 생활비를 대줄 테니 1년 동안 죽어라고 뛰어서 벤치 신세를 면해 보라고 당부하면서 저를 적극 지지해 줬다. 그 당시 분데스리가는 월드컵 영화나 TV에서나 볼 수 있고 프란츠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 등 슈퍼스타가 뛰던 무대다. 내가 분데스리가에서 경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과 명예까지 얻겠다고 기대하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해선 안 되는 높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매주 월요일 밤 분데스리가 녹화 방송을 시청하며 두려움보다 흥분으로 떨었던 기억이 있다. 저곳에 가서 뛰어 보고 싶다. 그게 바로 한국인의 기질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던 가난뱅이 축구 선수여서 잃을 것이 없어서 홀가분하게 도전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분데스리가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고 지금도 내가 늘 고향처럼 의지하는 곳이 됐다. 나는 지금 축구가 어려운 시기에 DFL에 의지하고자 섰다.” 

“다시 얘기하지만 한국 축구는 지금 매우 어렵고 위기다. 축구 선수가 되겠다는 어린이는 줄어들고 팬들도 한국 축구에 관심을 거두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티켓을 9회 연속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다. 걱정이다. 2000년 벨기에과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도 탈락했을 때 독일 팬들 역시 그랬다. 당시 독일에 가면 독일 대표 팀이 국제 경기에서 실력 이상 성적을 내는 바람에 독일 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러더니 유로 2000 조별 리그 탈락을 기점으로 불만은 현실이 됐고 큰 고민을 했다. 당시 사령탑은 저의 선생님이었던 울리히 리벡 감독이었고 코치는 얼마 전까지 한국 대표 팀을 지휘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하차한 그날 밤 나는 칼 문트와 함께 독일 대표 팀 숙소에 있었다. 답답하고 걱정했던 밤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20년이 안 된 지금 독일은 월드컵 우승국, 유로, 컨페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거둔 성과와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축구의 리더가 됐다. 대표 팀들이 거둬들이는 이런 성적은 물론이고 분데스리가는 경기당 평균 관중 4만 1500명을 기록하고 있다. EPL 3만 5800명이나 2만여명 대를 기록하고 있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리그와 비교되지 않는 큰 성공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슈퍼스타 영입에 의존하는 것보다 체계적인 내실 시스템으로 건강하고 이상적인 축구를 관리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충만하다. 팬들이나 대표 팀, 분데스리가 팀들은 물론이고 작은 마을 작은 팀까지 느껴진다. 요즘 독일에 갈 때마다 너무 부럽고 든든하다. 그때마다 우리나라도 아시아 최강 위용과 품위를 되찾자는 마음뿐이다.” 

“내가 수원 삼성 감독을 할 때, 우리 팀과 FC 서울이 경기할 때, 그곳이 어디든 간에 운동장 빈 곳이 없어 선수들 발뒤꿈치가 저절로 들릴 만큼 뜨거웠다. 그때 나는 우리 축구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그런 분위기는 K리그에서 수년간 희미해져 가고 있다. 2002년의 꿈 같은 기억은 아직도 우리 팬들에게 기대를 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 아쉽지만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때다.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은 지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2000년 독일처럼 필연적으로 변해야 하는 시기다.” 

▲ 차두리(왼쪽)와 차범근 ⓒ한준 기자

“지난 여름 클린스만이 한국에 왔다. U-20 대회에 아들 조나단이 미국 대표로 출전해 온 가족이 와서 오래 머물다 갔다. 아들 두리와 함께한 시간 클린스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요기(요하임 뢰브) 코치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도자 자격증 수업을 하는데 스리백 전술에 대해 요기가 매우 분명하고 잘 발표해서, 언젠가 내가 감독을 하면 꼭 요기를 코치로 쓰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요기는 프랑크푸르트 시절 동료여서 침착하고 조용하던 요기를 기억한다. 대표 팀 감독이 되고도 내 껄끄러운 부탁을 싫은 내색 없이 들어 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는 눈에 띄는 성품이 아니다. 자기를 크게 어필하거나 강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독일의 누구도 못 이룬 많은 것을 이뤘다. 슈퍼스타 출신이 아닌 축구를 이해하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지도자가 해낸 것이다. 그때 난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축구를 좋아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지도자가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 세계 축구 흐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훌륭한 지도자로 키울 수 있다. 언제까지 히딩크를 그리워하고 외국인 지도자가 와야 한다고 할 것인가. 독일처럼 완벽한 지도자 교육을 할 형편은 안되지만 우수한 지도자에게만이라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초등연맹 비롯해 중등, 고등 연맹 회장이 함께 계신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고 내가 계획한 것을 조율해서 KFA(대한축구협회)와 DFL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KFA 의지와 DFL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청소년 선수들에 더 많은 교류 기회를 주어서 곧 차붐과 손흥민을 능가하는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뛰게 하고 싶다. 지난 여름 '팀 차붐'과 독일을 여행했다. 독일 유소년들과 경기하고 훈련을 같이 했다. 2주간 짧은 여행, 4경기뿐이었지만 아이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좋아했다. 이런 여행, 다음과 함께 매년 계획하고 있다. 훗날 이 아이들이 분데스리가에서 골을 넣고 차붐보다 더 사랑받을 것을 확신한다.” 

“여기 있는 접시는 분데스리가 우승할 때 드는 것이다. 불공평하게도 거의 이 접시는 바이에른 뮌헨의 전유물이다. 난 분데스리가에서 10년간 뛰면서도 영광스런 접시는 그저 TV에서 파울 브라이트너, 칼 하인츠 루메니게 등 바이에른 선수들이 들어 올리는 걸 부럽게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요즘 두리가 엄청 바쁘다. 그럼에도 이 접시를 보겠다고 왔다. 독일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라도 들어 보고 싶은 접시다. 선수는 물론 팬들에게 꿈 그 자체다. 저도 사실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 보기보다 상당히 크고 근사하다. 그래서 난 언젠가 차붐을 능가하는 한국 선수가 이 접시를 자랑스럽게 들어 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그들을 통해 내 꿈을 대신 이루고 싶은 욕심을 가져 본다. 흥민이가 독일을 떠날 때 내가 몹시 아쉬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앞서 말한 대로 65년 인생에서 분데스리가 도전은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그 두 번째는 10년을 내가 독일에서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매우 교육적 사고와 시스템을 갖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돕고 격려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난민 정책 등을 보면서 그들의 책임감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한다.” 

“얼마 전 프랑크푸르트 유소년 아민 크라프트가 한국에 왔을 때 우리 청소년과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걸 보면서 돈을 최고 가치로 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독일 축구의 책임감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부족한 게 별로 없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독일 축구 리더 문화의 영향을 받은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 독일분데스리가 공식 레전드로 선정된 차범근 ⓒDFL

"우리 축구가 변해야 하는 부문은 많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작고 오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 독일이 2000년 이후 많은 변화와 노력 끝에 전성기로 꽃을 피우는 것처럼 나는 우리 축구도 그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DFL은 물론이고 DFB(독일축구협회)의 많은 도움을 기대한다. 그리고 오늘의 이 레전드 네트워크 임무가 한국 축구에 작지만 도움이 되는 자리로 기억되게 하고 싶다.

차범근이 전한 긴 메시지는, 한국 축구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기 계획을 갖고 유소년 선수와 지도자 육성을 위한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차범근은 당장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표 팀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유소년 육성, 지도자 육성 과정에 독일 축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교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는 전 세계를 돌며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일부터 4일까지 개최한다. 분데스리가 레전드로는 독일 축구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를 비롯해 파울루 세르지우(브라질), 윈톤 루퍼(뉴질랜드), 파벨 파르도(멕시코), 스티븐 체룬돌로(미국), 외르그 알베르츠, 오쿠데라 야스히코(일본), 샤오지아이(중국) 등이 차범근과 함께 선정됐다. 분데스리가에서 뛴 여러 국적 선수들로 구성됐다.

차범근은 1979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해 첫 시즌에 UEFA컵 우승을 이뤘다. 이듬해 DFB 포칼 우승을 달성했다. 네 시즌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122경기에 출전해 46골 기록을 남겼고, 1983년 바이얼04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차범근은 레버쿠젠에서도 1988년 UE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레버쿠젠의 첫 UEFA컵 우승이었다. 차범근은 서로 다른 두 팀에 UEFA컵 우승을 안긴 최초의 분데스리가 선수가 됐다. 1989년까지 레버쿠젠에서 185경기 52골을 기록해 통산 98골로 오랫동안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했다.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레전드 투어는 4일 아우크스부르크와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팬타지움에서 축구 팬들과 함께 관전하는 행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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