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日 꺾은 강이슬·이해란이 말한 12년 만의 金…“팀 스포츠의 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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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나고야, 정형근, 배정호 기자] “팀 스포츠라는 게 어떤 건지 이번 대회를 통해 정확하게 보여준 것 같다.”
“하나로 똘똘 뭉쳤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섰다. 주장 강이슬과 결승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이해란이 꼽은 금메달의 원동력은 같았다. 개인의 힘이 아닌 ‘팀의 힘’이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75-7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아시안게임 우승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원정 아시안게임 우승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우승은 결과만 놓고 보면 화려했지만 출발선부터 쉽지 않았다. 대표팀의 핵심인 박지수와 박지현이 모두 빠졌다. 박지현은 소속팀 일정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했고, 발목 수술 뒤 재활 중이던 박지수는 막판까지 합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국 출전이 무산됐다. 대표팀은 12번째 선수를 추가하지 않고 여름부터 함께 손발을 맞춘 11명을 그대로 최종 엔트리에 올렸다.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준결승에는 223㎝ 장쯔위를 앞세운 중국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승 상대 일본과는 최근 맞대결 7연패 중이었다. 지난 8월 도쿄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모두 패했다. 그러나 한국은 대회를 치를수록 더 단단해졌다.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했고, 8강에서 인도네시아를 크게 꺾은 뒤 준결승에서는 중국을 85-80으로 무너뜨렸다.
마지막 상대는 개최국 일본이었다. 결승 초반부터 한국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그 중심에 이해란이 있었다. 이해란은 1쿼터부터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일본 수비를 흔들었고, 1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었다. 한국은 27-15로 첫 쿼터를 마쳤다.
2쿼터 시작과 함께 강이슬의 3점슛이 터졌고 이소희도 곧바로 2점을 보태면서 한국은 32-15까지 달아났다. 일본이 흐름을 끊으려 하자 다시 이해란이 나섰다. 3점슛을 성공시키며 일본의 추격 의지를 꺾었고, 전반 막판에는 이소희의 장거리 3점슛까지 림을 갈랐다. 한국은 42-23, 19점 차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연속 득점으로 추격에 나섰고 한국은 60-48까지 쫓겼다. 흐름이 흔들리려는 순간 강이슬의 3점슛이 터졌지만, 일본의 히구치 스즈노가 3쿼터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 3점슛을 성공시키며 63-51을 만들었다.
12점 차로 시작한 마지막 4쿼터에서는 일본의 추격이 더 거세졌다. 빠른 공격과 외곽포를 앞세워 차근차근 격차를 줄였고 종료 6분여를 남기고 62-66, 4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은 이소희와 강이슬의 득점으로 다시 간격을 벌렸지만 일본은 마지막까지 따라붙었다. 종료 15초를 남기고 골밑 득점까지 허용하며 72-70, 한때 20점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가 단 2점으로 줄었다.
그때 자유투 라인에 선 선수가 주장 강이슬이었다. 강이슬은 종료 14초 전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뒤 당시 상황을 묻자 강이슬은 “아무 생각 없었다. 두 개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이슬은 결승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21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일본이 추격할 때마다 외곽포와 자유투로 흐름을 붙잡았다.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컸다. 강이슬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파울 콜이 잘 안 나오고 선수들이 급해지는 게 느껴졌다. 계속 침착하게 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정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을 격려하고 달랬다”고 돌아봤다.
이어 “급해질수록 미스가 나왔다. 직전 경기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게 치렀기 때문에 더 차분하고 냉정한 플레이가 필요했다”며 “선수들에게 계속 천천히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강이슬에게 이번 금메달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항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나고야에서 마침내 금메달까지 품었다. 강이슬은 “개인적으로 커리어에 금메달 하나가 딱 모자랐는데 금메달을 딸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도 감정은 남달랐다. 그는 “선수들이 가장 선배라고 태극기를 들라고 건네줬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강이슬이 이번 대회를 돌아보며 가장 강조한 단어는 ‘팀’이었다. 대표팀은 박지수와 박지현이라는 핵심 전력 없이 대회를 시작했고, 대회 전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도 많지 않았다. 강이슬은 “주력 선수 2명이 빠진 상태에서 우리가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평가는 사실 많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우리도 조금은 의심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냥 팀이었던 것 같다. 구기 종목이라는 게, 팀 스포츠라는 게 어떤 건지 이번 대회를 통해 정확하게 보여준 것 같다. 그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강이슬은 “결과에 따라서 과정이 조금 미화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하나하나 쌓아 올린 과정들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서 스스로도 너무 뿌듯하다. 선수들에게도 너무 고맙고 지금은 그냥 행복하다는 기분밖에 안 든다”고 했다.
이해란 역시 이번 우승을 설명하면서 ‘팀’을 빼놓지 않았다. 결승에서 24점 9리바운드를 기록한 이해란은 1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자신의 활약보다 팀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는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 초반에 점수 차를 많이 벌려놨는데 후반에 많이 따라왔다. 정신 집중이 잘 안 됐던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 그래도 이겼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부담도 컸다. 이해란은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내가 할 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보다 내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하면서 성장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두 명의 언니들이 빠졌다고 해도 우리가 약한 팀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해란은 이번 금메달을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커리어에서 제일 기쁜 순간인 것 같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쉽게 동메달을 땄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원팀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손발도 잘 맞았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이 우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는 “그냥 마냥 너무 기뻤다. 빨리 언니들을 찾고 싶어서 신나게 뛰어다녔던 것 같다”며 웃었다.
박지수와 박지현이 빠진 11명의 대표팀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가장 높은 벽을 연달아 넘었다. 강이슬은 “팀 스포츠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줬다”고 했고, 이해란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12년 만에 되찾은 금메달. 한국 여자농구가 나고야에서 증명한 가장 큰 힘은 결국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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