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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n 도쿄, 결산⑥] 동아시아 축구의 야망과 현실, 동아시안컵의 가능성

작성일: 2017.12.18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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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최다 4회, 최초 2회 연속 우승을 이룬 2017년 동아시안컵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한준 기자]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은 동아시아축구연맹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라 더 의미가 있었다. EAFF 본부가 있는 일본 도쿄에서 열렸고, 연맹 소속 10개 회원국 협회장은 믈론, 동아시아 축구계 명사가 한 자리에 모인 심포지엄도 성대하게 열렸다. 

이 자리에서 EAFF는 아세안축구연맹(ASEAN)과 MOU를 체결했다. 아세안축구연맹은 아직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에서 존재감을보이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팀들의 ‘축구제전’ 스즈키컵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EAFF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컵은 아시안컵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FIFA가 선수의 의무 차출 규정을 적용하는 A매치 캘린더에 들어있지 않다. 공식 A매치로 인정은 받지만, 클럽 팀이 소속 선수 소집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중일 3국이 본선에 자동 진출하며,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동아시안컵 본선은 동아시아 리그 일정에 맞춰 휴식기나 종료 이후 열고 있다. 자국 및 동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한다.

동아시안컵은 2003년에 시작했고, 한국과 일본의 유럽파가 점점 늘어나면서 대회를 대하는 비중도 점차 작아졌다. 국내파의 시험 무대 정도로 여겼고, 결과가 안 좋아도 주력 선수가 빠졌다며 위안을 삼곤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축구가 성장하고, AFC 챔피언스리그의 위상이 높아졌으며, 유럽파의 고전 속에 자국 선수들의 대표 팀 비중이 높아지고, 리그 수준도 올라가 대회 수준도 다시 오름세다.

EAFF 창립 15주년 심포지엄이 남긴 메시지를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월드컵 우승국 배출이라는 야망’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 교류 확대’다. 남자 성인 대표 팀이 우승을 다투는 동아시안컵은 최대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축구 전반의 가치를 높이면, 곧 동아시안컵의 수준과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EAFF는 장차 AFC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추길 고대한다. 거리도 멀고 문화와 언어도 상이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는 언젠가 분리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다시마 고조 EAFF 회장은 심포지엄에서 동아시아 축구가 유럽과 남미를 넘어 월드컵 우승국을 배출하자고 이야기했다. 야망은 크지만 현실이 되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심포지엄 패널 토론에 참가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어린 나이부터 동아시아 축구 선수들이 교류전을 많이 해야 다양한 형태의 축구에 적응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며 동아시아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 향상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창립 15주년 심포지엄


홍 전무는 EAFF의 월드컵 우승국 배출 야심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묻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목표를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홍 전무의 말대로, 당자 월드컵 우승국을 배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런 큰 꿈을 갖고 정진해야 소기의 성과라도 낼 수 있다. 

동아시안컵을 현장에서 기자로 취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3년 한국, 2015년 중국 우한, 2017년 일본 도쿄 대회는 3회 연속으로 현장에 있었다. 이번 대회의 수준이 가장 높다. 월드컵을 반 년 앞두고, AFC 아시안컵도 예선전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열려 참가국의 목표의식도 좋다. 

수준 높은 지도자들의 전략 대결과 입씨름도 대회의 질을 높여준 요소다. 프랑스 국적을 가진 보스니아 출신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이탈리아 출신 리피 중국 감독을 중심으로 노르웨이와 독일 출신인 예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태용 감독과 스페인 대표 팀 출신 토니 그란데 수석 코치가 이끈 한국 등 모두 방향과 색깔이 명확했다. 

역시 아쉬웠던 것은 대회가 12월에 열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던 점이다. 12월의 도쿄는 상대적으로 덜 춥지만, 경기장은 꽤 쌀쌀하고, 선수들은 시즌을 마친 피로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일본 J리그는 리그가 12월 3일에 끝나고 4일부터 소집해 9일 첫 경기를 준비했다. 중국슈퍼리그는 10월 말에 리그를 마쳐 한 달 가까이 휴가를 다녀온 선수들의 컨디션을 만들기 어려웠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만족 하고 있다. 특히 대회가 굉장히 훌륭하게 운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완벽했다. 또한 경기장 자체도 굉장히 훌륭했다. 유일하게 개최 시기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려를 바란다”며 이번 대회를 결산했다.

북한은 대표 팀 상시 소집이 가능한 특수상황. 한국은 11월 21일에 1부리그가 끝나고, 승강플레이오프, FA컵 결승전 등만 남아 11월 27일부터 소집 훈련을 실시해 비교적 컨디션 관리가 잘 됐다. 잘 준비한 덕분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동아시안컵의 위상이 정립되기 위해선 동아시아 축구 연령별 대회와 클럽 대항전이 동시에 구축되고, 동아시아 리그 일정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해 유럽파가 없더라도 자국 리그 최고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격돌할 수 있는 일정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파까지 올 수 있는 아시안컵, 월드컵과 달리 동아시아 축구의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이번 대회에 쏟아진 관심과 각 팀이 보여준 경기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이전 대회보다 내실이 있었다.  향후 좋은 대회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2019년 대회는 순서상으로 한국에서 열린다. 2003년부터 일본, 한국, 중국 순으로 개최했다. 2년 뒤에 동아시아 축구는 심포지엄에서 내건 목표와 과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 동아시아 축구가 어떤 성취를 남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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