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MF’ 기성용 ① 축구철학: “의미 없는 패스로 공을 잃어버리기 싫다”(영상)
작성일: 2018.02.05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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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스완지(영국),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는 영국 현지에서 대한민국 국가 대표 팀의 주장이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운 기성용(29)을 만났습니다. 기성용의 축구철학과 인생관,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감 없이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편집자 주>
① 축구철학: “의미 없는 패스로 공을 잃어버리기 싫다”
② 월드컵: “대표팀에 기성용 파트너 찾기는 없다”
③ 삶: “유럽 생활 10년, 축구와 가족에 더 집중했다”
④ 도전: “마지막 전성기 3년, 성장할 수 있는 팀 가고 싶다”
⑤ 팬과의 대화: “이청용은 멘탈 강한 친구, 잘 해낼 것”
축구 경기에서 통계 수치는 해석이 따르지 않으면 온전히 그 가치를 표현하지 못한다. 기성용(29)의 능력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통계는 패스 성공률. 매 시즌 9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득점과 어시스트는 많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공을 관리하고 배급하며, 경기의 길을 만드는 것이 기성용의 역할이다.
경기 하이라이트는 보통 골대 부근의 플레이에 집중되는 데, 최근에는 축구 전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빌드업의 기점 단계를 주 임무로 삼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잘 이루어 지고 있다. 예전에 미드필더는 위치에 따라 공격형과 수비형, 측면으로 나뉘었지만, 이제 수비수 앞에서 볼을 받아 운반하는 빌드업 미드필더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한국에는 이런 빌드업 미드필더가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경기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빌드업 미드필더가 흔치 않다.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90.7%)은 26라운드까지 진행된 2017-18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체 8위에 해당한다. 8위 이내에 든 선수 중 6명은 수비수. 안전한 패스 비율이 많은 수비수를 제외하면 패스 성공률은 프리미어리그 전체 미드필더 중 두 번째로 높다. 기성용의 패스 안정성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영국 남부, 웨일즈 스완지 현지에서 기성용이 갖는 존재감은 크다. 이적 시장 마지막 날 웨스트햄유나이티드가 기성용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가 떠나면 어머어마한 타격”이라고 현지 팬들과 기자들이 입을 모았다. 지난 1일 아스널을 꺾은 날 결정적인 골을 넣은 미드필더 샘 클루카스는 “기성용처럼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한국 축구의 화두도 빌드업이다. K리그 팀들은 동계 훈련지에서 빌드업 능력을 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국가 대표 팀도 뒤에서부터 경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 부작용도 있었다. 볼 처리가 부자연스러워 오히려 배후 안정감이 떨어지고, 내려선 상대를 공략하는 상황 속에 창조성이 부족했다. 기성용이 없는 상황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스완지 훈련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기성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가 후방 빌드업을 추구하고,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축구 경기를 이야기 할 때 “확률의 경기”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공을 오래 갖고 있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축구 순수주의자들의 주장에 기성용도 동조하는 쪽이다.
혹자는 집요한 빌드업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기성용의 높은 패스 성공률이 치명적인 공격 상황과 연결되지 않는 안전한 ‘볼 돌리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슈팅으로 이어진 키 패스가 적다고 기록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기성용은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가 대한민국의 ‘패스 장인’기성용을 만나 빌드업과 패스의 길을 물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은 기성용은 마치 경기 중에 빌드업하듯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었다. 인터뷰는 2월 1일 오후, 스완지시티 트레이닝센터의 전술 미팅룸에서 진행했다. 축구 전술에 대한 담론을 전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프리미어리그도 몸싸움이 강하고 템포가 빨라서, 기성용 선수가 빨리 적응하기에는 스페인이나 다른 리그가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서 9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결국 이 선택이 지금 기성용 선수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영국이 스페인이나 다른 리그에 비해서 피지컬적인 부분이나 경기 속도가 많이 다르긴 하죠.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프리미어리그가 스페인 리그 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지컬이나 템포. 즉, 경기속도는 훨씬 강해요.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그런 점이 아시아 선수들에겐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느꼈어요. 영국에 와서 축구를 다시 배운 거 같아요. 한국에서 보다, 더 명확하게 미드필더의 역할을 알게 됐어요. 피지컬적인 부분이나 공을 소유하는 부분, 조직적으로 내가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스페인 같은 경우 공을 잡아놓고 (pausa, 멈춤) 여유 있게 빌드업을 하잖아요. 지난 번에 아스널과 경기를 보면 공이 오면 한 번도 지체하지 않고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의식적으로 그렇게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 보니 그런 습관이 생긴 것인가요?
일단 압박의 강도가 다르니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압박이 바로 들어와요. 그런 부분에서 배운 거죠. 볼 처리가 늦어지면 공을 빼앗길 수 있는 확률이 크니까요. 각 리그의 경기 스타일이 다 다른데, 이게 영국 축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영국에서 뛰고 있으니 저도 영국에 맞는 축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 서유럽 출신 감독과 선수들이 많이 건너 와서 스타일이 바뀌고 있어요. 어느새 프리미어리그 6년 차인데, 지난 시간 종안 그 변화가 어느 정도 느껴지나요?
워낙 최고의 감독들이 왔으니까. 당연히 팀에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요. 다른 무대의좋은 점들을 영국 무대에 많이 심어주고 있어요. 맨체스터시티도 그렇,고 첼시, 리버풀도 그렇고. 감독이 새로 오고 나서 팀 컬러가 많이 바뀐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에는 사실 강팀과 경기를 하면 프레싱(pressing, 압박)이 부족했는데, 요즘은 맨시티나 리버풀의 선수들도 프레싱을 조직적으로 잘 하고 있어요.
-한국 축구가 예전엔 세계 최고 레벨의 축구를 4년에 한 번, 월드컵 정도에만 경험할 수 있었어요. 본인은 이제 프리미어리그에 워낙 최고의 팀과 감독, 선수들이 모여있으니 매주 월드컵을 경험하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매주 제가 경쟁하는 선수들이, 세계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죠. 100% 내지 120%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경기장 안에서나 팀 내에서 경쟁을 이길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주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어. 저보다 부족한 선수가 없으니까요. 저보다 다 뛰어나고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과 싸우려면 매주 준비를 확실해야 하니까. 매주가 힘들죠. 하루도 여유롭게 준비할 수 없어요. 매일 긴장하고, 이기기 위해서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이 저를 많이 성장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피곤할 때도 있죠. 여유가 없으니까.

-기성용 선수는 한국에서 가장 패스를 잘하는 선수로 불립니다. K리그나 대표팀,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횡패스나 백패스가 많고 역습 위주의 축구가 많다는 지적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기성용 선수와 같은 유형이 많지 않은데, 본인의 장기인 과감한 전진 패스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다른 훈련을 했는지? 어려서부터 패스 길이 잘 보였나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패스, 의미 없는 패스로 공을 잃어버리는 걸 되게 싫어하거든요. 요즘 빅클럽의 경기를 보면 열이면 거의 아홉 이상은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해서 나가는 데, 저는 그걸 되게 좋아해요. 스완지 초기에도 그런 스타일을 원했기 때문에 이 팀으로 왔고, 그런 축구를 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사실 한국에서는 그게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대표팀이나 제가 예전에 K리그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빌드업을 해나가는 방법이나, 빌드업을 제시하는 감독님들이나 지도자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K리그를 저도 가끔 관심 있게 볼 때가 있는데, 어느 한 팀도 수비부터 빌드업해 나가는 팀이 없더라고요.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면, 물론 축구 팀 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나라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결국엔 ‘톱 팀(Top Team)’들이 하는 플레이를, 더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 따라 하는 거잖아요. 배우려고 하고. 뒤에서부터 빌드업을 해야 상대방을 더 많이 뛰게 하고, 우리가 볼을 소유해야 우리가 좀 많은 공격 찬스를 잡고, 리드할 수 있어요. 축구는 확률의 경기인데, 이길 수 있는 더 많은 확률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저도 반대로 아스널 같은 팀들과 경기할 때, 상대 팀이 계속 볼을 갖고 있으면 수비하는 입장에서 계속 뛰어야 하니까, 그게 되게 힘들거든요. 초반에는 버틸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게 되고, 60분, 70분이 지나면 더 많은 찬스를 내줄 수 밖에 밖에 없어요.
■ 공 멈추면 빼앗기는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전방 압박 강해진 게 변화
■ 빌드업 중요한 이유, “내려서서 수비하면 60~70분 지나면 찬스 내줄 수 밖에 없어”
■ 안전한 패스, “스완지는 강등권, 무리한 패스로 찬스를 헌납하고 싶지 않아”
-높은 패스 성공률이 위협적인 패스 보다는 안전한 패스 위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과장된 수치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습니다.
저는 빌드업하는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고. 제가 하는 역할은 수비와 공격 사이에서 연결고리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있는 위치는 수비에게 볼을 받아서, 저의 앞, 윗선에 있는 선수들에게 연결해주는 게 임무죠. 예를 들어서, 공격형 미드필더나 윙 포지션, 좀 더 공격적인 위치에 배치되면 리스크(risk, 위험)한 패스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자리에서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공격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죠.
제가 맨시티나 바르셀로나에서 뛴다고 치면, 그런 패스를 더 많이 할 수 있겠죠. 그 팀의 선수들은 항상 공을 갖고 있으니까요. 제가 뛰고 있는 한국 대표 팀이나 스완지에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나 우리 팀이 공격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죠. 특히 우리보다 강팀을 만났을 때는 그런 찬스들이 많이 없어요.
지금 우리는 강등권에 있는 상황이고, 한 골을 넣기 보다 한 골을 잘 지키는 게 저희들한테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는 공격으로 나갈 수 있는 찬스를 한번이라도 더 안정감 있게 보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무리한 패스로 한번의 찬스를 헌납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팀에 따라 그런 역할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수비하다가 겨우 볼이 왔는데, 물론 전진 패스해서 리스크를 만들 수 있긴 하죠. 이 확률이 50대50이라고 하면, 저는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을 원해요. 백패스도 빌드업 과정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 위치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 의미없는 백패스가 아니라 전술적인 백패스를 하는 게 있거든요. 저도 (이 위치의 다른) 선수들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고, 추구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의 역할에 만족해요.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저랑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현재 대표팀은 4-4-2로 포메이션을 기본 전형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스완지 같은 경우 5-4-1 대형으로 더 조밀한 두 줄을 만들고 있고, 대표 팀도 때에 따라선 5백으로 뒤를 지키고요. 이런 수비법은 이미 세계적으로 교과서처럼 널리 퍼져 있습니다. 기성용 선수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한국 입장에서는 그런 수비를 월드컵 본선에는 펼쳐야 하고, 아시아 무대에선 그런 수비를 하는 팀을 깨야 합니다. 막는 것과 깨는 것, 두 가지 상황에서 중요한 점을 짚어본다면?
깨는 것은 쉽지 않죠. 10명의 선수가 진을 치고 있으면, 뚫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저희도 아시아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아시아 축구 수준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왔고 좀 더 조직적으로 많이 변했어요. 그걸 뚫을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메시 같은 선수가 한 두 명 있다면 문제가 없겠죠. 결국 일대일 싸움에서 누군가 한 명을 제쳐 주면 공간이 나는 거고 제치지 못하면 계속 세밀하게 콤비네이션으로 뚫고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그렇게 세밀하게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뚫는 법은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자기 진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아자르 같은 선수나 메시 같은 선수나 일대일 돌파를 해서 공간을 열어 주는 것. 그런 선수가 없다면, 바르셀로나처럼 3~4명이 콤비네이션을 통해 뚫고 들어가야죠. 우리는 아시아 팀들과 경기를 하다 보면 일대일 상황에서 능력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좀 어려운 거 같아요.
-빌드업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말한대로, 반대로 우리가 자기 진영에서 수비한다면 역시 체력이 관건인가요?
제가 생각 했을 때는 그래요. 체력적으로 안되어 있으면, 어느 순간이 되면 공간이 넓어지게 되죠. 커버플레이가 안 들어가게 되면 공간이 나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찬스가 나게 되고 그러다가 슈팅 한 번 주고 한 골 들어가고. 그렇게 무너지게 되는 거죠.
■ 밀집 수비 깨는 법: 메시 같은 개인 능력, 바르셀로나 같은 3~4명의 콤비네이션
■ 고전하는 한국 축구: “아시아의 팀들과 경기하면 일대일 능력 차이가 크지 않다”
■ 빌드업 잘 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수비수들의 볼 처리 능력 높여야
-이번 아스널전에 스완지가 그런 수비를 90분 내내 잘 구현했어요. 마지막까지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일단 11명이 다 같은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죠. 수비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상대한테 최대한 공간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 큰 중요한 부분이에요. 볼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미드필더가 빨리 서포트(support, 지원)해서 두 겹으로 선수를 싸주고, 계속 움직여야 하는 거 같아요. 수비 시 내가 어디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공간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움직여야 해요. 90분 동안 한 두 번이라도 틈을 주면 상대가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그런 틈을 안 줘야 하는데, 물론 쉽지 않죠.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는데 틈을 아예 안 줄 수 있겠어요. 그래서 때로는, 사실 운이 필요한 부분도 있죠. 강팀과 경기했을 때 아예 찬스를 안줄 수 없으니까.

-앞서 한국 축구는 빌드업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좋은 빌드업 능력을 가진 수비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일까요? 한국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기 스타일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그런 공부가 안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에 오기 전까지 해왔던 축구가 있는데, 갑자기 프로에 와서 감독님이 다르게 하라고 하면, 그걸 고치는 게, 저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져야 해요. 수비수들도 자기에게 볼이 왔을 때 여유를 갖고 볼을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초등학교 때부터 길러야 해요. 프로에 와서 갑자기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어요.
-기성용 선수는 어려서부터 패스 플레이나 빌드업 능력에서 인정을 받았는데, 성장 과정에 어떤 점이 달랐던 것인가요?
호주에 있을 때, 프리미어리그의 제라드 선수를 되게 좋아했어요. 제라드 선수의 큼직큼직한 플레이가 상당히 좋았었죠. 한국에선 그런 스타일의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는 작고 빠릿빠릿하면서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잖아요. 그런 점이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라고 대부분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죠. 호주에서 제가 가진 장점을 발전시켰어요. 저는 큼지막한 플레이하는게 좋고, 이런 플레이가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어려서부터 많이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부분이 토대가 되어서 지금도 큼지막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제가 어렸을 때나 프로에 와서도, 우리나라 지도자분들은 그런 플레이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인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귀네슈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딱히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었어요. 청소년 대회에 나갈 때도, 저는 원래 미드필더였는데 수비 쪽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고. 그 당시에 미드필드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때도 청소년 대표에 다 기술 좋고, 작지만 빠르고.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많이 있었어요.
■ 라우드루프 감독의 스완지시티에서 뛰며 빌드업을 깨달았다
■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선 선수 구성이 좋아야 한다”
■ 운도 중요하다. 좋은 결과로 자신감이 쌓이면 없던 힘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감독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프로 경력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기를 꼽아본다면?
처음 스완지에 왔을 때,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을 만났을 때에요. 프로에 와서 이렇게 축구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당시에 제가 한 경기 패스 횟수가 90번에서 100번을 넘기는 경우도 많았고. 그때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볼을 많이 만지니까 재미있고. 처음으로 빌드업이란 무엇인지. 이렇게 빌드업해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많이 깨달았죠. 강팀하고도 경기를 했을 때도 저희들이 볼 점유율도 높고, 찬스를 만드는 것도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어느 팀을 만나도 절대 두렵지 않았던 거 같아요. 우리는 골키퍼부터 패스를 풀어 나오는 과정이 되게 좋았었고. 그 당시는 지금의 스완지 스타일과는 완전히 달랐죠. 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그때가 저는 가장 좋았어요.
-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이상과 구현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빌드업을 잘하는 팀이 되기 위해선 어떤 점에 중요한가요? 라우드루프 감독과 함께 할 때, 지도 방식이나 훈련 방식에 특별한 점이 있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구성이었던 거 같아요. 골키퍼부터 공을 막 아무 대나 차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죠. 백포 라인에서 11명의 선수가 다 공을 찰 수 있었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감독님도 그런 선수가 있으니까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선수들 사이에서도 전술적으로 약속이 많이 되어 있었어요. 일단 11명의 선수들이 다 볼을 잘 안 빼앗기니까. 그 시작은 골키퍼였는데, 지금 토트넘에 있는 미셸 봄 선수가 있었는데, 상당히 공을 잘 다뤘고, 기술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매 경기 재미있게 했던 거 같아요.
-감독에게도 선수가 중요하지만, 선수도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의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스완지시티도 그렇고, 대표팀도 그동안 감독 교체가 잦았죠. 혼선이 컸을 것 같아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물론 당연히 혼란이 오죠. 감독이 한 명 바뀌면 팀이 전체적으로 다 바뀌어요. 선수의 구성도 바뀌고 스타일도 바뀌고, 그런 상황에 적응하는 게 쉬운 건 아닌 거 같아요. 물론 분위기적인 부분에서 성적이 안 좋았을 때, 감독을 교체하면 선수들이 다시 긴장감을 갖고 하는 건 좋은 것 같은데, 감독이 너무 많이 바뀌다 보면 자기 자신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면이 있어요. 철학이 다 바뀌기 때문에, 감독이 바뀌는 것은 힘든 것 같아요.
-브래들리 감독이나 클레멘트 감독도 빌드업을 추구하던 감독이었고, 부임 초기에는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었어요. 결국 잘 안되고 경질될 수 밖에 없었던 과정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선수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나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경기에 지다 보면, 아무래도 부담감도 생기고 선수들도 자신있게 플레이하는 부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그라운드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다 못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등권에 있으면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축구를 하기보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사실 좋은 축구, 예쁜 축구 보다는 부딪히고 싸워주는 게 필요하죠. 그러다 보니까 팀 색깔도 변하는 것 같고, 감독님들이 압박을 받다 보면 선택에 혼란이 올 수도 있죠. 그런 면이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부임 후 초반 성적이 따라줘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결국 초반에는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에 운이 따라줘야, 이후 팀 운영에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그렇죠. 초반에 좋은 순위에 있다 보면, 축구라는 게 사람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신감이 있다 보면 자기가 평소에 나오지도 않던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고. 그게 영향이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경기라는 게 전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텐데, 전술과 훈련, 그리고 팀 분위기 등 경기력과 결과에 미치는 비중이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선수가 좋아야죠. (웃음) 그게 정답이죠. 선수가 좋으면 감독님도 편하고. 감독님이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고 그런걸 요구한다고 해도, 선수가 전술적 수행능력이 없으면 경기장 안에서 경기력이 안 나와요. 그래서 일단 선수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물론 감독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과르디올라 감독의 이상적 축구, 무리뉴 감독의 실용적 축구,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게겐 프레싱 등은 현대 축구에선 감독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지 않나요?
‘톱 팀’들은 다른 이야기죠. 그 팀들은 선수의 퀄리티가 다 세계적인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조합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대해선, 저도 정말 감독의 전술적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약팀을 가지고 기적과 같은 일을 만드는 건 흔하지 않잖아요. 선수 구성이 좋으면, 확률이 높다는 거죠. 성적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고. 아무리 좋은 감독이 있어도 선수가 부족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낮다고, 저는 보는 거죠. 물론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죠. 베트남처럼. (웃음) 근데 그게 흔하진 않잖아요. 제가 봤을 땐 감독님 역량이 당연히 중요하고, 토너먼트를 선수들이 치르다 보면 자신감이 쌓여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여서 폭발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확률상으로 선수가 일단 좋아야 감독의 역량이 빛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뷰=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2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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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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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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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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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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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 걱정에 울었던 왕옌청, 10승 후 또 MOON 떠올렸다…참 멋진 두 남자의 우정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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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