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월드컵 현장결산] ② 급조된 신태용호, 스페인 코치진 효과 있었나?

작성일: 2018.06.28 18:00 한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신태용 감독과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는 활발한 열린 토론이 가능했을까?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나는 해리포터가 아니다. 해리포터는 마법을 쓰지만, 현실에 있는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마법은 가상이고 축구는 현실이다.”

희대의 전술가로 불리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전성시대를 구가할 때 한 말이다. 감독의 놀라운 전략이 적중할 때 우리는 곧잘 ‘매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고 있으며, 과학화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 코칭스태프의 힘은 감독의 원맨 리더십이 아닌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 팀을 맡으면서부터 의심과 비난에 시달렸다. 본선 전 평가전에는 “상대를 속이기 위한 트릭”이라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평가전에 담금질을 하는 게 아니라 교란전과 실험을 반복한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강했다.

실제로 신태용호는 부상 선수 발생 및 상대 대응 전략으로 본선 3경기에 모두 다른 라인업을 냈다. 심지어 본선 전 평가전에 한번도 쓰지 않은 조합으로 경기했다. 1,2차전은 선전했지만 결국 시행착오 속에 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패’라는 딱지가 붙었던 신태용 감독은 독일과 경기에서 전략, 전술, 정신 등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며 독일에 2-0 승리를 거뒀다. 그간의 의심을 극복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 원톱과 투톱을 유연하게 구사하며,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밝다. 국내 지도자 가운데 전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감독으로 꼽힌다. 잦은 전술 변화는 몇몇 선수들에게 어려움을 주지만, 그가 가진 장점도 분명하다. 

7월로 계약이 만료되는 신 감독의 거취 문제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협회는 이번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같은 문제를 반복해선 안된다. 신태용호가 신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내지 못한 배경에는 코칭스태프 구성 단계부터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연령별 대표 팀 및 성남 감독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전경준 코치, 김해운 골키퍼 코치를 대동하고 대표 팀에 입성했다. 월드컵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김남일, 차두리 코치를 영입했다. 이들은 선수들과 감독 간의 가교 역할도 했다. 피지컬 코치는 연령별 대표 팀의 체력을 맡으며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은 이재홍 코치를 데려왔다.

◆ 스페인 대표 출신 코치 영입과 운영, 너무 늦었고 소통도 부족했다

국내 코칭스태프로 부족하다는 지적에 외국인 코치로 보강했다. 스페인 대표 팀의 성공시대를 이끌었던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가 전술 파트에, 하비 미냐노 코치가 피지컬 파트에 가세했고, 2018년 들어 파코 가르시아 전력분석 코치까지 데려왔다. 

그런데 이들을 데려와 모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대표 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곳저곳에서 모인 코치들도 대회를 준비하며 하나로 뭉쳐가는 과정을 보내야 했다. 

일반적으로 한 팀의 코칭스태프는 함께 일하며 눈빛만 봐도 교감하고, 때론 가감없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유기성을 갖는다. 모든 대화를 통역을 거쳐 해야 하는 현 스태프는 그러기 어렵다. 그란데 코치도 스페인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선수들과 직접 대화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신 감독과 소통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가진 생각과 뉘앙스를 정확하게 옮기기 어렵다. 

신 감독 역시 모든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해 결정을 내리지만 밀도와 전문성이 아쉽다는 축구계 인사들의 지적이 있었다. 스페인 코치는 뒤늦게 합류해 한국 선수의 특성을 파악하고 한국 스태프 안에 융화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김남일, 차두리 코치는 이제 막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터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특히 스포츠 과학 지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사이언스 담당자와 감독간 소통과 신뢰에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슈틸리케 경질 때 이런 요소들이 미리 준비됐어야 했다. 겨울 전지훈련 때 근지구력, 산소공급능력 등이 준비됐어야 했다. 스페인 출신 피지컬 트레이너 영입도 너무 늦었다. 유럽파의 시즌이 시작됐을 때 몸을 무겁게 할 수 있었겠나? 그럼에도 감독과 스태프간 신뢰와 소통이 원활했으면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도 신 감독과 스페인 스태프 간 교감 문제를 짚었다. 

"어제는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지컬 부분이다. 독일 경기 전날 휴식을 취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통상 지도자가 불안하면 훈련량을 늘린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루에 한번 할 훈련을 두번 하거나 훈련시간과 강도를 늘린다. 신태용 감독은 스포츠 사이언스를 잘 모른다. 이재홍 피지컬 코치가 있고, 외국인 피지컬 코치가 있지만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히딩크 감독은 피지컬 부분은 그 분야 전문가에 철저하게 맡겼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결정적인 이유도 스포츠 사이언스 부분에 대한 업데이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한국 대표 팀은 이번 대회에서 멘털 관리가 가장 어려웠다


이번 대회 상대국은 모두 멘털 코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 대표 팀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질타를 받으며 어느 때보다 심한 정신적 부담과 함께 싸워야 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월드컵 백서를 만들었고, 여기에 포함된 멘털 코치 필요성 등 여러 문제를 방치했다.

러시아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이영표 위원은 솔직하게 말하겠다며 협회를 질타했다. 

"한국 축구가 보여주기에만 강했다. 단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심리 얘기가 나와서 했는데, 이번엔 안 했다. 나오니까 했던 것이지 필요하니까 한 게 아니다. 본질에 충실한 게 아니라 그저 밖에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정말 팀이 강해지기 위한 행정이 아니다. 협회가 그 태도를 바꿔야 한다. 옳고 그런 게 뭔지 파악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여론이 뭘 원하는 지 보고 거기에 따라 간다. 백서도 활용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백서를 만들려고 만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적 노림수가 통하려면 대표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최고조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코칭스태프가 구성되었을까? 

스페인 출신 코치진을 데려오고, 이름값 있는 선수 출신 코치를 모아둔 것은 겉보기에 그럴 듯 해 보였으나 1년도 채 안되는 시간, A매치 기간을 전후로만 모이는 상황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대표 팀을 진정으로 지원하기 위한 스태프가 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황열병 주사 및 현지 전지훈련 과정에서 선수단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본선을 앞두고 부랴부려 외국인 출신 전력 분석 코치를 영입한 것도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당시 안툰 두샤트니에 코치는 대회를 마치고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 스페인 코치진도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표 팀 운영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