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AG] 반세기 전 스포츠로 국제적 말썽 일으킨 인니, 이젠 아시아 평화에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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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초청장을 지난달 13일 남북한 양측에 각각 발송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방송된 NHK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북한 정상에게 아시안게임 기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냈다. 두 지도자가 아시안게임에 함께한다면 스포츠로 평화와 우호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후 외교 경로를 거쳐 남북 양측에 직접 남북 정상의 아시안게임 참석을 요청해 18번째를 맞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남북 화해는 물론 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스포츠 축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 지난달 29일에는 남북 단일팀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북한 선수들이 한국에 왔다. 여자 농구 선수 4명과 카누 선수 18명, 조정 선수 8명 그리고 지원 인력 4명 등 34명의 북한 선수단 가운데 조정과 카누 선수들은 곧바로 한국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여자 농구 선수들은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윌리엄 존스컵 국제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귀국하기를 기다렸다가 1일부터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국과 북한은 통일 독일로 나선 1992년 바르셀로나 여름철 대회(알베르빌 겨울철 대회) 이전, 1956년 멜버른 여름철 대회(코르티나 담페초 겨울철 대회)부터 1964년 도쿄 여름철 대회(인스부르크 겨울철 대회)까지 이뤄진 동·서독 올림픽 단일팀처럼 전체 종목에서 단일팀을 꾸리지는 못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하는 한편 남북 정상이 자리를 함께할 가능성이 커져 이번 대회는 한국 스포츠사는 물론 남북 교류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 남북 정상을 초청했다는 소식과 관련한 NHK 보도 내용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NHK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남북 정상 초청장 발송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에 있다. 최근 북한 비핵화 관련 대화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1962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경기대회에 11개 종목 13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그런데 이때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미 수교 상태였다. 한때 총부리를 겨눴던 중국과 비교는 다소 무리하지만 1986년 제10회 서울 대회와 1990년 제11회 베이징 대회에 중국과 한국이 각각 외교 관계가 맺어지지 않은 가운데 한국과 중국에 서로 선수단을 파견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한 것은 이 대회 이후 10년 이상이 지난 1973년이다.
스포츠가 앞장서는 아시아 우호 증진이라는 대의는 있었지만 1962년 자카르타 대회는 좀 시끄러웠다. 스포츠가 오히려 아시아인의 잔치를 혼란스럽게 했다.
자카르타 대회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치적인 문제로 이스라엘과 자유중국(오늘날 대만)에 ID 카드 발급을 거부했다. 개최국이 특정 나라의 출전을 가로막자 국제육상경기연맹과 국제역도연맹은 각각 이 대회의 해당 종목에 출전하는 나라는 제명 또는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시아경기연맹[AGF,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전신]은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잖아도 인도네시아가 북한과 가까운 사이이고 미 수교 상태에서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전전긍긍했고 신중한 검토 끝에 육상과 역도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두 종목 선수들도 당연히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었고 게다가 역도는 그 무렵 메달 최고 효자 종목이었다. 전 대회인 1958년 제3회 도쿄 대회에서 한국이 차지한 금메달 8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12개 가운데 역도는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메달박스 구실을 톡톡히 했다. 육상도 그 무렵에는 꽤 선전했다. 도쿄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두 종목에 나서지 않은 한국은 금메달 4개와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6위로 밀려났다. 한국은 1954년 제2회 마닐라 대회와 1958년 제3회 도쿄 대회에서 연속으로 종합 3위에 올랐다.출전 종목 성적만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종합 2위였다.
이 대회의 종합 1위는 금메달 73개를 쓸어 담은 일본이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일본 외 나라들이 얻은 금메달은 40개였다. 중국이 아직 국제 스포츠 무대에 얼굴을 내밀지 않던 시절 일본은 아시아에서 절대 강자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일본에 이어 인도가 금메달 10개와 은메달 13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개최국 인도네시아(금 9 은 12 동 17)와 필리핀(금 7 은 4 동16)이 이었다.
이 대회와 관련한 대한체육회 90년사의 아래 대목이 눈길을 끈다.
축구는 이스라엘과 자유중국이 불참하면서 출전국이 8개국으로 줄었지만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한국은 결승전에서 인도에 1-2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인도를2-0으로 완파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때까지 한국은 아시아경기대회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956년과 1960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정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던 한국 선수들의 실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에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 무렵만 해도 한국보다는 북한과 가까웠던 인도네시아와 축구를 통해 어느 정도 우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으니 적지 않은 스포츠 외교의 성과였다.
1960년대 초반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스포츠 외교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이스라엘과 자유중국의 대회 출전을 막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은 이후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스포츠를 정치에 물들인 행태에 대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인도네시아에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는 IOC가 특정 회원국에 징계를 내린 첫 번째 사례이자 단호한 조치였다. 그러자 아반드리오 인도네시아 외무 장관은 "제국주의자들이 이끄는 기존 대회에 대항해 아시아, 아프리카 신생국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듬해인 1963년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은 IOC 탈퇴와 함께 가네포([GANEFO, Games of the New Emerging Forces]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해 11월 자카르타에서 소련과 중국,북한, 쿠바, 동독, 세네갈 등 51개국 2,0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제1회 가네포가 열렸다.
그런데 이 대회에 나선 소련의 자세가 애매모호했다. 소련은 아시아, 아프리카 제3세계 나라들과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IOC 내에서 자신들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는 모두 뺐다.
이 대회에 북한은 세계적인 육상 여자 중거리 선수인 신금단을 내보내면서 종합 순위 5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1년 뒤 열린 도쿄 올림픽 보이콧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도네시아가 제3세계 리더를 자임하며 호기 있게 가네포를 출범시켰으나 제2회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196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두 번째 가네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됐다.
결국 제2회 대회는 아시아 지역 17개 나라만 출전한 가운데 1966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그래서 '아시아 가네포'로 불린다. 이 대회에서는 중국과 북한, 캄보디아, 일본이 종합 순위 1~4위를 차지했다. 출전국은 이 4개국 외에 실론(오늘날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이라크 북베트남 예멘 팔레스타인 싱가포르 등이었다. 아프리카의 기니는 그해 8월 평양에서 열린 예선 경기에 출전했으나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두 번째 '아시아 가네포'는 1970년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회는 이후 영원히 개최되지 않았다. 정치와 스포츠를 철저히 분리하는 IOC에 맞서 정치와 스포츠를 엮으려 했던 가네포는 물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무렵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는 북한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1965년 북한 지도자 김일성이 비행기를 타고 방문한 유일한 나라가 인도네시아이고, 캄보디아 통치자 노로돔 시아누크는 김일성과 친분으로 북한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반세기 전 인도네시아와 현재의 인도네시아는 다른 외교 노선을 걷고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2017년 현재, 독일과 거의 같은 규모인 연간 84억 달러 수준인 한국의 무역 상대국(수출)이다. 중국과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 등 100억 달러 이상 나라에는 들지 못하지만 15위권 국가로 한국과 활발한 경제 교류를 하고 있다. 경제 교류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한류의 동남아시아 거점이고 발리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반세기 전 북한에 치우쳐 있던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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