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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TALK] "쿠치뉴처럼 구석으로" ‘98년생’ 이상헌, 7포인트 돌풍

작성일: 2018.11.23 14:4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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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헌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프로는 스스로해야 한다.”

만 스무살이지만 어느덧 프로 2년 차. 실질적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으며 존재감을 보이지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세달 남짓. 전남 드래곤즈 미드필더 이상헌(20)은 울산 현대에서 벤치 조차 앉지 못했던 초년생 시절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 스스로 기회를 찾아 움직였고, 그 기회를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프로에 나이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울산 유스 출신 유망주. 2017년 울산에 입단한 이상현은 1998년생, 만 20세의 나이로 2018시즌 K리그1에서 벌써 5골을 넣었다. 2도움을 포함하면 7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K리그1 득점 30걸 안에 드는 최연소 선수다. 

돋보이는 것은 이상헌이 2018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 전남 드래곤즈로 임대 이적한 뒤 대부분의 경기를 교체로 나서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는 점이다. 이상헌은 2018시즌 울산에서 두 차례 교체 출전한 것 외에 전남에서만 19경기에 나섰는데, 이 중 선발 출전한 6차례뿐이었다. 

이상헌의 실제 출전 시간은 874분. 채 90분당 공격 포인트로 따지면 1경기당 하나에 근접한 효율성을 보였다. FA컵 경기에도 한 골을 추가해 2018시즌 총 6골 2도움을 올린 이상헌은 잔여 2경기 결과에 따라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상헌은 전남 드래곤즈가 최하위에서 잔류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구단도 자신도 개인 기록을 챙기고 돌아볼 여유도 없는 시기다. 기업구단으로 창단 후 첫 강등 위기에 처해있다. 

▲ 울산에서 사실상 전력 외였던 이상헌 ⓒ한국프로축구연맹


◆ 울산 벤치에서 1년 반, 이상헌에겐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한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주목 받았던 ‘유망주’ 이상헌은 화려한스쿼드를 구축한 울산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2017시즌에도 뛸 수 있는 팀으로 임대를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 울산대 감독을 역임했던 유상철 전 감독의 호출로 전남 임대 기회를 얻었고,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출전 명령이었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상헌은 “정말 많이 경기를 뛰고 싶었다. 1년 6개월 시간의 지나고, 유상철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쉽게 (팀을) 나가셨지만 너무 감사드린다. 지금 김인완 감독님도 기회 주시고, 좋은 자리와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신다. 그런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는 길을 내가 잘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실전 프로 경기 경험을 하며 이상헌이 느낀 점은 역시 피지컬의 차이. “파워풀하다. 내가 K리그에서 어린 나이인데, 띠동갑 나이의 형, 그 이상의 나이인 형들과 뛴다. 그런 형들과 승부하려면 피지컬을 더 준비해야 한다. 힘든 게 사실이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느끼는 부분이 많다.”

대학을 거쳤다면 출전 공백을 줄였을 수도 있지만, 이상헌은 곧바로 프로에 진출해 몸으로 부딪히고, 벤치 신세를 지면서도 배우고 발전하는 게 많다고 했다. 뒤늦게 기회가 왔지만 지난 1년 반의 시간을 후회한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은 일체 생각 하지 않았다. 프로에 간다는 한 목표였다 후회는 한 번도 없다. 조금이나마 시간 당겨서 형들이랑 경쟁해야 한다. 빨리 프로에 오는 게 좋다. 경기를 못 뛰면서도 심리적인 부분은 더 배웠다고 생각한다. 멘털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올 수 있었던 것 자체로 능력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 울산전에 결승골을 넣은 이상헌 ⓒ한국프로축구연맹


◆ 골문 구석 정조준, 이상헌은 쿠치뉴를 보고 연습한다

1년 반동안 울산에서는 고전했지만, 전남으로 오고서는 곧바로 데뷔골을 넣었다. 수원삼성과 6-4 난타전 승부 당시에는 1골 1도움을 올리며 전남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상헌이 빠르게 전남에 녹아들 수 있었던 데에는 우선 스스로 가진 과감한 돌파와 결정력이라는 ‘원천 기술’이 있었다.

“골 넣다 보니까 좋은 찬스가 왔다. 사실 이렇게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팀의 승리를 목표로 열심히 뛰는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결과를 내자, 포인트를 올리자는 의식도 하고 있다.” 

프로에 진입한 선수들은 새로 기술을 연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기술을 잘 펼쳐 보여야 한다. 어리지만 성인이고, 배우면서도 증명해야 한다. 이상헌은 FA컵을 포함해 몰아친 6골 모두 골문 구석을 예리하게 찌르며 만들었다. 축구에서 득점은 때로 행운이 필요하지만, 이상헌의 슈팅은 철저한 계산과 준비의 결과물이다. 이상헌이 갖추고 싶은 기술은 알고도 못 막는 슈팅. 롤 모델은 브라질 공격수 필리페 쿠치뉴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포워드를 섰고, 득점왕도 탔다. 경기 있어서 힘들 땐 근력 운동만 하지만, 훈련이 성에 안차면 따로 슈팅 훈련도 하고 있다. 울산에 있을 때도 슈팅 훈련을 좋아했다. 브라질의 쿠치뉴 선수를 보면서 플레이를 많이 한다. 쿠치뉴 선수를 보면 슈팅이 다 구석으로, 사각지대로 꽂히더라. 알아도 못 막는 능력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보고 잘 하려고 한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보면서 참고하고 있다.”

슈팅 기술만 갖고 있다고 단기간에 새로 온 선수가 이토록 많은 골을 넣을 수는 없다. 이상헌은 팀의 지원, 그리고 후반 조커로 뛰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것도 최근 활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하면서 좋은 기회가 와서 골로 연결할 수 있었다. 공간으로 침투하면 패스가 들어온다. (한)찬희 형이 어시스트 해준 게 3개다.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뛰면 (패스가) 들어온다.”

이상헌은 전남에서 동갑내기 선수가 없지만, 한찬희, 이유현 등 2017년 FIFA U-20 월드컵을 함께 했던 형들과 호흡을 맞추며 생활에서나 운동장에서나 빠르게 전남에 녹아 들었다. 어린 선수를 직접 육성하고 과감하게 기회를 주며 운영해온 전남 분위기도 도움이 됐다. 연령별 대표팀 코치로 일했던 김인완 감독대행도 이상헌에게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하라”고 독려했다. 과감하게 돌파하고 슈팅하며 어린 이상헌이 경기장에서 뛰놀 수 있게 했다. 

▲ 후반전에 투입되어 돌파와 슈팅에 집중하는 이상헌 ⓒ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가 ‘어린 재능’을 활용하는 법, 슈퍼 서브

이상헌은 빠른 스피드와 돌파, 슈팅을 무기로 슈퍼서브로 기능하고 있다. 후반 조커로 몸도 마음도 준비하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 다만 후반 조커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90분 내내 치명적인 공격수가 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

“주로 후반전 조커로 들어가곤 한다. 후반전에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 드리블이 통한다고 생각한다. 후반전에 나가더라도 몸 푸는 것을 흐지부지하게 하면 경기장에서 엄청 힘들다. 몸을 더 강하게 풀어주고 들어가야 한다. 요즘 팀이 지고 있을 때 들어가는 상황이 많다. 뒤집자는 생각으로 들어간다. 반면 전반전에 가면 형들도 100% 체력이고, 그런 체력에서 승부를 하기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부족하다. 상대가 100% 체력일 때도 이길 수 있게 피지컬고 기술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이상헌은 지난 9월 23일 친정팀 울산현대와 경기에 후반전 시작과 함께 투입되어 1-0 승리를 이끈 결승골을 넣었다. “어느 때보다 준비한 게 울산전이다. 하나하나 사소한 것부터 준비했다. 내 가치 증명하고 싶었다.” 

프로 2년 차, 이상헌은 이제 진짜 프로가 된 느낌이다.

“프로다. 누가 해주는 게 아니다. 내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한다. 프로라면 프로답게 행동해야 한다. 사소한 것까지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먹는 것, 자는 것, 부족한 것 모두 챙기고 준비하고 있다.” 

▲ 이상헌의 질주 ⓒ한국프로축구연맹


◆ 벼랑 끝에 선 전남, 이상헌 결정력이 희망 될까?

K리그1 종료까지 두 경기. 전남은 승점 32점으로 최하위. 이대로라면 2019시즌 K리그2로 자동 강등된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이는 4점. 인천이 2경기를 모두 지고 전남이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서 잔류할 기회가 생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남은 마지막 기회를 놓지 않았다.

“팀도 그렇고 저 자신도 그렇고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다음 경기는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팀은 전남이다. 베테랑 효진이 형이 한마디 했다. 오랜 프로 생활을 했지만 2부로 떨어진 적은 없다. 잔류한다는 마음만 갖고 있다.”

전남은 24일 오후 4시 대구FC와 경기한다. 인천이 서울에 질 경우, 12월 1일 인천과 맞대결이 11위 결정전이 될 수 있다. 지금 전남에게 필요한 것은 골이다. 이상헌의 킬러 본능이 다시 절실하다.

“최근에 무기력한 경기가 많았다. 득점도 적었다. 서울전은 골도 넣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이번주는 총력이다. 결국 축구는 결과론이다. 대구전은 골로 승부하고 싶다.”

프로 출전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이상헌은 최근 국가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2017냔 FIFA U-20 월드컵 멤버들의 활약에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얻고 있다. 잔여 2경기 결과에 따라 2018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 후보 대열에 언급될 수도 있다. 유력한 수상 후보인 울산 미드필더 한승규와 득점 기록은 동률이다.

“진현이 형 등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형들도 대표팀에 가고 있다. 나도 노력한다면 대표팀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소속팀에서 더 잘해야 한다. 영플레이어상은 기대도 안 했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지금은 개인 기록이나 자리보다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 전남의 승리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 

스무살 이상헌은 플레이는 물론 각오도, 자세도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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