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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인사이드] 창의력으로 해낸다…타고투저 시대의 볼 배합

작성일: 2019.04.01 19:00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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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양의지는 두산 시절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불렸다. 허를 찌르는 볼배합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 한희재 기자
▲ 야스마니 그랜달(밀워키)은 다저스 시절부터 오른쪽 팔에 상대 타자들에 대한 정보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미국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전체 투구에서 패스트볼의 비율은 55%로 나타났다. 역대 최소치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마일(약 149.7km),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그 빠른 직구를 그 어느 때보다 적게 던지는 아이러니다.

머지 않아 '직구 타이밍' 이라는 말은 죽은 말이 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과거 '직구 타이밍'이라 불리던 특정 볼카운트(2-0, 2-1 등)에서의 패스트볼 활용이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3볼 이후에도 그렇다. KBO 리그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LG 류중일 감독은 "볼카운트 3-0은 특별한 경우 빼면 타자가 가장 치기 좋은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요즘은 3-0에서도 변화구를 던지는 경우가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더하다. 한 메이저리그 투수 코치는 '아직도 패스트볼 카운트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코치는 "우리는 타자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 정보가 어떻게 타자를 공략할지, 어떻게 타자를 어렵게 만들지 알려준다. 패스트볼 카운트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내 경우에는 투수들에게 볼카운트 2-0이라도 3구째에 패스트볼을 되도록이면 던지지 말라고 한다"고 밝혔다.

▲ 휴스턴 애스트로스 브렌트 스트롬 투수 코치는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다른 상황도 마찬가지지만)볼카운트 2-0에서 3구째는 의미가 있다. 자칫 볼이 되면 투수가 궁지에 몰린다.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넣는다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여지가 생긴다. 

가장 생각하기 쉬운 공은 지금까지의 상식대로는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디어슬레틱과 스포츠인포솔루션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에 패스트볼이 나오는 비율은 15%P 줄었다. 볼카운트 2-1, 3-1에서의 다음 공 모두 패스트볼은 감소 추세다.

패스트볼의 전체적인 감소는 볼 배합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슬라이더-커터는 15년만 해도 전체 투구의 14.5%였는데, 지난해에는 22.6%까지 늘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데이터 분석가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인 볼배합의 시대"라고 밝혔다.

▲ KIA 이명기 ⓒ 곽혜미 기자
◆ 역발상

오른손 투수는 오른손 타자에게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고, 왼손 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혹은 가로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바깥쪽을 향하는 공으로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것이 투구의 기본이다. 혹은 그렇게 '생각했다.'  

LG 신경식 타격 코치는 "세로 움직임이 없이 휘는 변화구(오른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는 경우등)를 반대손 타자에게 잘못 던지면 크게 맞을 우려가 있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은 맞아도 단타지만 몸쪽으로 잘못 들어가면 장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 경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오른손 투수들도 저한테 슬라이더를 던지더라고요." KIA 이명기는 왼손 타자다. 그런데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 공략에 애를 먹어 성적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290이었다. 2017년은 0.329였다. 

신경식 코치는 "아직 보편적인 볼배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보여주는 공으로 쓸 수는 있다. 몸쪽을 찌르고 다음 공을 바깥으로 넣는다거나. 혹은 떨어지는 움직임이 있다면 결정구로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얘기했다. 삼성 최충연이 슬라이더를 이렇게 구사한다.  

포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런 변화에 대해 "사실 예전 내가 현역일 때는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 경우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타자는 투수에 맞게, 투수는 타자에 맞게 진화하다 보니 '비전형성의 전형화'가 생긴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 LG 배재준 ⓒ 곽혜미 기자
◆ 패스트볼보다 변화구

메이저리그처럼 패스트볼을 줄이고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는 사례도 있었다. 

3월 27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한 LG 배재준은 총 88구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35구, 투심 패스트볼을 7구 던졌다. 커브(22구) 슬라이더(19구) 체인지업(5구, 선수는 7개로 기억)의 합이 패스트볼 계열의 합보다 많다. 

배재준은 "경기마다 다른 전략을 쓸 생각이다. 인천에서는 홈런 부담이 있어 정면 승부보다는 커브 위주의 볼배합을 준비했다. 평소 제 위주로 게임을 푸는 편인데 27일은 포수 리드에 따랐다. SK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믿고 던졌다"고 말했다. 

배재준은 피홈런 1개를 허용했지만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SK를 봉쇄했다. 전력분석에서 SK 타자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자신의 투구 패턴을 바꾼 것이 적중했다. 

역발상 볼배합과 변화구 비중의 역전 같은 변화의 조짐을 본 KIA 강상수 투수총괄 코치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좋은 현상 아닌가. 내가 현역 때는 투심 패스트볼 같은 구종을 배운 적이 없다. 지금은 다르다. 정해진 패턴은 타자들이 대처할 수 있다. 타고투저가 계속되는 가운데 투수들이 변화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는 "단 어떤 변화구라도 낮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손 투수라면 왼손 타자 상대할 때 시계 7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공이 있다면 좋다. 횡으로 움직이는 공이라도 빗맞은 타구를 유도할 수 있으니 예전 같은 정해진 레퍼토리보다 낫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투수들이 이런 과감한 시도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부담이 있다. 

배재준은 "왼손 타자에게 슬라이더? 짧게 치는 선수에게는 던질 수 있겠지만 홈런 타자에게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두산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왼손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져봤는데 쉽지 않았다. 이제는 던지지 않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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