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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기획-'코로나 셧다운' 그후①]이 없으면 잇몸으로…그래도 연예계 시계는 돈다

작성일: 2020.03.07 14:10 장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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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수칙을 안내한 도심 플래카드. ⓒ곽혜미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진자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즉각 폐쇄되고 격리되는 등 그야말로 바이러스는 여러 사업장과 산업을 '셧다운'시키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체가 재택 근무를 선택하면서 분주하던 아침 일상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에너지가 넘쳐나던 거리는 고요해졌다. 불특정 다수가 늘 함께해야 하는 연예계는 24시간 비상이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다녀온 연예계 관계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연예계 역시 코로나19 감염 확산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연예계는 몸사리기에 들어갔다. 속도를 줄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코로나19와 오늘도 싸우고 있는 연예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는 연예계에 직격타를 날렸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관객들로 꽉꽉 들어찼던 극장가는 썰렁하기만 하다. 영화인들이 현장에서 목숨을 걸 듯 치열하게 만든 영화는 피해를 막기 위해 연이어 개봉을 미루고 있다. 극장가의 개봉 연기는 한국 영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뮬란'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대작을 포함해 외화들도 줄줄이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 

가요계는 팬들 없는 현장이 이어지고 있다. 음악방송은 무관객 녹화로 감염 확산 가능성 차단에 나섰고, 가수들은 쇼케이스, 팬사인회 등 팬들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를 줄줄이 취소했다. 방탄소년단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이려던 월드투어 6회 공연을 연기했다.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녹화를 취소하는 음악방송마저 생기자 설 자리를 잃은 일부 가수들은 컴백을 미루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방송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끼줍쇼',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거리로 나서 시청자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은 촬영을 중단하거나 스튜디오 촬영으로 녹화 방식을 바꿨다. 일부 드라마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촬영을 연기하고 결방을 결정했고, 방영을 앞둔 드라마는 첫 방송 날짜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까지 나왔다. 촬영 현장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서도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는 '침묵의 현장'으로 변했다. 방송국에서는 "이러다 TV가 멈추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 안전한 환경을 위해 촬영을 한 주 미룬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제공| JTBC

◆'스톱'은 없다…방송계, 코로나19 여파 앞 절박한 생존기

비상사태 속에서도 촬영은 그만둘 수 없다. 특히 촬영 기간에 여유가 있는 영화와 달리, 방송 기간이 정해져 있는 드라마를 방영해야 하는 방송국은 더더욱 멈출 수 없다. '납품 기한'이나 마찬가지인 방송 날짜를 어기면, 곧 결방이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속에 방송국은 건강한, 또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드라마들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촬영을 진행 중이다. 모든 스태프들이 촬영 전 체온을 체크하고, 촬영 시에는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한다. 손세정제, 손소독제, 일회용 가글까지 구비해 바이러스 침투를 막겠다는 각오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고 촬영을 한 주 휴식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의심 환자가 나와 촬영을 하루 쉬었던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최대한 예정대로 촬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기본적으로 수십 명이 몰리는 현장이다보니 코로나19 이후 관공서는 물론이고 촬영 허가를 얻는 자체가 쉽지 않아 세트 촬영 위주로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을 위해 촬영을 접는 경우도 나왔다. 인원을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끼고 손 소독제를 발라가며 촬영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 '런닝맨' 출연자 유재석, 지석진, 송지효, 전소민, 양세찬, 하하, 이광수(왼쪽부터) ⓒ한희재 기자

예능 프로그램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에 나섰다. 유럽에서 대규모 해외 촬영을 준비했던 '런닝맨'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이어지면서 프로젝트를 접었다. 당분간 실내에서만 촬영하는 '방구석 특집'을 이어간다. 야외 예능이었던 '런닝맨'은 실내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포맷을 시도 중이다. SBS 사옥 내부에서 미션을 수행한 '런닝 카운트다운 레이스', 실내에서 다양한 게임을 한 '결정 백! 레이스' 등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런닝맨'의 한 관계자는 "야외 촬영이 기본 포맷이었던 터라 촬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여러 가지 우려가 많아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도 "'방구석 특집'을 시작한 후로 시청률이 상승했다. 최대한 긴장 속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 '코미디 빅리그' 무대에 선 문세윤(위 사진)과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며 리액션한 이진호. 출처| tvN '코미디 빅리그' 방송 캡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빈 관객석, 연예인은 관객으로-스태프는 무대로 모십니다 

관객이 없는 관객석은 출연진들이 채우면서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우려로 공개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관객 녹화를 진행하자, 관객석의 빈 자리를 출연자들이 직접 채우면서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관객 없이 녹화를 진행하는 '코미디 빅리그'는 무대마다 동료 개그맨들이 관객을 자처하고 있다. 리액션부터 남다른 개그맨들은 서로의 무대를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이들의 반응에 힘입어 녹화 분위기도 더욱 달아오른다.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참여했던 부분은 '코미디 빅리그' 스태프가 대신하면서 기대 못한 큰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만든 예상 밖의 케미스트리는 카메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로 작용한다. '코미디 빅리그'의 한 출연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원래는 개그맨들이 경쟁하는 형태였지만, 서로가 관객이 되어주면서 같이 잘 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어렵지만 녹화 분위기만은 어느 때보다 좋다. 시청자들에게 코로나19 여파를 잊을 만한 웃음을 드리자고 뭉쳤다"고 말했다. 

▲ 개그우먼 오나미(위 사진)-안소미, 개그맨 서태훈(아래 사진 앞줄) 등 KBS 개그맨들이 관객으로 출연한 KBS2 '불후의 명곡'. 출처| KBS2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

'전설을 노래하다-불후의 명곡(이하 불후의 명곡)' 역시 연예인들이 객석에 앉아 호응한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정수라 편은 일반 관객 대신 KBS 개그맨 30명이 판정단으로 초대돼 무대를 감상했다. 특별한 손님으로 '불후의 명곡'을 찾은 개그맨들은 자신이 무대에 오른 듯한 활기찬 리액션으로 프로그램 흥을 돋웠다. 

KBS 심야 음악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MC인 유희열이 유일한 관객으로 관객석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세상을 다 가진 듯 미소를 짓는 유희열의 얼굴은 코로나19 우려도 날려버리는 '유희열의 스케치북'만의 재미다. 

코로나19 여파로 결승 녹화를 관객 없이 진행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본선 진출자들이 결승전의 관객이 됐다. 48명의 본선 진출자 중 부득이한 일정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결승에 참석해 최종 7인의 무대를 현장에서 응원했다. 이들은 관객 이상의 뜨거운 열기로 임영웅, 이찬원, 정동원, 김호중, 장민호, 영탁, 김희재 등 7명의 결승 진출자들을 응원해 마지막 녹화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는 후문이다. 

▲ '랜선 공연'을 연 그룹 위너. 제공| YG엔터테인먼트

◆뜻밖의 눈호강 귀호강…안방 1열에서 최고로 모십니다 

가수들은 '랜선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가장 먼저 특별한 '랜선 공연'을 시작한 것은 보이그룹 위너다. 서울 앙코르 공연으로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하려던 위너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서울, 싱가포르 공연이 취소되자 '랜선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위너 멤버들은 공연 취소를 아쉬워하는 글로벌 팬들을 위해 고심하다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고, 미리 팬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특별한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역대급 무대와 실시간 소통으로 꾸며진 위너 '랜선 공연'에는 96만 명이 넘는 국내외 팬들이 몰려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팬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방법을 모색하다 랜선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다. 위너 멤버들이 직접 회의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낼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며 "96만 명이 넘는 팬들이 함께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온라인 공연에 위너도 감사해했고, 오랜만에 팬들과 소통하고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 기뻐했다"고 말했다.

가수 선우정아도 2월 말 '재즈 박스'라는 이름의 라이브 공연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재즈 클럽에 초대된 듯한 분위기의 공연에 호평이 쏟아졌고,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2차 생중계 공연도 준비 중이다. 콘서트를 취소한 '음원 강자' 백예린도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준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해외 팬들을 처음 만나기로 했던 그는 공연이 취소되자 공연 세트 리스트 그대로를 7일 유튜브 라이브로 선보인다.

▲ '방구석 콘서트' 특집을 기획한 김태호 PD-유재석의 '놀면 뭐하니?'. 제공| MBC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는 '방구석 특집'을 준비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공연을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한 아티스트들을 모아 집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가수들이 직접 '랜선 공연'을 개최했다면, '놀면 뭐하니?'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안방 공연'을 만든 것이다. 이 공연을 위해 유재석이 꽃을 들고 섭외에 나선 것으로 전해져 이번 특집에 누가 출연할지도 관심사다.

'방구석 특집 콘서트'는 외부에 쉽게 나갈 수 없는 촬영팀,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나 행사가 취소된 연예인들, 그리고 외출이 힘든 시청자들을 모두 위한 '실내 특집'이다. 코로나19 여파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하는 김태호 PD의 영리한 기획이 돋보인다. '놀면 뭐하니' 측은 "시청자들과 함께 문화계 현장의 위기를 공감하고 극복을 위해 응원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긴장하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현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방송을 차질없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에 참여하는 인원들과 시청자들의 건강이다. 건강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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