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인사이트]지식 소매상, 설민석만의 문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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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은 그간 여러 차례 오류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전문성 시비에 휩싸였다. 역사적 사실을 너무 단순화하거나 왜곡하고, 엉뚱하게 설명했다가 지적 받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설민석의 오류와 논란이 잘 정리돼 있을 정도다.
2016년 tvN '어쩌다 어른'에서 '장희빈이 사약을 마시기 전 아들 경종을 성불구자로 만들었다'는 신빙성 낮은 이야기를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말해 학계의 빈축을 샀다. 저서와 강의 중에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룸살롱'인 태화관에서 낮술을 마셨고 손병희는 마담 주옥경과 사귀었다"는 문제적 발언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저서 '역사 읽어주는 남자'에선 중국 상나라의 악녀 달기를 설명하며 '사치스러운 생활'이란 의미의 주지육림(酒池肉林)을 주지육림(酒地肉林)이라 잘 못 쓰고, 해석마저 "땅에는 술 숲에는 고기"로 쓴 건 애교수준이다. 또 다른 저서 '설민석의 삼국지'에서 유비가 공손찬을 '손찬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는데, 오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공손찬은 성이 '공손'이고, 이름이 '찬'이다).
오류로 점철됐던 그의 지식 소매는 지난 19일 tvN '벌거벗은 세계사'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화를 부르고 말았다. 해당 방송에서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고 했고, 카이사르가 폰토스 왕국군을 제압한 뒤 했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말을 이집트에서 돌아온 뒤 한 것처럼 설명해 고고학자로부터 오류를 지적 받았다. 설민석은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석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시비가 제기되면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설민석의 활동중단에 따라 MBC '선을 넘는 녀석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이번 '설민석 사태'는 한 지식 소매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기용한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 셀럽 강연자, 지식 소매상들의 비전문성을 알면서도 방송사들이 이들의 전달력과 쇼맨십에 기대 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소홀히 했다. '진짜 전문가'를 찾는 일에 게을리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기경량 교수는 페이스북에 "설민석이 가진 능력 밖의 일인데, 방송 미디어가 그의 이름값에 기대어 자꾸 그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설민석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지식을 대하는 방송 미디어의 얄팍함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썼다.
결국 미디어가 설민석같은 인물을 너무 선호하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지식의 참 가치는 도외시하고, 진짜 전문가를 기용하기 두려워하는 방송사들이 입담 좋은 셀럽을 앞세워 쉽게 해결하려다가 빚어진 참사다.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방송의 속성상 스타 시스템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설민석처럼 전달력이 좋고, 재미있으며 교훈까지 주는 스타를 방송계에서는 적극 활용하고 싶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적인 영역의 내용을 잘못 전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역사에서 오류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결국 스타 시스템만을 활용하고자 한 방송가의 안일한 태도가 '설민석 사태'를 키웠다.
진지한 자세로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도 물론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같은 환경에서도 4년간 진짜 전문가들만 출연시켜왔다. 그야말로 잘 버텨내면서, 곧 200회를 맞는다. 어줍잡이 지식 소매상을 내세운 사이비 교양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차이나는 클라스'는 권위있는 전문가들만을 초빙해 지식의 등불을 지켜왔다. '차이나는 클라스'가 200회를 앞두고 있다는 것은 지식의 예능화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 gyummy@spotvnews.co.kr관련 추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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