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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 감독이 마산구장 화장실에 숨어야 했던 사연

작성일: 2021.02.04 06:00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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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홍원기 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공이 그쪽으로 오더라. 엉거주춤 몸을 날렸는데 또 글러브 안에 들어갔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이었는데 심판이 아웃 판정을 내렸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잠시 추억에 빠졌다. 때는 세기말 1999년 6월 10일, 장소는 마산구장이다. 이날 롯데와 두산의 경기는 박정태의 연속 안타 기록 행진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정태는 이 경기에서 32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하고 있었다.

홍원기 감독이 존재감을 발휘한 순간은 두산이 6-0으로 앞선 9회말 2사 후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걸린 상황에서 박정태가 타석에 들어섰다. 언제나처럼 비장한 표정과 함께. 

박정태가 친 공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르게 굴렀다. 그러나 3루수였던 홍원기 감독이 다이빙 캐치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박정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하며 온 힘을 다했지만 1루심의 판단은 아웃이었다.

홍원기 감독도 박정태의 기록이 걸린 타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빠지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파울라인 쪽은 내려놓고 3-유 사이에 집중했는데 마침 타구가 그쪽으로 오고 말았다. 

자신도 놀란 상황, 본능이 앞섰다. 다이빙캐치 후 정확한 1루 송구까지 완벽한 연결 동작.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영상 보면 다이빙부터 엉거주춤하다"며 웃었다.

기록과 경기를 동시에 끝낸 호수비에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때만 하더라도 마산구장의 열기(?)는 다른 곳과 차원이 달랐다. 

박정태의 기록 중단에 성난 롯데 팬들이 두산 버스를 막아섰다. 홍원기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먼저 버스에 타고, 나와 1군 매니저만 화장실에 숨어있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유니폼에 이름이 쓰여있으니까 다른 옷을 입고 나갔다"는 일화도 들췄다. 

다음 날 박정태는 홍원기 감독에게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고 격려했다. 선배의 기록을 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던 홍원기 감독은 "그 말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추억했다. 

홍원기 감독에게 1999년은 다른 의미로도 기억에 남는 시즌이다.

입단할 때만 해도 홍원기 감독은 한화의 차세대 주전 3루수로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한화에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결국 1999년 시즌 중 두산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트레이드로 앞길이 열린 것도 아니었다. 당시 두산 내야에는 1루수 타이론 우즈, 2루수 안경현(해설위원) 3루수 김동주 유격수 김민호(코치)가 버티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홍원기 감독은 '유틸리티'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는 "수비코치님을 졸라서 여러 포지션에서 펑고를 받았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마침 김인식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출전 기회를 많이 주셨다. 덕분에 전천후 내야수라는 수식어가 생겼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내야수들에게 서브 포지션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제보> sw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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