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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치고 글 배우는 68살 산골 선녀님…감독이 "보물을 건졌다" 한 까닭[인터뷰S]

작성일: 2021.10.21 11:24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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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나이 선녀님' 원호연 감독. 제공|큰물고기미디어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산골짜기까지 갔다가, 보물을 건진 거죠."

원호연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 없는 곳에서 시작해 빛나는 이야기를 건져올리기까지, 고통스럽기까지 한 지난한 과정을 두고 한 이야기였다. '인간극장'부터 이번 3번째 영화까지, TV와 스크린을 아우르며 20년 가까이 걸어 온 다큐멘터리 한 길을 걸으며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온 감독에겐 그들이 '보물'로 보이는 듯 했다.

지난 20일 개봉,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한창나이 선녀님'은 강원도 산골의 깊은 산골, 소 키우고 농사 짓고 글도 배우며 홀로 사는 68살의 주인공 임선녀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해반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원호연 감독이 일단 강원도로 떠났던 게 2018년 2월. 물어물어 우리 '선녀님'을 만난 게 이듬해 5~6월이었으니, 찾는 데만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선녀 어머니는 글을 배우시면서도 계속 일을 하는 분이었어요. 농사일도 하고, 소도 키우고… 주인공을 만날 때는 힘이 느껴지거든요. 다른 에너지가 있는 분이구나, 거기에 이끌려서 찍기 시작했죠. 사실 '6시 내고향'이다 '인간극장'이다 하면 어떤 건지 아시지만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잘 모르실 뿐더러 부담스러워 하시거든요. 그런데 선녀 어머님은 한 번에 그러셨어요. '그래요, 찍어요..' 서로 인연이 됐나봐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 채 함께하던 원호연 감독은 선녀님네 송아지가 태어나는 순간을 담으며 확신이 생겼다 했다. 새로운 탄생과 꿋꿋한 생명력이 하나의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밤새 소를 지켜보던 사이, 밭에서 무를 뽑아 뚝딱 김치까지 담그는 선녀님의 모습은 영화의 시작이 됐다.

이제껏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도 '내가 담은 것이 맞을까' '한 번 만나놓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의하는 게 아닐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는 원호연 감독. 그래서 오래도록 한 사람을 지켜보며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풀고자 했단다.

▲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제공|큰물고기미디어, 트리플픽쳐스

원호연 감독이 선녀님과 함께 한 시간은 1년 여가 훌쩍 넘는다. 카메라에 담긴 300시간이 83분으로 응축된 '한창나이 선녀님'엔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의 시간을 맞이한 그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새롭게 살기 위해 글을 배우고 집을 짓는 선녀님의 씩씩한 에너지에 불끈 힘이 솟고, 이제껏 말 못한 속내엔 가슴과 눈가가 촉촉해진다.

"처음엔 '화'라는 제목도 생각했어요. 꽃 화(花), 불 화(火), 빛날 화(華)…. 그러다 이 이야기가 선녀의 이야기로 보였으면 했던 데서 지금의 제목이 됐죠. 저는 동화 속 나무꾼과 선녀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시작부터 눈이 내리고, 옷 이야기도 나오죠. 이 현실판 동화에서 선녀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 '한창나이 선녀님' 원호연 감독. 제공|큰물고기미디어
원 감독은 오래도록 함께하며 카메라 앞에 마음을 열어 준 선녀님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마치 사명감처럼 느낀다고 했다. 마침 '한창나이 선녀님'은 산골짜기 노년의 이야기를 담은 역대 최고 흥행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평행이론이 일기도 했던 터다.

"어떤 이별의 순간을 지켜볼 수 있죠. 하지만 우리 선녀 어머니는 그 순간에도 꿋꿋하게 버티시고, 매일 한 발 한 발을 걸어나가세요. 희망이 공존하죠. 슬픔 속에서도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희망의 순간을 보여두리고 싶어요. '힘들지만 내일도 열심히 살 거야', 다시 일어나야 하는 요즘 시기에 그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제공|큰물고기미디어, 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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