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유체이탈자', '본'의 세계에서 '뷰티인사이드'가 벌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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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남자 강이안이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이다. 세계적인 인기 첩보 액션 시리즈물 '본' 시리즈처럼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나가는 동시에, 영화 '뷰티인사이드'처럼 수시로 다른 사람으로 몸이 바뀐다. 대신 몸이 바뀌는 대상은 핵심 사건에 관계된 인물로만 한정시켜 스토리 집중도를 높였다.
인기가 검증된 두 작품의 소재를 적절히 배합한 만큼 흥미로운 설정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행히 구성까지 깔끔하게 해낸 덕에 다소 허무맹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매듭짓는데 성공했다.
전체적인 틀은 후반부에 힘을 주는 미괄식 구성을 택했다. 주인공이 목적을 향해 차근차근 징검다리 건너듯 몸에서 몸으로 옮겨가며 단서를 찾아나가고, 후반부에 모든 비밀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사람을 타고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며 정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나간다. 명료한 구성으로 엔딩에 힘을 줄 수 있게끔 단단하게 이야기의 틀을 잡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후반부에 힘을 싣기 위해 전반부가 소모된 느낌이 있다. 주인공이 몸이 바뀌는 상황을 파악하는 구간이 길다보니,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다 못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 '언제까지 이러는 걸까' 같은 의아함이 치솟기도 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동안엔 엔딩까지 보고난 뒤 상쇄될 감정이겠지만, 빠른 전개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하다.
또한 몸이 바뀌는 순간의 비주얼은 2021년 개봉작답게 화려한 CG로 구현했다. 공들인 티가 나는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다.
눈에 띄는 배역은 임지연이 맡은 문진아와 박용우가 맡은 박실장이다. 임지연은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 헤메는 처절한 감정 연기와 고난도 액션을 동시에 소화하는 모습으로 제 몫을 다했다. 박용우는 선한 인상과 무자비한 사이코패스적 면모가 대비를 이루는 멋진 빌런 캐스팅이다. 해사한 미소와 잔혹한 액션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주인공 강이안 역을 맡은 윤계상은 어느덧 원톱 주연으로서의 아우라가 위화감 없이 빛나는 모습이다. 특히 액션은 캐릭터 별로 변주를 주고 속도감을 더해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했다. 노력한 흔적이 화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몸이 바뀐 상황에서도 강이안에게 습관처럼 배어있는 고난도 액션이 터지는 순간이 짜릿함을 준다.
다만 초반에는 캐릭터 톤을 잡지 못해 허공에 떠 있는 듯 의아한 신들이 있다. 작품의 긴장 완화를 담당하는 행려(박지환) 캐릭터와 붙을 때의 대사 톤이 초반에는 갈피를 잃은 분위기다. 웃음과 진지함을 오가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가운데, 중심을 잃고 이도 저도 아닌 어색한 톤이 튀어나온다. 다행히 중반 이후부터 자리가 잡히지만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1인 7역의 변화는 서로의 감정까지 체크하며 공들인 배우들의 노력에 비해 화면에 특징적으로 도드라지진 않는다. 영화의 속도감 때문에 섬세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도 있지만, 설정상의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뷰티인사이드'에선 몸이 바뀌는 대상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기에 성별과 연령대가 주는 장치가 있었다. 반면 '유체이탈자'는 스토리 상 비슷한 나이대의 건장한 성인 남성들로만 몸이 바뀐다. 다리를 저는 등 특징적인 면이 있는 인물 외에는 몸이 바뀐 상황을 배우들의 연기로 알아채긴 어렵다. 바뀐 의상이나 몸이 바뀌는 시간을 알리는 시계, 윤계상이 거울을 찾아다니며 바뀐 얼굴을 확인 시켜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홍보에서부터 궁금증을 자극했던 윤계상의 1인 다역 캐릭터 플레이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바뀐 몸을 이용한 추리 과정도 몸을 쓰는 쪽에 비중을 뒀다. 영리한 두뇌 플레이의 쾌감 쪽은 아니다.
흥미로운 소재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스토리라인까지 골고루 담았다. 다만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은 만큼 사소한 구멍도 큰 아쉬움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엔딩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만족스러운 관람이 될 듯 하다.
오는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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