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세영. 제공|프레인TPC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지난 1일 막을 내린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의 여운이 여전하다. 정조와 의빈 성씨의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왕과 궁녀의 사랑이야기는 연말 연초 가장 뜨거운 화제와 인기의 드라마였다. 5.4%에서 시작한 시청률이 무려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다시 서로를 만나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고 되뇌는 아름답고도 애절한 커플의 모습에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을 합친 '새피엔딩'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지난 7개월을 궁녀 덕임이자 후궁 의빈 성씨로 살았던 이세영(30)은 이 뜨거운 인기의 주역이다. 이산 역 이준호와 애틋하고도 절절한 로맨스를 그리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사극퀸' 다운 안정적인 연기로, 왕의 사랑 앞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되물으며 '선택'을 거듭하는 여성상을 표현하며 극과 캐릭터를 차별화했다. 

이세영은 이미 보름 전 모든 촬영을 마쳤으면서도 "아직도 모르십니까. 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멀리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결국 전하의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 모르시옵니까" 하는 덕임의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줄줄 외웠다. 눈물을 못 참고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세영은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고 느껴보려고 한다. 꽤 오래 여운이 갈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녀와 나눈 '옷소매 붉은 끝동' 이야기는 이랬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화제와 사랑 속에 종영했다.

"7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많은 사랑 받아서 행복하다.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여러 지역을 다니며 촬영하다보니 점점 보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 기뻤다."

-이세영 또한 '사극퀸'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그간 여러 사극에 출연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과분하고 과찬이다. 앞으로 다음에 사극을 하게 된다면 그대는 조금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지금은 그저 행복하고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

사극이라서라기보다 선호하는 인물, 선호하는 작품이기에 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주셔서 다음에 사극을 또 하게 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만의 강점은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은 훌륭한 원작에, 그에 못지 않은 재미있는 대본이 있었고, 또 대선배님을 비롯한 훌륭한 배우들이 계셨다. 연기 합도 좋고 케미도 좋아서가 아닐까 한다."

-2년 만에 시청률 두자릿수를 돌파한 MBC 드라마가 됐다. 성공을 예상했나.

"사실 15% 공약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 '하고싶지 않다'라는 수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를 돌파한다면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 재출연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출연을 했는데, 15%까지 돌파해서 너무 감사하다. 당연히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이세영은 '진또배기'를 부르겠다는 공약을, 이준호는 '라디오스타'에 재출연해 곤룡포 풀 착장으로 '우리집' 댄스를 추겠다는 공약을 했다)

제가 공약으로 걸었던 '진또배기'는 드라마의 여운을 깨지 않나 하는, 가벼운 경솔했던 발언이 아니었나 싶다.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굉장히 죄송하다. 좀 절충해서 '우리집' 가사에 맞춰서 우아하게 당의를 입고 무대를 준비해 보겠다."

-2021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베스트커플상도 받았다.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베스트커플상은 욕심이 좀 있었는데, 한 팀만 단독으로 주실 줄 몰랐다. 처음 영상이 나오기에 후보를 보여주시는구나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가 단독으로 받는다니 너무 기뻤다. 로맨스 사극이라 의미도 남달랐다."

-실제로 산과 덕임, 이른바 산덕커플에 대한 지지가 뜨거웠다. '왕오빠'라고 부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로맨스 케미는 남자주인공이 멋있고 사랑꾼일수록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멋있고 매력적인 인물을 너무 잘 소화해주신 이준호씨게 감사드린다. 연기도 워낙 잘 하시고, 평소부터 신뢰하는 배우였다."

전적으로 남자다운 멋있는 왕의 역할을 잘 소화하신 이준호씨의 공이 아닌가 한다. 일만 잘해도 될텐데, 사람이 좋고 거리감 없이 허물없이 지내며 친해지니 시너지가 배가된다. 베스트커플상을 받고 '왕오빠'라고 한 건, 너무 흥분해서 정신없이 이야기하다가 준호씨 소감을 빠뜨렸던 거다. 아무 생각이 안나서 '왕오빠 덕분입니다' 했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한 엔딩이 먹먹했다. ‘새피엔딩(새드+해피엔딩)’이라는 말도 나왔다. 연기할 때는 어땠는지.

"원작에도 이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 부분을 보고 머리가 '딩' 하는 것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헤어졌는데 꿈속에서 만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 아닌가. 너무 슬프면서도 만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새피엔딩'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웃으려 했지만 리허설 하고 준호씨 찍는 동안에는 너무너무 슬퍼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제공|MBC '옷소매 붉은 끝동'
-촬영이 끝난 지 약 보름이 됐다. 아직도 여운이 남았는지.

"빠져나온 것 같기도 하고, 일 해야하는데 왜 쉬고있나 싶기도 하다. 끝난 것 같지 않아서. 차기작에 들어간다면 금세 잊을 테지만,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고 느껴보려고 한다. 꽤 오래 여운이 갈 것 같다."

-왜 출연을 결심했나.

"시놉시스에 '왕은 궁녀를 사랑했는데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 그 메시지가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는데' 하며 궁금해졌다. 홀린 듯 대본을 보고 원작을 봤다. 원작에서 오는 여운이 컸다. 궁녀의 이야기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궁녀의 시점으로 드라마를 만들게 돼서 욕심이 났다."

-후반부 들어 '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메시지가 더 두드러졌다. 덕임의 마음이 어떻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궁녀가 왕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도록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명확하지는 았았지만 '덕임이는 이산을 연모했구나'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들 때문에 아픔과 쓸쓸함, 아쉬움 처연함이 묻어나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좀 더 능동적이고 뭔가 얻어내기 위해 싸우는 인물에 끌려 한다. 이번 작품은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여인, 가진 게 별로 없는 아이의 사랑 이야기, 그것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원작이 '궁녀는 왕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답을 줬다면 드라마는 어떤 답을 줬다고 생각하는지.

"대본에도 말로 나오는 부분이 거의 없다. '아직도 모르십니까' 하며 '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멀리 달아났을 것이옵니다. 결국 전하의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 모르시옵니까' 하고 덕임이 죽는다. 그 전까지는 시청자가 모르고 궁금해 해야 하기에 크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로맨스이기에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정해두고 촬영했다. '사랑했다, 사랑했으나 그로 인해 잃은 것이 많았다.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표현하려고 했다."

-어떤 순간 마음이 옮겨갔다고 생각하면서 포인트를 두고 연기했나.

"사랑하게 된 순간이라면, 조금씩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5회 엔딩이 '충'으로서의 연심이었다면 행궁의 역모나 광한궁 에피소드 등을 겪으며 끈끈해지고 감정의 농도가 짙어졌다. 그리고 옷소매 자락을 붙잡는 순간이 늘 밀어내다 나도 모르게 나와버린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숨길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산을 남자로서 보게 된 시점은 6부 엔딩의 욕조 신에서 벗은 몸을 봤을 때가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여러 번 번갈아 구해주는 과정에서 점점 산이에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

-정해리 작가가 '시경'까지 직접 조사할 만큼 자료조사에 신경을 썼다고 하더라. 자료나 기록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했는지.

"정해리 작가 준비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준비하신 만큼 철두철미했다. 저는 궁녀의 당시 일상생활, 대본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 어땠는지 고민하고 책도 읽었다. 의빈 성씨와 정조의 이야기, (정조가 의빈 성씨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어제비문', 친구들과 필사한 '곽장양문록'(의빈성씨가 궁녀 시절 영희 경희 복연 등 다른 궁녀 등과 필사한 소설) 등이 존재하기에 영상 클립 등도 많이 찾아봤다."

▲ 배우 이세영. 제공|프레인TPC
-실제 이세영과 덕임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을텐데, 공통점은 인생을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한다는 것.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것. 저보다는 덕임이가 그 시대임에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고싶어하는 것 같다. 저도 배우고 많은 것을 느꼈다. 스스로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차이점이라면 덕임이에 비해서 저는 더 가진 게 많은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도 감사하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 했다.

초반 생동감있는 밝은 덕임이와 비교한다면 싱크로율 약 90%가 아닐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덕임이는 이전의 사극 속 여성 캐릭터와 다르게 느껴진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주체적이지만 큰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한다. 소박하게 살고 싶은 아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무력감도 있다. 조금 더 보잘 것 없고 작게, 그래서 나중이 더 슬플 수 있게 연기하려 했다. 초반엔 지금 생활이 즐겁고 행복한, 역동적인 장면을 그리려 했다. 그간 중전이 되고픈 여성은 있었지만 가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여성은 나온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의빈 성씨를 재조명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박하고도 자부심 있으며 능동적이고 주제적인 인물 같다."

-여러 인상적인 신 중에서도 어떤 것을 명장면으로 꼽고 싶나.

"너무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여운이 오래 가는 것은 엔딩신이다. 산이의 꿈속, 환상에서 덕임이와 재회한다. 온전히 사내로서 덕임이를 위해 있으면서 정무를 보러 가지 않는 전하의 모습.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짠하고 아름다웠다. 그때 드리운 무지개는 CG가 아니다. 필터 반사 때문인데 '이렇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다.

현장에서 추가되는 컷들이 있는데, 궁녀 친구들과 이별하면서 과거의 자신과도 이별하는 장면이다. 대본엔 없었지만 감독님에게 이 장면을 추가해서 찍으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 때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신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실제 '궁녀즈'의 존재도 특별했다.

"작품이 끝난 지금도 '궁녀즈' 같은 존재다. 그것도 3명도 아니고 4명이라, 또래로 만나 너무 다행이다. 다 보석처럼 좋은 사람이다. 그 인연이 너무 소중해서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 3~4주에 한번은 만나 클라이밍 동호회를 만들어볼까 한다. 소중한 동료고 가족같은 존재다. 비단 클라이밍뿐 아니라 수영, 승마 등 하고싶은 것 의견을 내서 해보자 했다."

▲ 배우 이세영. 제공|프레인TPC
-마지막 합방신을 앞두고 '19금'을 예고했다. 생각보다 소소(?)했다는 반응도 있더라.

"촬영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안 그래도 좋은 분위기가 과열됐다. 현장이 정말 뜨거웠다.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라 힘을 내서 보람차게 촬영할 수 있었다. '뜨거운 19금' 장면은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불러오기 위한 멘트이기도 했다. 사극에서 한복 입고 합방한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수위가 높지 않나 했다.

대본상으로는 덕임이의 문신에 산이가 키스하는 장면이 있었다. 옷고름을 풀러서 속적삼을 벗긴다. 촬영 때는 '그 이전 키스신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이 이상 보여주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이후에 새벽이 되어서 덕임이가 보고 있을 때 산이가 깨어나서 다시 키스하는 장면을 넣자' 했다. 아쉬워하는 팬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래도 잘 나왔던 것 같다."

-'옷소매 붉은 끝동' 생각시를 보면 꼬꼬마 시절 '대장금'에서 생각시를 연기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나. (이세영은 2003년 당시 홍리나의 아역을 연기했다)

"옷도 비슷하다. 핑크색 저고리 색깔도 그렇고. 저는 잘 생각은 안 난다. '그분은 양반이고 나는 중인이야' 그런 대사가 생각난다.(웃음)"

-1997년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25년이다. 어릴적 진로를 정했다는 아쉬움은 없나. 아역배우로 시작해 배우로 살아오는 삶이 어려서부터 궁에 들어가 살던 덕임이에게 더 공감하게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아쉬운 마음은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는 마음이 들면 언제 몇살이 되든 시도할 수 있으니까. 비슷한 시기 또래에 비해 빨리 진로를 결정했다. 남다른 기술,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발견한 것이 감사하다. 다른 꿈이 생긴다면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연기는 꾸준히 평생 하고 싶다.

사실 공감이 많이 갔다.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단계를 밟고 있지만 덕임이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 또한 높은 목표, 꿈을 가지는 게 중요하지만 계속 해나가야 그것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서 그것을 잘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실제로 촬영하며 많이 공감했다."

-배우로서 소신이 있다면.

"다른 소신은 없다. 그냥 연기를 잘 하고 싶다. 얼마나 주연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책임감을 갖고 밥값 이상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누게감도 느껴진다. 선배님들 보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을 많이 아우르신다. 제 것만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은 마음이다. 본업을 잘 하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오는 작품 재밌어 하는 이야기를 듣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 이세영에게는 어떤 작품이 될까.

"뜨거운 사랑을 많이 받았다. 매번 반응이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큰 폭발적 반응이 왔다고 생각한다. 남다른 각별함도 있다. 다시 차기작을 한다면 시작점으로 돌아가겠지만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작품은 선물같다. 선물을 매번 받을 수는 없지 않나. 열심히 하면 언젠가 또 받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할 거다. 왕과 궁녀의 가슴아픈 절절한 사랑이야기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 배우 이세영. 제공|프레인T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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