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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내 일이 될까봐 섬뜩한 우리 이야기

작성일: 2022.04.23 07:50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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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공ㅣ마인드 마크
▲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공ㅣ마인드 마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치미는 화에 숨이 가빠오는 111분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이 내지르고 싶은 한 마디를 적나라하게 적어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명문 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그가 남긴 편지엔 병원 이사장 아들 도윤재, 전직 경찰청장 손자 박규범, 한음 국제중학교 교사 아들 정이든, 변호사 강호창의 아들 강한결의 이름이 적혀있다. 휴대폰엔 그동안 김건우가 괴롭힘을 당한 끔찍한 정황이 남아있고, 상황 파악을 마친 가해자 학부모들은 극한의 이기심을 드러내며 조직적인 증거 인멸에 나선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피해자보다는 악역인 가해자 부모들이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고통을 묘사하는 대신 가해자의 심경에 초점을 맞췄다. 준법 의식이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양심과 상식이 무너지면서 내 가족, 내 자식의 일에 누구보다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그려냈다. 

제3자로 이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은 피해 사실을 보며 끓어오르듯 분노하는 익숙한 감정 대신, 가해자들의 시점을 지켜보며 좀 더 차분하게 깊어지는 서늘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극이 진행되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에게 분노하다가, 어느 새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지 못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러는 사이 결국 피해자 부모인 동시에 가해자 부모가 되고 마는 관객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변호사 강호창이 이끄는 스토리 2막이 펼쳐지면서 분위기는 좀 더 흥미진진하게 반전된다. 등장인물들의 '그럴 줄 알았던' 역겨운 태도 변화를 손가락질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기분에 휩싸이는 전개다. 배우 설경구 역시 "내 입장이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할 만큼 어려운 문제가 이어진다. 엔딩까지 힘이 빠지지 않고 호흡이 가빠지는 분노로 숨을 몰아쉬게 된다.

극 전체적으로 문소리, 천우희, 김홍파, 고창석 등 배우들의 긴장감 가득한 호연이 쌓이며 몰입도를 높인다. 성유빈, 노정의 등도 아역 시절임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활약이다. 최악의 부모상을 보여주는 오달수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 역시 논란 당시엔 개봉이 어려웠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심한 분노를 유발한다. 

다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소재 때문에 관객들의 선택이 꺼려질까 우려된다. 몰입도 높은 연기들이 장면을 가득 채웠고, 지나친 감정 과잉을 배제했다. 양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서스펜스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 단위로 관람한다면 의미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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