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중간투입으로 시작해 어느덧 이야기의 중심. 배우 부배(본명 김경남, 38)는 드디어 3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피비(Phoebe, 임성한), 이하 '결사곡')의 시리즈의 진정한 발견이다. 2013년 드라마 '내 손을 잡아'로 데뷔한 이 늦깎이 신예는 연상의 여인에게 저돌적으로 직진, 결국 결혼을 이뤄내고야 마는 확신의 로맨티스트로 분해 시청자들 사이에 그 존재를 분명히 새겼다.
부배가 '결사곡'에서 맡은 캐릭터는 SF전자 가문의 차남이자 라디오 엔지니어 서반(문성호)의 동생인 서동마. 시즌1 도중 첫 등장한 의문의 남자는 더 커진 비중, 더 복잡해진 관계 속에서 오롯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즌2의 막바지, 부배는 불륜 남편과 이혼한 사피영 역 박주미와 결혼식을 올리는 충격의 엔딩으로 예측 불허의 시즌3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 엔딩은 시즌3에서 그대로 현실화됐다. 부배 또한 임혜영(남가빈 역)에게 결별을 선언하고선, 마음을 뺏긴 연상의 여인 박주미(사피영 역)에게 마음을 뺏기고는 그대로 직진하는 저돌적 로맨티스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부배 또한 '현실 서동마' 같은 모습으로 맞춤형 캐릭터에 쏙 녹아났다.
종영 약 보름 전에야 '결사곡3'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부배는 "시즌2 엔딩 때, 연기자들도 촬영 며칠 전 대본을 받고 '대체 이게 뭐지' 다들 그랬다"며 "시즌3도 시청자들과 똑같이 궁금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은 성사됐지만, 임신한 사피영을 남겨두고 부배의 죽음을 암시하는 시즌3 엔딩 또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부배는 "저는 만족스럽다"며 환히 웃었다.
Q. 서동마의 시즌3은 특히 파란만장했다. 사피영의 비명에 꽂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등 소화하기 어려운 설정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연기했는지.
"동마 캐릭터 상황이 그런 부분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도 많이 했다. 연기자로서는 이해를 하고 연기해야 하니까 대본에 집중했다. 소리에 꽂힌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앞서 골프장에서 사피영과 만나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첫눈에 반한 거다. 시간이 흐르고 병원에서 마주치고 훅 들어오자 '이게 진짜구나' 하고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다고 생각했다.
Q. 시즌3 이후 시즌4는 어찌 되나? 시즌3 결말도 너무 궁금하다.(방송일 전 기준)
"시즌4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물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결말은 절대 말할 수 없다. 비밀서약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일러를 하다가 걸린다? 이런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약을 안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Q. 그렇다면, 시즌3 결말은 마음에 드나?
"저는 마음에 든다."(웃음)
Q. 연인에서 부부가 되어가는 관계를 연기한 박주미와의 호흡은 어땠나.
"주미 선배와 진짜 케미가 좋았다. 처음엔 대선배고 많이 떨렸다.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6부에 나와 만남을 갖자면서 종일 레스토랑에서 이야기하는 신이 있지 않나. 하루종일 찍으면서 확 친해졌다. 이후부터는 케미도 잘 맞고 촬영도 더 행복했다. 그저 생각했던 것과 실제 느낌이 좀 다른 분이셨다. 이미지만 보면 너무 완벽해 보이는데,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 아니다. 배려심도 많으시고, 웃음이 많아 현장에서도 전체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신다."
Q. 문제의 레스토랑 독대 장면은 분량부터 어마어마하더라. 박주미는 이미 시즌2에 대화로만 한 회를 끌고 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어떻게 촬영했나. 대사도 박주미보다 훨씬 많더라.
"A4 용지로 30~40장이 넘더라. '어 많네' 하고 읽다가 '어 어' 하는데 그게 끝까지 있는 거다. 정말 놀랐고 당혹스러웠고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 이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우는 수밖에. 100% 외웠다. 세상에 태어나 그만큼 노력한 적이 없는 것 같았을 정도다. 촬영까지 30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집에 틀어박혀 폰도 꺼 놓고 사람도 안 만나고 연습했다. 음식까지 차려놓고 하루 10번씩 연습했다. 혼자 리허설을 300번을 한 셈이다. 한 달 내내 하니 외워지더라. 촬영은 3일에 걸쳐 찍었는데, 모두가 길고 또 워낙 중요한 신이란 걸 알았다. NG가 거의 안 났다. 여유롭지 않았는데더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그 장면에서도 드러나지만 서동마는 꽤 독특한 로맨티스트다. 본인은 한 눈에 빠지지만 상대는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동마는 말로 밀고나가지 않나. 저도 저돌적이긴 한데 말로 설득하나기보다는 느낌으로 주는 것 같다. 저돌적인 점에서는 비슷하다. '이 사람이다' 하면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낸다."
Q. 실제로 부배라는 사람과 서동마의 싱크로율이 높나. 마치 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비슷한 부분이 많다. 대본 보면서도 놀라울 떄가 많다. 한가지, 동마는 술을 좋아하고 저는 안 좋아하는 점 빼고는 다 비슷하다. 날카롭고 프로페셔널하다. 새벽형 인간에 운동도 열심히 한다. 신기한 건 저희 대본을 보고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실제 부배 역시 로맨티스트인가. 이상형이 있다면?
"굉장한 로맨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여자친구 만나면 후회를 안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 정말 최선을 다한다. 헤어지고 나서 후회했던 적은 없다. 이상형이라기보다는 느낑을 중요시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 목소리 좋은 것, 피부 좋은 것, 키가 많이 크지 않은 것… 하지만 다 상관 없이 만났을 때 느낌이 온다. 10초 첫인상이 정말 중요하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동마와 더 비슷한 것도 같다. 물론 비명이랑은 다르지만.(웃음)"
Q. 캐스팅부터 배역에 딱 맞는 사람을 캐스팅해서 그런 건 아닐까. 피비(임성한) 작가가 직접 캐스팅을 했다던데.
"그 날이 생생히 기억난다. 오후 2~3시쯤 저녁 미팅이 있다고 연락이 온 거다. 당연히 갔다. 인사드리고 몇마디 말씀을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확정해 주셨다. 생각나는 건 '연상녀 만날 수 있어요?' 하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좋아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왜 물어보시는지 몰랐는데, 대본을 보니 가빈이도 사피영도 다 연상이더라."
Q. 이른바 '임성한의 픽'이자 새로운 '임성한의 남자'로 불리게 됐는데.
"'임성한 픽'이 맞지 않나. 선택해 주셨고 시즌1부터 성장하다 시즌3에서는 역할이 더 커졌다. 제가 예쁨받는 느낌이다. 그렇게 불리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싫지만은 않다. 앞서 '임성한의 남자'로 불린 분들이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시지 않나. 그 뒤를 이어 제가 그렇게 불린다는 거니까."
Q. 완벽한 비주얼도 내내 눈길을 모았다. 역삼각형 몸매가 드러나는 노출신이 특히 많았다. 흔들림 없는 올백 헤어스타일에 태가 다른 정장 패션도 캐릭터와 꼭 맞았다.
"시즌3 노출신이 많았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더라. 하루도 안 뺴놓고 적어도 1시간30분은 운동을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3개월 정도는 식단 관리도 병행했다. 예민한 가운데 연기도 해야 하니 힘들었다.
의상은 신경을 많이 썼다. 재벌3세이기도 하고, 쉽게쉽게 가지 않았다. 모든 신을 두고 '이러이러하니까 이렇게 가자' 하면서 다 상의해 옷을 입었다. 중요한 신은 그에 맞췄다. 슈트에 베스트를 주로 갖춰 입었는데, 아무래도 슈트만 입는 것과 각 잡힌 느낌이 다르다. 다 일일이 맞춘 슈트다. 수십벌을 입었다. 못해도 20벌 가까이 맞췄을 거다.
거기에 2대8 가르마에 포마드를 바른 헤어스타일을 고수했는데, 꼭 그 스타일을 하라고 하셨다. 가발설도 있지 않았나.(웃음) 저는 좀 '영하게' 하고 싶은 느낌도 있었는데, 머리 스타일은 작가님께서 정해주신 거라 터치하지 않고 따랐다. 그래서 서동마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Q. 뜨거운 인기나 반응을 실감하며 지내는지.
"요즘 실감한다. 밥 먹으러 가든지 하면, 웬만하면 다 알아보신다. 장보러 갈 때도 '잘 보고 있어요' '팬이에요' 이런 분이 많다. 알아봐 주시면 좋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걸 아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선이 집중되면 좀 부담된다. ISTJ형인데, 저도 신기한 게 연기할 때는 신경이 안 쓰인다. 그런데 소수가 있을 때 집중되면 못 견디겠다. 그래서 예능이 힘들기도 하다. 제일 부담되는 인원이 나만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 생각만 해도 힘들다.(웃음)"
Q. 최근 없었던 진한 로맨스의 아이콘이라 더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진한 멜로 느낌을 주는 작품들 자체가 최근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연상녀와의 멜로도 그렇고. 캐릭터가 각인된 것 같다. 지금도 동마 헤어스타일을 하면 마스크를 써도 다 알아보신다.(웃음)"
Q. '결사곡'을 통해 긴 무명의 시간을 벗고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부배에게 '결사곡'이란?
"시즌을 거듭하면서 고향에 다시 오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같았다. '결사곡' 하면 여러가지 느낌이 있다.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 ''결사곡'이 없었다면 내가 여기 없었겠다'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연기자로서도 인간적인 면에서도 굉장히 성장을 했다. 자신감이 생겼고 멘털이 강해졌다. 제가 좀 유리멘털이어서 댓글 하나만 안 좋아도 무너지고 그랬는데, 왜인지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예전엔 못 그랬다. 자신감 덕분이기도 할 것 같다."
Q. '결사곡' 이후엔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은지.
"신중하게 다음 작품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동마가 워낙 세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다. 허당기 있는 캐릭터, 각잡힌 것 말고 편안한 연기…. . 계속 식단을 관리할 때는 골프 생각을 했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골프 하고 맛집 다니는 것이다. 평소 식단관리를 할 때도 일주일에 2~3번은 맛있게 먹는다. 양도 많아, 수제버거 5개 정도는 한번에 먹는다. 고기라면 10인분?(웃음)
Q. 인생 드라마를 마무리하며 소감이나 각오 한 말씀.
"미국 유학중 아르바이트 모델을 하다 연기를 해보자 해서 귀국해 트레이닝을 받은 게 20대 초중반이니 10년이 훨씬 넘었다. 데뷔 준비도 길고. 무명 기간이 길었다. 뒤돌아보면 한단계 한단계 느리지만 단단하게 올라왔다고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단단하게, 급하지 않게 한단계 한단계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 해 목표가 있다면 해를 넘기기 전에 동마랑은 완전 다른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인사 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성장을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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