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리 감독. 제공ㅣ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 정주리 감독. 제공ㅣ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강효진 기자] 칸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이 배두나와 함께한 작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주리 감독은 25일 영화 '다음 소희' 비평가주간 프레스 시사 직후 칸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주리 감독은 영화에 대해 "전반부는 소희라는 아이의 이야기고 후반부에는 유진이란 형사의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 인물은 배두나여야한다고 시작했다. 제목, 이야기, 구체적 인물 등을 구상하며 동시에 '배두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모든 게 동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 인물을 떠올리게 된 것에도 배두나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가 어떻게 이 인물을 구현할지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것도 있었다. 영화 중간에 나와서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그 독보적인 아우라. 제가 생각하기에 그걸 할 수 있고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정 감독은 배두나가 이번 칸 영화제에 넷플릭스 촬영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같이 없는게 진짜 너무 한스럽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와보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끝내 같이 못왔는데, 저는 (배두나 씨가) 이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영화를 찍는 내내 굳건한 동지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도 계속해서 '다음 소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저는 더 바랄 것이 없다. 지금 (배두나가) 여기 없는 것만 너무 한이 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배두나 배우와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어떤 이야기든지 다시 꼭 하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렇게 비슷하게 형사가 될지, 전혀 다른 인물이 될 지는 모르겠다. 일단 이 영화를 완성해놓고 고민하겠다"고 웃음 지었다.

배두나가 '다음 소희'에서 형사 유진 역을 맡고, 함께 칸 영화제에 초대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서도 형사 역을 맡은 것에 대한 소감도 이어졌다.

정 감독은 "저는 너무 영광이고 고레에다 감독님을 제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한다. 심지어 저희 '도희야' 촬영할 때도 배두나 배우를 응원하러 오셨다. '브로커'에서도 배두나 씨가 형사로 출연하는데 거기선 이름이 수진이라더라. 여기선 유진이로 나오는 것이 되게 재밌는 일이다. 배두나 씨는 형사 역할에'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 배두나. 제공ㅣ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 배두나. 제공ㅣ트윈플러스파트너스, 키이스트

한편 이날 처음 공개된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를 다니며 콜센터에 취직한 평범한 고등학생 소희가 겪는 부조리한 일들과 소희의 행적을 수사하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로 나뉘어 있어 눈길을 모았다.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를 현실적으로 담아내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 감독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훨씬 더 사실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진이란 인물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도 어쩌면 작은 희망일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겠지만, 그런 인물이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좀 더 괜찮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보고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됐다. 제가 처음에 접한 사건이 딱 이 상황이었다. 현장 실습을 콜센터로 나가고, 거기서 일하다가 목숨을 끊는 케이스다. 저는 당시에 '아니 왜 콜센터에 고등학생이 가지?'이게 좀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가게 된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가 끝난 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면 좋겠다.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 제가 최대한 이해해보려 한다. '도대체 이 시스템은 뭔가' 한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이런 이야기들이 영화가 끝난 다음에 나오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칸 현지 극장에서 상영된 '다음 소희' 상영관은 대부분 다국적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다. 다소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있음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에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이 눈길을 모았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시다시피 한국적인 이야기이자 상황이다. 계속해서 '과연 이 분들이 공감해주실 수 있을까' 했다. 저도 그래서 너무 놀랐다. 어린 아이가 겪는 힘듦 등이 관객들 입장에서 이해가 됐나보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찾아볼 때 정말 기가막혔다. 왜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어쩌다 이런 일을 당할까 했다. 여러분 모두 아시지 않느냐. 잊어버릴 만 하면 또 나온다. 왜 계속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다 알면서 또 넘어가느냐. 제가 영화를 만들고나서 비슷한 케이스가 또 나왔을 때가 제일 억장이 무너졌다.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하고선 똑같이 벌어진다. 저도 모르게 기억나는 순간이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정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냥 어떤 마음 가지셨을지 제일 궁금하다. 제가 첫 번째 영화 만들고나서 여러 관객분들만나고 그 분들이 해주셨던 말들을 듣고 다짐했던 게 '내가 아무리 작은 이야기, 적은 수의 사람의 이야기라도 그냥 열심히하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주겠다는 믿음을 갖고 또 다음 영화를 만들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저는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어떻게들 보셨을지 궁금해서 빨리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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