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브로커', 한 마디 위로를 위한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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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칸 황금종려상 이력의 거장에 국가대표급 초호화 캐스팅, 흥행타율 최우수 제작사,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의 조합이라니 이게 웬 호사스러운 영화인가 싶다. 감독은 "이렇게 만들고 재미없으면 내 탓"이라면서도 호화찬란한 재료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담백하게 곱씹을 수 있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8일 개봉한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 영화사 집, 투자·배급 CJ ENM)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3명 이상이 모이면 가족으로 만들어버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주특기가 발휘된 작품이다. 아기를 버린 미혼모 소영(이지은), 나름의 선한 의도 겸 돈벌이를 위해 버려진 아기를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어쩌다 '한 팀'의 유사가족으로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인신매매 현장 검거 타이밍을 노리는 잠복경찰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가 이들을 뒤따르며 관객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드러나는 캐릭터들은 지독한 상처 투성이다. 사회적 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큰 잘못들도 있다. 그러나 '브로커'는 죄에 경중을 두지 않는다. 담담한 시선으로 이들의 아픔에 집중한다. 그리고 몽땅 묶어 아름답게 위로한다. 누군가는 '아름답기만 한' 비현실적 위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인류애적 따뜻함으로 납득이 되기도 한다.
소재만 늘어놓자면 더없이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될 수 있었다. 허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에너지가 더해지면서 유쾌하고 소소한 웃음이 이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나면 영화가 제시한 무거운 주제들이 잔상에 남는다. '의도가 선하다면 불법도 괜찮은가?', '낳아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에 죽이는 것이 나은 선택인가?',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등 민감한 화두를 무한히 곱씹게 된다.
감정 묘사가 섬세한 만큼 다소 상상과 짐작의 여지가 많은 스토리다. 여백은 의도적으로 비운 듯이 배우들의 호연이 가득 채운다. 얼핏 또렷하지 않은 엔딩 또한 객석의 여운을 위한 안배다. 유심히 보면 장면 안에 정답이 있다.
화려한 포장지에 이끌렸다 생각보다 밋밋한 맛에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레에다 감독이 반한 마성의 목소리로 듣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이 한 마디 위로를 위한 129분이었던 것처럼.
8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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