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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달려온 '감독 김병수'…"다시 공부합니다"

작성일: 2022.10.21 18:24 배정호 기자, 정형근 기자,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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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강대로,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1997년 겨울 김병수(51)는 축구화 끈을 풀었다.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 유니폼을 벗고 탈 많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듬해 봄 '지도자 김병수' 커리어가 첫발을 뗐다. 현역 때와 달랐다. 꾸준히 순탄했다. 

모교인 경신고와 포철공고, 포항 스틸러스에서 10년간 코치로 경험을 쌓았다. 2008년 첫 지휘봉을 잡았다. 침체일로를 걷던 영남대였다. 

9년간 팀 위상을 확 바꿨다. U리그 트로피를 휩쓸었다. 2014년에는 U리그 사상 최초로 FA컵 8강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강한 전방 압박과 정교한 라인 컨트롤, '무한 패스'를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빌드업까지. 대학 축구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감독으로 우뚝 섰다. 육성도 탁월했다. 이명주, 김승대, 신진호, 류재문 등이 '감독 김병수'가 배출한 선수들이다.

▲ 프로의 생리를 4년간 경험한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은 '복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강대로, 배정호 기자
▲ 프로의 생리를 4년간 경험한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은 '복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강대로, 배정호 기자

프로 무대서도 선전했다. 2018년 강원FC 지휘봉을 잡고 차기 시즌 6위, 이듬해 7위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U리그에 이어 K리그에서도 '병수볼' 신드롬이 일었다. 강원 황금기 초석을 놓았지만 지난 시즌 부상과 코로나19 암초를 극복하지 못했다. 구단은 강등권 탈피를 위한 분위기 전환을 모색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휴식을 많이 취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마음이 추스려질 때부턴 국내외 축구를 보며 지내고 있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 강원에서 3년 정도 있었는데 첫 두 시즌을 6, 7위로 마감하고 (잘 가다가) 마지막 시즌이 좋지 않았다. 좋은 스타일을 만드려 노력했지만 지난 시즌이 (감독으로서) 조금 아쉽다. 여러모로 강원은 애착이 많이 가고 고마운 팀이다."

2008년부터 쉼없이 달려온 감독의 시간. 김 전 감독은 피치 밖에서 지휘가 아닌 '복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신고 코치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 쉬어보는 것 같다. 좋은 기억은 정말 많다. 하나 지금은 아쉬웠던 점이 더 눈에 들어온다. 휴식하면서 지난 경기를 하나씩 쭉 돌려봤는데 당시엔 미처 보지 못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선수를 기용할 때 좋은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썼다든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활용 면에서 (내 자신에게) 아쉬운 맘이 든다." 

"물론 부상자가 많았고 코로나19 변수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답지 않게 밸런스가 깨지는 모습도 자주 나타났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게도 우리 팀 스타일을 충분히 숙지시켰어야 했는데 그 점에서도 미진한 부문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스스로를 보완해 나가는 데 좋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축구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미흡한 점을) 정리해 나간다고 할까. 그런 부문에선 참 유익한 시간이다."

김 감독이 정의하는 '병수볼'이 궁금했다. 2019년 강원은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한 팀(572회, 86%)이었다. 패스 길이는 가장 짧았고(평균 18.4m) 볼 점유율은 우승 팀 전북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상대 진영에서 볼 소유를 늘리고 센터백을 제외한 전원이 공격 가담해 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패싱 플레이를 추구하는 팀. 그게 강원이었다.

"나는 우리가 공을 쥐고 주도권을 잡은 뒤 그에 따라 상대를 통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포지션 게임을 선호한다. 팀원끼리 생각을 공유하는 축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선명해진다."

김 감독은 197~80년대 아약스를 입에 올렸다. 고 리누스 미헬스 감독(1928~2005)과 고 요한 크루이프(1947~2016)로 상징되는 아약스 특유의 포지션 게임에 적잖은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선수 전원이 왕성하게 뛰고 조직적인 패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상대에 쉽게 공을 내주지 않는 전술은 포철공고 코치 시절부터 부각된 '병수볼' 요체다. 

"포지션 게임 개념은 크루이프 시절 아약스를 시초로 볼 수 있다. (확실히) 이 개념을 구현하는 감독들에게 마음이 간다. 대표적인 예가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물론 과르디올라 외에도 정말 많은 지도자가 현재 포지션 게임을 중시하고 시도한다. 티브이를 보다 그런 스타일의 경기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간다. (시청하면서) 또 많은 걸 배우게 되고 아이디어 역시 공유할 수 있다."

"육성 측면에서 봐도 한 팀이 일관적인 스타일을 갖게 되면 부수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하나의 스타일이) 그 팀 전통이 됐을 때 유스 육성 방향이 명확해져 즉시전력감을 배출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것이 팀 성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김 감독 축구가 K리그에는 맞지 않는 옷이란 지적이 있다. U리그에서 영광이 프로 무대로 순조로이 이어지지 못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천천히 세를 불리고 있다.

"(그러한 비판도) 충분히 이해한다. 프로는 어찌 됐든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니까. K리그 팀을 맡으면서 느낀 건 '확실히 경험이 좀 부족했구나' 였다. 프로는 성과가 가장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여전히 내 스타일을 정립하고 싶단 맘은 있다. 그럼에도 성과를 내야 한다면 내 방식을 (방법적인 면에서)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많이 느끼고 있다."

"다만 어떻게 이기느냐도 고민할 필요가 적지 않다 믿는다. 왜냐하면 프로 구단은 팬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축구를 해서 경쟁력을 키우고, K리그 선수들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서로 경쟁하고 하는 게 (축구계를 볼 때) 좀 더 훌륭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수비를 단단히 하고 역습하는 축구도 좋지만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축구가 공존한다면 더 유익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는 것이다."

야인이 된 김 감독은 소신과 쇄신을 두루 고민한다. 뿌리는 지키되 대학 무대와는 결이 다른 프로의 생리를 4년간 몸으로 체득했다. 두 무대 간극을 경험칙으로 이해하고 공부하면서 '감독 김병수'는 딴딴히 영글고 있다.  

"(많은 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듯 축구 역시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프로 무대에선 경험이 부족했다. 쉬면서 느끼는 것, 배우는 바가 많다"고 털어놓은 그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좀 더 재미난 축구를 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혹 다시 그라운드에서 뵙게 되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날 좋아해 주시는 팬과 그렇지 않으신 팬 모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라며 덤덤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수볼 3막 도입부가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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