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서희 기자]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60대 배우가 30대 역할도 거뜬히 소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 이상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또다른 배우는 필요치 않은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최근 공개돼 주목받은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수십년 세월을 거슬러 연기하는 사례가 대거 늘었다. 성인 배우와 아역 배우의 다른 이미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극의 몰입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최고 장점이다.
최근 첫 OTT 드라마에 도전한 최민식이 대표적. 올해 62세에 접어든 배우 최민식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직접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AI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타 배우가 그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줘 극의 몰입력을 지켰다.
외모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젊어졌는데 '카지노' 측에 따르면, AI 기술을 활용한 페이스 디에이징과 AI 음성합성기술을 접목해 탄생됐다. 이는 세계 최초다. 최민식은 완성된 영상을 보고 "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디에이징 작업은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작업한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 이주원 시각효과 감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례가 극히 드물다"면서 "최민식 배우가 온 얼굴의 근육을 움직여서 연기를 하는 것에 디지털 기술로 그것들을 손을 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10대 소녀 키리 역을 연기한 시고니 위버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무려 60년의 세월을 이겨냈다. 74세 할머니의 모습은 완벽하게 지워진 채 파란 피부의 나비족 소녀로 다시 태어난 위버는 "기술의 발달 덕분에 내가 14세 소녀를 연기할 수 있으니 정말 경이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바타: 물의 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퍼포먼스 캡처 촬영으로 배우들의 신체와 감정, 표정 연기, 눈빛 전부를 담을 수 있었다"고 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세월을 자연스럽게 메우면서도 위버 특징을 키리에 잘 녹여내기 위해 위버의 젊은 시절 모습을 가이드로 사용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숱한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송중기 역시 어린 배우 없이 직접 20대부터 40대까지를 연기하며 진도준 캐릭터를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1985년생으로 38세인 그는 평소 백옥 피부를 자랑, 동안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여기에 주름 등을 없애는 후보정,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더해져 대학생 연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시대상과 캐릭터를 강조한 힘을 더했다. 물론 20년 세월을 거스른 송중기의 전천후 캐릭터 소화력도 한몫 했다.
그런가 하면 타고난 동안 외모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이 필요 없던 스타도 있었다. 바로 배우 장나라다. 장나라는 2017년 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대학 새내기부터 아이를 둔 38세 마진주를 연기했다. 여기에 컴퓨터 그래픽은 없었다.
'고백부부'의 하병훈 PD는 한 인터뷰에서 장나라의 동안 덕분에 작업이 수월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나라는 38세 역할보다 오히려 20세가 더 잘 어울렸다. 사실 얼굴도 깎고, 주름도 가리는 등의 후반 작업을 준비했지만, 그가 원체 동안이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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