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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엎는다"…'유령' 이해영 감독, 모두가 절실했던 캐스팅 비하인드[인터뷰S]

작성일: 2023.01.23 08:00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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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감독. 제공ㅣCJ ENM
▲ 이해영 감독. 제공ㅣCJ ENM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의 시작이었던 이하늬, 중심이었던 설경구, 기적처럼 영화를 구원한 박해수까지. 모든 캐스팅이 절실했던 이해영 감독이 '유령'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다. 개봉을 맞아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연출자 이해영 감독은 이하늬부터 박소담까지 하나하나 공들인 캐스팅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이번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이하늬가 연기한 박차경. 이해영 감독은 이하늬를 떠올리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할 만큼 그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며 "이하늬가 잡히지 않으면 이 영화는 성립될 수 없겠다는 느낌으로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줬다"고 밝혔다.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워낙 '이하늬가 필수조건이었던 작품'이었다고 밝힌 만큼, 캐스팅 단계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하늬에게 캐스팅 당시에 '이하늬 씨가 안 하면 엎는다'고는 안했다.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냥 '같이 합시다'라고 오피셜하게 줬고, 대답도 오피셜하게 '관심 있습니다'라고 줬다. 돌이켜보면 민망할 정도의 초고를 줬는데 바로 '오케이' 해줘서 고마웠다. 그 다음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오래걸렸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나고 이야기 했던 터라 초반부터 온도가 뜨겁진 않았다. 서로 약간의 호의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시작인 이하늬를 섭외한 뒤엔 영화의 중심을 맡은 설경구가 가장 중요했다. 그는 설경구가 "나는 이 영화에서 기능적인 캐릭터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쥰지(설경구)가 영화의 주제를 오롯이 담당하는 캐릭터다. 코어를 연기하고 계신 것이다. 귀여운 애교 같은 느낌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이하늬 배우는 이 이야기의 출발선이었다면, 설경구 선배의 캐스팅은 완성을 위한 결승선이다. 설경구 캐스팅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이 영화는 완전히 무장된다고 봤다. 설경구 선배 캐스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하늬 배우는 초고로 캐스팅 했지만, 설경구 선배는 완고를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닦아서 두 손으로 무릎 꿇고 드려서 겨우 얻어냈다. 이 이야기에 뿌리가 생기고 혈색이 돌고 앞으로 걸어가기 위한 그 모든 것에 설경구 선배님이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든든한 두 사람을 캐스팅한 뒤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당초 이해영 감독의 목표는 카이토(박해수)를 비롯해 일본인 배역은 모두 실제 일본인 배우를 캐스팅 하려던 것이다.

그는 "일본 배우 한 명을 캐스팅 했는데 의상 피팅과 리딩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 배우가 건강상 문제가 생겼고, 팬데믹까지 겹쳤다. 출국을 못하게 돼 하차하게 됐다. 끝까지 일본인을 고수했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왕래가 불가능해졌다. 비자 받기도 어려워서 현실적으로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올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크랭크인이 다가오고 있고 정말 패닉이었다. 열심히 알아보던 차에 일면식도 없던 박해수 배우에게 배팅하자고 던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대사 양이 부담돼 거절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고 싶지만 본인 성격상 민폐가 되면 안되니까. 만난 순간 서로의 욕망이 드러난 것이다. 박해수는 이걸 하고 싶고, 저는 일본어고 뭐고 당신이 매력있으니 이걸 해달라고 하고. 덮어 놓고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됐다. 저는 언어 위에 연기력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언어가 무엇이든 설득될 것이고 박해수라면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해수도 강한 믿음을 주니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2주 만에 시나리오를 통으로 암기했다. 연기할 땐 한국어 한 번, 일본어 한 번 리허설을 하더라.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과 연기력으로 이걸 메꿔줬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구원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감동에 젖었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보다 만족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박해수가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나. 아찔한 생각이 들 정도로 화룡점정 캐스팅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 이해영 감독. 제공ㅣCJ ENM
▲ 이해영 감독. 제공ㅣCJ ENM

박소담이 맡은 유리코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촬영을 힘겹게 마친 박소담이 갑상선 유두암에 걸린 것을 뒤늦게 알게된 것이다. 후시녹음까지 힘겹게 마친 그를 떠올리며 이해영 감독은 "내가 너무 이 친구를 코너로 몰았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뒤늦게 들었다"고 털어놨다.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 당시 박소담을 시작으로 이해영 감독까지 눈물을 흘린 것은 이 때문.

이 감독은 "저도 되게 당황했다. 기자간담회 때 감독들 중 눈물 흘리는 사람 있으면 같이 웃고 그랬다. '운대요~' 그랬다. 제가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음을 터트리며 "영화 공개하면서 긴장한 것도 있는데 배우들에게 고마운 것이 컸다. 배우들 연기를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무대인사 하면서 많이 했던 이야기가 '배우들 자랑하려고 찍었다'고 농담삼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보고 기자간담회 때 같이 앉으니까 이 배우들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얼마나 대단한걸 나에게 해줬는지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 소담이가 그런(투병 과정) 이야기 하다가 눈물이 고였다. 약간 저도 눈물이 고였는데 참았다 사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는 이하늬와 눈이 마주쳐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며 "주변에서 엄청 놀림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영 감독은 이렇게 완성된 캐스팅으로 강박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매 컷 공들여 촬영했다. 특히 이하늬가 돌아서는 위치에 벽 문양이 날개처럼 보이도록, 설경구가 모자를 쓰는 장면이 한 번에 흐트러짐 없도록 수차례 촬영을 거듭했다고.

이해영 감독은 "모자를 한번에 탁 써야하는데 고쳐쓰면 없어보인다. 모자 각도 있고 챙도 있고 마크도 있지 않나. 선배가 '이 정도면 병이야'라고 했지만 밀리미터 단위로 신경썼던 것은 설경구 선배님의 멋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이어 "이하늬가 성냥을 넣고 나가려다 문 소리에 멈추는 장면이 있다. 배우 뒤에 꽃같이 펼쳐진 벽 장식이 있다. 저는 그때 하늬가 섰을 때 센터에 각도가 딱 맞으면 좋겠더라. 장식이 뒤에 날개처럼 펼쳐졌으면 했다. 이것도 배우가 보면서 하긴 힘들다. 몇 번 찍었다. 그걸 찍으며 이하늬 배우가 '감독님 일상생활하기 힘들죠'라고 하더라. 마지막에 오케이 컷을 보면 정확하게 센터에 선다. 그런데 살짝 움직인다. 또 찍으라고 할까봐 자기가 안 맞는 줄 알고 센터를 맞춘 것이다. 그 이상한 움직임이 주는 텐션이 있어서 썼다"고 웃으며 "같은 장소에서 천계장(서현우)이 돌아보는데 기가막히게 센터에 서더라. 어찌나 예쁘던지"라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끝으로 이해영 감독은 '유령'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추리를 배제하고 봐달라고 하고 싶다. 추리극으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많이 다르게 느끼실 것이다. 스파이와 액션은 하나가 아니다. 앞은 스파이, 뒤는 액션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며 "여성 서사지만 여성이라서 뭔가를 한다거나, 여성이라서 멋진 접근으로 보이지 않는 구성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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