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이닝에 3탈삼진, 4볼넷을 동시에 기록하는 진풍경을 남긴 이의리 ⓒKIA타이거즈
▲ 한 이닝에 3탈삼진, 4볼넷을 동시에 기록하는 진풍경을 남긴 이의리 ⓒKIA타이거즈
▲ 30일 kt전에서 이의리는 4회까지 거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KIA타이거즈
▲ 30일 kt전에서 이의리는 4회까지 거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회 첫 타자인 김상수를 상대로 첫 3개의 공을 모두 볼로 던질 때, 많은 이들은 이의리(21‧KIA)의 트라우마를 걱정했다. 이의리는 직전 등판인 5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 김인환 타석 때 던진 패스트볼이 헬멧을 강타해 규정에 따라 자동 퇴장 조치된 기억이 있었다. 

이의리는 투구의 결과를 확인한 뒤 머리를 감싸 쥐었다. 천만 다행으로 김인환이 큰 부상을 면하기는 했지만, 어린 투수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김상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4회까지 투구는 정상적이었다. 김인환이 부상을 면한 것도 다행이었고, 이의리의 머릿속에 트라우마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4회까지 투구 내용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볼보다 스트라이크가 두 배 이상 많았다. 스트라이크존을 폭격하기 시작한 ‘대포알’ 패스트볼에 kt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거나 헛돌았다. 1회 앤서니 알포드와 박병호를 삼진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이의리는 탈삼진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최고 시속 152㎞까지 나온 패스트볼 자체가 위력적인데 변화구도 덩달아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3회 위기에서도 상대 외국인 타자이자 리그 정상급 타자인 알포드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시속 150㎞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에 알포드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렇게 4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순항했다. 이의리의 고질병이었던 ‘영점’ 문제가 서서히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4-0으로 앞선 5회 제구가 갑자기 흔들렸다. 선두 오윤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홍현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2사 후 김상수 문상철 알포드에게 모두 볼넷을 허용하고 밀어내기로 1점을 내줬다. 세 타자 모두에게 초구 볼을 던진 게 화근이었다.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11개) 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5이닝 동안 5개의 볼넷을 허용한 건 옥의 티로 남았다. 삼진도, 볼넷도 많았던 탓에 투구 수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5회까지 투구 수가 딱 100개였다.

▲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이의리는 볼넷 줄이기가 가장 큰 숙제다 ⓒKIA타이거즈
▲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이의리는 볼넷 줄이기가 가장 큰 숙제다 ⓒKIA타이거즈

이의리의 매력과 보완점을 한 경기에 압축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좌완으로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어깨와 패스트볼의 구위는 이미 수차례 확인됐던 명제다. 이의리가 도쿄올림픽, 그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던 가장 깅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을 찾지 못하면 5회와 같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의리는 올해 9이닝당 7.51개의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볼넷 개수만 놓고 보면 1군 선수가 아니다. 9이닝당 12.18개의 강력한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버티고는 있지만 팬들과 구단의 높은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친다. 상대가 볼을 기다리고 있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역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이닝에서 3탈삼진, 4볼넷을 같이 기록하는 투수는 보기 드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으려면 한참이나 검색을 해야 한다. 오는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전력강화위원회도 고민을 거듭할 전망이다. 5회 ‘3탈삼진’에 주목한다면 이의리는 대표팀에 갈 이유가 차고 넘치는 선수다. 반대로 ‘4볼넷’을 신경 쓴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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