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수원삼성이 내려가던 날, 충성스런 팬들의 안티송 → 버스 막기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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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조용운 기자] 정규시간 90분이 지나면서 설마하던 생각이 현실로 점차 다가왔다. 생소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빅버드의 응원 소리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강등을 선고하는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차가운 침묵이 뒤덮었다.
수원삼성이 창단 첫 2부리그 강등의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를 펼친 수원삼성은 득점없이 비겼다.
무조건 이겨야 다이렉트 강등을 피할 수 있던 수원삼성인데 90분 내내 소극적인 운영을 보여주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올 시즌 고작 8승(9무 21패)에 그치면서 12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같은 시간 제주유나이티드와 비긴 수원FC와 승점이 33점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희비가 갈렸다. 수원삼성은 한 시즌 내내 35골밖에 넣지 못해 44골을 기록한 수원FC에 밀렸다.
K리그 통산 4회 우승과 함께 '레알 수원'이라고 불렸던 명가가 결국 K리그2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굴욕의 역사를 피하기 위해 3명의 사령탑을 돌려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반전은 없었다. 개막 직후부터 10위 밑을 맴돌았다. 4월부터 7월까지 꼴찌를 도맡았다. 8월 잠깐 반등했지만 시즌 막바지 다시 12위로 떨어지더니 자동 강등을 피할 한 칸을 끝까지 넘지 못했다.
여기까지였다. 언제나 수원삼성 뒤에서 "이 사랑에 후회는 없다"며 애정을 표하던 충성스런 팬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강등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으로 느껴질 정도로 적막에 휩싸였다. 수원삼성은 K리그에서 가장 충성스런 팬덤을 자랑한다. 시즌 초반부터 강등 위험이 도사리는 행보에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푸른 물결을 만들어냈다.
강원과 최종전은 더욱 절박한 몸부림이 펼쳐졌다. 한낮에도 영하에 가깝게 떨어진 12월 한 겨울에 2만 4,932명이 모였다. 강릉에서 넘어온 4천여 명의 강원 원정팬을 제외하더라도 수원팬만 2만명이 모인 셈이다. 다이렉트 강등만 피해달라는 팬들의 한서린 외침에 수원삼성은 외면했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 수비만 한 접근법은 이들이 시즌 내내 최하위를 벗어날 수 없던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수원삼성의 강등은 한 시즌 잠깐 부진한 결과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위험 신호가 들어왔었다. 말로는 리딩클럽을 자부하지만 2019년부터 파이널B가 익숙한 구단이 됐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다. 가까스로 FC안양을 제치고 K리그1에 잔류했지만 교훈을 얻지 못했다.
따뜻한 해외를 찾아 서서히 워밍업을 시작한 타 구단과 달리 살이 아리는 추위를 자랑하는 국내에서 동계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 보강도 이어졌으나 상위권과 경쟁할 만큼 입증된 자원은 합류하지 않았다. 300만 유로(약 42억 원)로 추정되는 오현규(셀틱)의 이적료를 구단 보강에 사용한 데 있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사령탑도 자꾸 바뀌었다. 이병근 감독 체제로 출발했으나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경질했다.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도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고 일찍 떠나보냈다. 운명이 걸린 막바지 잔여 일정을 지도자로는 입증되지 않은 레전드 염기훈에게 맡길 만큼 가볍게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세 명의 사령탑의 색채가 통일되지 않은 것만 봐도 수원삼성의 운영에 확고한 기조가 없음을 보여준다.
어수선한 변화가 결국 불안으로 이어졌다. 염기훈 감독대행도 강등 원인을 분석하며 "한두 가지를 꼽기엔 적다고 생각한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꼽기엔 너무 힘들다"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가장 큰 이유 하나만 꼽자면 선수단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선수단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팀 내 변화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라고 했다.
1년 내내 우렁찬 응원을 보낸 대가가 강등이었으니 팬들의 폭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침묵 속에 5분여 지나자 강등의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팬들 사이에서 점차 야유가 터졌다. 급기야 주로 상대팀의 반스포츠적 행위 때나 부르던 안티콜인 '나가 뒤져라'를 수원삼성 선수들에게 내지르는 분노를 표출했다.
강등을 받아들인 듯 수원삼성은 전광판에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삼성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띄웠다. 팬들의 야유는 커졌다. 이어 이준 대표이사, 오동석 단장 등이 마이크를 잡고 소회를 전하자 팬들은 물병과 홍염을 던질 정도로 과격해졌다. 시즌 막바지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유일하게 고개를 숙였던 염기훈 대행에게만 박수를 보냈다.
수원삼성 팬들은 경기장을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선수단 버스를 막는 사태에 이르렀고 오동석 단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2시간 넘게 대치한 상황은 오동석 단장이 사퇴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마무리됐다.
팬과 구단의 강한 대치를 2023시즌의 마지막 이미지로 남긴 수원삼성은 내년부터 2부리그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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