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개막전 주전 아니야” 감독 통보에도 준비하며 기다렸다… 이러니 세상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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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2월 1차 플로리다 캠프 당시 모든 선수들과 빠짐없이 면담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또 선수들의 의견을 들었다. 지금까지 구단과 접점이 없었던 지도자라 선수단 내 분위기를 빨리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며 선수단 전체에 하나의 공유를 만들어야 했다.
이 감독은 베테랑 김성현(37)과 면담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했다. 최주환(키움)의 2차 드래프트 이적으로 SSG는 2루 자리가 빈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그 자리를 젊은 선수들의 경쟁으로 만들 구상이었다. 장기적으로는 그게 옳다 여겼다. 유격수는 박성한의 자리였다. 그렇다면 베테랑 김성현에게 주전 기회를 줄 자리가 없었다. 이 감독은 고민하다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간 보는 느낌을 주기 싫었다”는 게 이 감독의 회상이다.
이 감독은 면담 자리에서 김성현에게 “너는 개막전 주전이 아니다”고 사실상 통보했다. “대신 언제든지 주전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고 있어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1492경기에 뛴 베테랑 선수이자 오랜 기간 유격수와 2루수 자리를 오가며 주전으로 뛰었던 김성현에게는 기분 나쁜 말이 될 수 있었다. 마치 경쟁의 기회도 잡지 못한 채 그대로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걱정한 것도 이 대목이다. 그러나 김성현은 그 자리에서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이 감독은 “김성현과 오태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베테랑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고 고마워하면서 그런 점에서 팀의 저력을 느꼈다고 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자기 지분만 앞세우고, 벤치의 결정에 반발하면 팀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 때로는 파벌이 갈리기도 한다. 안 되는 팀은 상당수 이런 문제가 있다.
하지만 김성현은 그렇지 않았다. 팀 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치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그것에 맞춰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캠프 기간 중에는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팀 분위기메이커로서의 몫을 누구보다 잘했다. ‘주전 제외 통보’에 티 하나 내지 않았다. 팀 내 중앙 내야수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뽑는 그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캠프를 마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시즌 개막전 당시 팀의 주전 2루수는 김성현이었다. 캠프 내내 진도가 좋아 개막 2루수로 낙점했던 안상현이 허벅지 쪽의 통증을 느껴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고졸 신인인 박지환의 파격 투입도 고려했으나 개막 시리즈라는 중압감을 고려한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성현을 주전 2루수로 출전시켰다. 그리고 김성현은 자기 위치에 맡게 잘 준비하고 있겠다는 그 약속을 지켰다.
23일 개막전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안정적인 수비로 에이스 김광현을 뒷받침했다. 이제는 원숙미가 느껴지는 수비였다. 에이스끼리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수비 공헌도 하나로도 주전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특히 5-3으로 앞선 9회 1사 1루에서 박성한과 호흡을 맞춰 경기를 끝낸 병살 플레이는 일품이었다. 최강의 어깨를 가진 김성현은 완벽한 피벗 플레이와 강력한 송구로 병살을 완성시켰다. 24일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조차 “박성한 김성현의 수비가 대단했다. 팀이 탄탄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24일에는 역시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중요한 몫을 했다. 이날 안타 두 개를 치며 하위타순에서 알토란 같은 몫을 했다. 특히 0-0으로 맞선 5회 2사 1루에서 호투하던 상대 선발 박세웅을 두들겨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적시 2루타를 기록했다. 근래 들어 박세웅에 약세였던 SSG는 이날도 경기 초반 구위에 눌려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했으나 김성현의 한 방이 팀을 깨웠다. 2사 후 적시타라는 점에서 이날 경기를 좌우한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물론 김성현이 계속 주전 자리를 지킨다고 보장은 못 한다. 안상현은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이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감독도 3월 마지막 주 어느 시점에는 안상현이 주전 2루수로 나갈 것이라 예고했다. 김성현은 다시 벤치로 가야 한다. 하지만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루와 유격수는 물론 3루로도 뛸 수 있다. 이미 그렇게 준비를 했다. 내야 주전 선수들이 빠지면 바로 들어갈 1순위다. SSG 야수진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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