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Cine리뷰]'행복의 나라', 스크린의 경계를 뚫고 나온 현실

작성일: 2024.08.13 08:30 강효진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행복의 나라 메인 포스터. 제공| NEW
▲ 행복의 나라 메인 포스터. 제공| NEW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서울의 봄'에 이어 또 한번 현대사를 묵직한 톤으로 재조명한 작품이 탄생했다.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같은 시기 사건을 다룬 작품은 최근 '서울의 봄'이 있고, 앞서는 '남산의 부장들'이 있다. '행복의 나라'는 두 작품 사이 어딘가 쯤에서 삼각편대를 이룬다. 사건과 인물을 재연하는데 그쳤다면 다른 작품들과 차별점이 없었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실존 인물인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삼은 군인 박태주와 그의 변호사 이야기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변호사 정인후는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여러 타협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강직한 군인 박태주는 "군인은 명령을 따른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목숨보다 더 지키고픈 신념으로 재판에 임한다. 두 사람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단심 재판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심지어 재판 중간에 쪽지를 전하면서 판결에 개입하는 합수부장 전상두(유재명)까지 이들을 옥죈다.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인데다 정공법으로 기교 없이 묵직하고 차분하게 연출했다. 주인공이 새롭다 한들 서사가 주는 긴장감과 몰입도는 크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특히 '서울의 봄' 쌓아올린 긴박하고 숨막히는 분노의 카타르시스와는 전혀 다른 톤이다. 

다만 인물에 집중한 만큼 각각의 배우들이 빚어낸 캐릭터들의 강렬한 매력이 눈길을 끈다. 특히 황정민의 전두광이 활화산 같은 인물이었다면, 유재명의 전상두는 보다 정적이지만 끓는 용암을 품고 있는 듯한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조정석은 웃기고, 울리는 배우 특유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극 전반을 휘저으며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고 이선균은 강직한 군인의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유재명과 이선균은 대사나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표정, 눈빛, 톤으로 캐릭터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연기를 보여주며 인물을 완성시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캐릭터들이 강조된 탓에 중반 이후부터는 묘하게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양날의 검 같은 장면들이다. 정인후가 전상두에게 절규하듯 외치는 말이 화살처럼 표적을 향해 화면 밖을 뚫고 나오는 듯 하기도 하고, 정인후와 박태주가 나누는 대화가 묘하게 현실로 오버랩 된다. 갑자기 박태주가 이선균으로 보이기도 하는 순간이다. 관객들의 몰입을 깰 것만 같지만 오히려 관전 포인트가 되면서 더 유심히 보게되는 오묘한 지점이다.

후반부 조정석과 유재명의 대치 장면에서는 차분했던 전반부와 달리 다소 감정적인 톤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열연과 별개로 대사 안에 메시지가 상당히 노골적으로 담겼다. 관객 취향에 따라 속 시원함을 느낄 수도, 감정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전개 속 배우들의 열연으로 먹먹한 감정과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미덕이 있는 작품이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