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이게 되다니' 박지성 골, 골문 비운 김병지, 드로그바 센터백까지...6만 4천명이 상암벌에서 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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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상암, 조용운 기자] "이게 되네요."
MZ세대라면 정말 게임에서나 다뤄봤을 법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상암벌에 한데 모였다. 이를 진행한 넥슨 FC그룹장도 "이게 정말 되네요"라며 놀라움을 표한 이벤트가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20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넥슨 아이콘 매치는 경기가 펼쳐지는 당일까지 '진짜 열리긴 하는 거야'라는 의구심을 안기기 충분했다. 주최측이 공개한 라인업은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라고는 하나 도저히 섭외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화려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공격수와 수비수가 11대11로 자존심을 건 매치라는 표어부터 궁금증을 불렀다. 하나둘 참가 선수들이 공개될 때마다 놀라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게임에서도 이들을 한 팀으로 모으려면 소위 말하는 '현질'도 파산을 각오해야 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이든 뚫었던 공격수들로 구성된 FC 스피어는 감독부터 티에리 앙리(프랑스)가 이끌었다. 앙리가 꺼내든 전술은 4-3-3. 최전방에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에덴 아자르(벨기에)와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를 세웠다. 중원에는 발롱도르 수상자인 히바우두(브라질), 카카(브라질)와 함께 마루앙 펠라이니(벨기에)가 자리했다. 수비진은 앙리,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불가리아),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가 꾸린다. 골키퍼 장갑은 김병지(대한민국)가 꼈다.
전성기 때 공격수들을 잡아 먹었던 수비수로 구성된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지휘했다. 이들은 3-4-3 대형으로 나서 야야 투레(코트디부아르), 클라렌서 세이도르프(네덜란드), 욘 아르네 리세(노르웨이)가 공격을 이끌었다. 허리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아르헨티나),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보누치(이탈리아), 카를레스 푸욜(스페인)이 허리에 자리한다. 스리백은 리오 퍼디난드(잉글랜드), 네마냐 비디치(세르비아), 칸나바로가 구축했고, 에드윈 판 데르 사르(네덜란드)가 골문을 지켰다.
경기 전날 이벤트 매치와 미니 게임으로 한국 환경에 적응하고 팬들을 만났던 슈퍼 스타들이 서서히 진지하게 볼을 찼다. 전반 10분까지는 볼 감각을 끌어올리듯 가볍게 볼을 주고받았다. 별다를 것 없는 패스에도 상암벌 6만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함성은 대표팀 국가대표팀 경기 이상이었다.
스타들도 환호에 부응했다. 테베스가 과감하게 오버래핑한 뒤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히바우두가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달아올랐다.
점차 패스와 움직임에 속도가 붙더니 전반 13분 첫 골이 터졌다. 실드 유나이티드가 절묘한 후방 패스로 뒷공간을 허물었고,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투레가 밀어넣으면서 1-0을 만들었다. 머지않아 세이도르프가 환상적인 골까지 넣었다. 전반 20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골대를 비우고 나온 김병지를 보고 35m는 족히 넘을 장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국가대표 시절에도 골 넣는 골키퍼로 골문을 종종 비웠던 김병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래도 팬들은 김병지가 볼을 잡을 때면 골문을 비우고 드리블을 치길 기다렸다. 전반 30분 바랐던 장면이 펼쳐졌다. 김병지는 상대의 슈팅을 막은 뒤 상당 부분까지 볼을 몰고 달려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일으켰다.
공격수보다 더 날카로운 수비수들의 골로 실드 유나이티드가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FC 스피어도 칼을 꺼냈다. 드로그바가 위로 올라왔고, 안드리 셰우첸코(우크라이나)도 본격적으로 골을 노리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 아자르가 문전에서 반대편으로 열어주는 대각 패스에 잠시 식었던 그라운드가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래도 실속은 실드 유나이티드가 챙겼다. 후반에 들어간 박주호가 9분 만에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따라 붙어야 하는 FC 스피어는 이천수와 안정환 등 한국 레전드로 맞불을 놓아 상암을 찾은 국내팬들을 설레게 했다.
확실히 수비수들이 공격수보다 조직적으로 볼을 찼다. 전설적인 공격수들이 개인 플레이를 하다가 기회를 헌납한 사이 수비수팀은 후반 35분 연계를 통해 마스체라노가 또 골망을 갈랐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장은 뜨거웠다. FC 스피어가 '해버지' 박지성을 투입하자 경기장을 가득 매운 팬들이 이름을 연호했다. 상대팀 판 데르 사르는 박지성에게 다가가 포옹을 할 정도로 반겼다.
실드 유나이티드에 4골을 내주며 일방적으로 밀렸던 FC 스피어가 자존심을 챙겼다. 후반 38분 셰우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박지성이 들어가자마자 성공시키면서 두 팀 다 골을 넣고 마무리됐다. 결국 아이콘 매치는 수비수팀인 실드 유나이티드의 4-1 승리로 끝났다.
누구에게는 향수를, 또 다른 이에게는 영웅담을 목격하는 아름다운 가을밤이었다. 새벽마다 TV 앞으로 끌어당겼던 선수들이 눈앞에서 볼을 차고, 카드에서 튀어 나와 능력치를 온전히 발휘한 전설들 덕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6만 4,210명의 팬들은 저마다 감성에 젖어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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