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저 나갈 수 있다구요” 이범호 붙잡고 요청했다… 클로저의 투지, KIA 승부욕 깨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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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은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를 앞두고 첫 판부터 총력전을 예고했다. 한화의 기세가 강한 만큼 첫 판에서 밀리면 시리즈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하게 흘렀다. 그리고 양팀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명을 건 불펜 매치가 벌어졌다.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6이닝 2실점)가 6회까지 던진 KIA는 7회 전상현, 8회 조상우를 차례로 내면서 한화의 득점을 막고 타선 지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타선은 역시 총력전에 임한 한화 불펜을 뚫어내지 못한 채 9회에 왔다.
이범호 감독은 2-2 동점 상황에도 마무리 정해영을 올려 승부를 걸었다. 정해영이 9회를 막으면,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 상황을 만들어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최근 10경기에서 자책점이 없을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던 정해영은 9회 1사 후 최재훈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이후 타자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정해영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경기이기도 했다. 요즘 실점을 모른다. 정해영은 4월 9번의 등판에서 단 1점의 자책점도 없었다. 9⅔이닝을 던지며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웠다. 시즌 13경기에서 1승1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를 기록하며 지난해 구원왕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예전에는 슬로스타터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작부터 시속 150㎞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며 힘을 내고 있다.
사실 애당초 정해영의 등판은 거기서 끝이었다. 비로 취소된 3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이범호 감독은 “어제 1이닝을 던지고 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해영은 연장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9회 득점을 내지 못해 경기가 연장으로 간 상황에서 당초 1이닝만 던질 예정이었던 정해영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자신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본인도 이겨야 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아니까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다고 했다”고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했다. 정해영은 연장 10회도 무실점으로 막고 ‘초과 근무’까지 성실하게 수행했다. 다만 그토록 기다리던 끝내기 점수는 없었고, 정해영의 뒤를 이어 등판한 임기영이 연장 11회 노시환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2-3으로 지며 진한 아쉬움만 남겼다.
2일 2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진 정해영은 3일 경기를 앞두고도 또 이범호 감독에게 출전 의사를 밝혔다. 이 감독은 “오늘도 세이브 상황에서는 나가겠다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 의미를 알기 어려운 미소를 지었다. 고맙기도 하지만, 또 최근 팀 사정이 정해영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감정도 뒤섞어져 있었다.
이 감독은 “웬만하면 안 쓸 계획”이라고 했다. KIA는 1일 NC전이 비로 취소됐고, 정해영 다음으로 마무리 상황서 대기하는 조상우는 2일 1이닝만 던져 대기가 가능했다. 이 감독은 “본인도 며칠 동안 많은 휴식도 취하고 그래서 그런 것 같다”며 정해영의 뜻을 헤아렸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데 무리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경기 중 이 고민을 더 할 필요는 없었다. 3일 광주 한화전은 오전부터 내린 많은 비로 취소됐다.
다만 정해영의 투지 자체는 높게 평가하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선수들도 이겨야 하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알고 이기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세이브 상황에서는 꼭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 한 명의 생각이 모아지면 또 좋은 분위기가 다시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연장 10회 마운드에 다시 오르는 클로저의 모습을 보면서, KIA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정해영의 등판 자체는 “오늘 우리 무조건 이기자”는 메시지를 말없이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비록 2일 경기에서 지기는 했지만, 그런 의식 하나하나가 모여 팀은 결속된다. 그 결속력이 주는 무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그렇게 KIA는 지난해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정해영의 투지가 저조한 성적 속에 잠시 움츠린 KIA의 승부욕을 깨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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