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에 중독됐다고? 왜 이래, 마음먹으면 150㎞이야… 리그 최강 셋업맨, 언젠가는 선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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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사직, 김태우 기자] 8일 현재 시즌 45경기 이상, 45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딱 두 명이다. SSG 불펜 듀오가 그 주인공이다. 마무리 조병현(23)이 49경기에서 49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 중이고, 셋업맨 이로운(21)이 55경기에서 5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47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불펜 투수들이 한 경기 2~3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요동치기 마련이지만, 두 선수는 올 시즌 내내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SSG 막강 불펜을 이끌고 있다. 조병현이 최고 마무리라면, 이로운은 최고 셋업맨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이중 이로운의 올 시즌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돋보인다. 2023년 평균자책점 5.62, 2024년 5.95였던 선수가 올해는 최고 셋업맨이 도전하고 있다.
이로운은 8일까지 시즌 55경기에서 55이닝을 던졌고, 뛰어난 평균자책점은 물론 피안타율(.203)과 이닝당출루허용수(WHIP·1.09)에서도 대박을 이어 가고 있다. 전반기는 잘하다 후반기 고비를 못 넘기고 무너졌던 전력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이제는 그 고비를 넘기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불펜 투수로 평가되고 있다. 내년 아시안게임 승선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런 이로운은 6일 인천 삼성전에서 1이닝 동안 솔로홈런 두 방을 맞으며 1.19였던 평균자책점이 1.50까지 올라갔다. 당시 8회 마운드에 오른 이로운은 선두 김성윤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맞은 것에 이어 1사 후 디아즈에게 다시 중월 솔로홈런을 맞고 2실점했다. 물론 이날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날 경기도 이겼지만 이 경기는 이로운에게 생각할 점을 시사했다. 모두 변화구가 얻어맞았다. 김성윤에게는 커브, 디아즈에게는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홈런을 허용했다.
올해 이로운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전반적인 커맨드 개선, 그리고 변화구의 위력 강화다. 이로운은 지난해까지 변화구가 다양한 투수는 아니었다. 낮게 깔리는 패스트볼은 힘이 있었지만, 체인지업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의 구사 비율과 완성도 모두가 부족했다. 그래서 우타자를 상대할 때 많이 고전하곤 했다.
그런 이로운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음과 동시에, 1월에 김광현과 오키나와에서 시즌을 준비하며 슬라이더를 배웠다. 이 슬라이더에 자신을 찾았고, 여기에 가끔씩 커브까지 던지면서 올해는 변화구 구사 능력 측면에서 확실한 발전을 이뤘다. 세 가지 변화구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넣을 수도, 혹은 떨어뜨릴 수도 있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구속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리고, 이 두 구종보다 10㎞ 정도 더 빠른 슬라이더를 섞는다.
그 결과 60%가 넘어가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이 올해 46% 수준까지 떨어졌고, 이제는 패스트볼보다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는 투수가 됐다. 이는 이로운의 성적 향상에는 크게 기여했으나, “어린 투수가 너무 변화구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우려도 같이 모았다. 변화구도 결국 패스트볼 위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마련이다. 적절한 혼합이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로운이 한 경기 만에 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루를 쉰 이로운은 8일 사직 롯데전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7회 등판해 세 타자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재밌는 것은 결정구였다. 선두 노진혁과 2사 후 한태양을 삼진으로 처리했는데 모두 패스트볼로 잡았다. 노진혁과 한태양 모두 이 패스트볼을 예측하지 못한 듯했다. 노진혁은 타이밍이 많이 늦었고, 한태양은 한가운데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그냥 지켜봤다.
사실 이로운은 패스트볼에서도 장점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시속 150㎞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이로운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0.5㎞이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가 가능한 선수다. 적절히 섞으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숭용 SSG 감독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편하다. 초구, 2구에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그걸 노려 치는 게 힘들다. 이로운의 체인지업과 커브는 그것만 생각하지 않으면 직구 타이밍에 걸리는 게 아니다”면서도 “변화구에 맛을 들인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8일의 경우는 달랐다. 이 감독은 “어제(8일)는 이지영의 리드가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로운이가 앞서 삼성전에서 홈런 두 개를 변화구로 맞았다. 본인이 어느 정도 계산하고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바꿔서 들어온 게 성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패스트볼과 변화구 구사의 비율, 그리고 그것을 써야 할 때의 타이밍을 정립할 수 있다면 선발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는 게 이 감독의 확신이다. 이 감독은 “그런 조합으로 간다면 이로운은 더 성장하지 않을까. 로운이가 내년에 잘 해서 군 문제가 해결이 되면 그다음에는 바로 선발로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닐까 싶다. 변화구까지 구종 4개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우리 팀의 유일한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에 기대를 걸었다. 이로운이 최고 성적과 함께 자신의 경력을 화려하게 꽃피울 준비까지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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