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존재” 김성근 예언 그대로였나… 17년 만에 등장한 롯데 이 선수, 혹사 논란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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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투수는 2004년 류택현 현 SSG 코치, 그리고 2008년 정우람 현 한화 코치다. 두 선수는 각각 85경기에 나갔다. 당시는 지금처럼 144경기 체제도 아니었고, 오히려 경기 수가 더 적었다. 기념비적인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역대 투수 등판 상위권에 드는 선수들은 두 선수를 포함해 좌완이 많다. 2001년 차명주(84경기), 2003년 이혜천(83경기), 2003년 가득염(81경기), 2004년 이상열(81경기) 등이 다 그렇다. 많은 감독들이 좌완 원포인트 릴리버 활용을 선호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2008년 정우람의 경우 ‘고무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상황에 나서며 77⅔이닝을 던졌지만, 대다수 원포인트들은 경기당 1이닝에 한참 모자란다.
다만 불펜 투수들의 분업화가 확립되고, ‘혹사’에 대한 우려가 장착되면서 근래 들어서는 82~83경기를 출전하는 선수는 보기 드물어진 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82경기에 나갔다는 것은 팀 전체 일정 중 절반을 훌쩍 넘는 57%에나 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많다. 시대 흐름도 바뀌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불펜 투수가 등판하면 이닝 종료시를 제외하고는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이 룰은 언젠가는 KBO리그에도 적용될 것이고, 그래서 좌완이든 우완이든 1이닝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모처럼 82경기의 벽을 뚫어낸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2024년 롯데에 입단한 좌완 정현수(24)가 그 주인공이다. 정현수는 올해 82경기에 나가는 등 롯데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했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는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다. 시즌 2승12홀드 평균자책점 3.97, 피안타율 0.201로 선전했다.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지만, 정현수의 발견은 나름의 수확이었다.
정현수의 82경기 출전은 역대 공동 6위 기록이다. 2008년 정우람(85경기) 이후 처음으로 투수가 82경기 이상에 나간 선수로 기록됐다. 리그 전체에서도 17년 만에 등장한 선수다. 정현수는 지난해 1군 18경기에서 23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했다. 올해 경기 수, 이닝 수, 그리고 경기 내용 모두가 좋아지며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현수는 부산고 진학 후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지만,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그렇게 두각을 드러낸 투수는 아니었다. 결국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많은 공을 던지면서 급성장해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갔다. 결국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 선수로는 단연 가장 빠른 순번에 이름이 불린 선수였다.
그런 정현수는 대학 재학 시절 한 야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좌완을 육성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굉장히 재미있는 존재가 되지 않나 싶다”라고 칭찬을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커브를 잘 던졌고, 슬라이더도 가지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리그 최정상급 좌완들과 함께 한 김 감독의 눈에도 정현수의 자질이 특별해 보였던 것이다.
다만 혹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 있기는 했다. 물론 82경기에 나가 소화한 이닝은 47⅔이닝으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잦은 등판 자체가 부담이 된다는 의견 또한 있다. 실제 정현수는 올해 연투가 총 31번이었다. KBO리그 불펜 투수 중 연투가 30번 이상이었던 선수는 정현수가 유일하다. 심지어 3연투도 7번이나 했다. 물론 이닝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3연투를 5번 이상 한 선수 역시 정현수가 유일했다. 롯데의 순위 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졌다면, 정현수의 출전 경기 수는 역대 기록에 도전했을 수도 있다.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간 만큼 내년 활약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미 체력적으로 많은 힘을 뺀 뒤인 9월 이후 11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선전하는 등 극복의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줬다. 또한 경기 수·이닝 만큼 중요한 투구 수 측면에서는 851구로 리그 44위였다. 경기 수가 많았을 뿐, 이닝 수와 투구 수는 한 시즌을 풀로 뛴 불펜 투수로서는 평범했다.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을 한다면 올해의 혹사 의혹도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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