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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정우성 "고되지만 짜릿한 자극, 날 끌어 당기는 힘" (인터뷰)

작성일: 2016.09.29 09:40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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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정우성.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한 남자의 음성이 들린다. 살아 있는지, 이미 죽었는지 모를 무미건조한 목소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체념하는 듯 한 그의 목소리 속으로 빠져든다. 큰 일을 겪은 듯 한 이 남자는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속에 살아가는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이다.

정우성은 ‘아수라’에서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온갖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 주며 돈을 받아온 비리 형사 한도경 역을 맡았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내레이션부터 정우성은 한도경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기 전 출연을 결정한 정우성은 막상 책으로 접하고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같지 않은 도경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이 주인공을 통해 김성수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아야했다.

"감독님께서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텍스트 뒤에 감춰진 것을 찾아야 했다. 나만의 가치관으로 (도경을) 규정짓고 할 순 없다. 감독님이 투영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니 바로 '스트레스'였다."

▲ 영화 '아수라' 스틸. 제공|CJ엔터테인먼트
한도경의 스트레스인지, 정우성의 스트레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이 바란 것인지도 모른다. 정우성이 곧 한도경이 되는 것. 한도경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정우성이 그대로 받아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

"사실 잊고 있었는데, 촬영을 하면서 저녁에 감독님을 불러서 '힘들어 죽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이 정말 기뻤다고 하더라. 다행히 예정 돼 있던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한도경으로부터 피신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도경의 잔향에 취해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멋있는 정우성보다는 어딘가 악해 보이는 표정과 삶의 고단함에서 비롯된 주름까지 정우성은 "그저 한도경이 표현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연기를 할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는 그런 날것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한도경은 '아수라'를 여는 인물이자 닫는 인물이다. 피곤하고 체념하는 듯 한 내레이션은 '아수라' 속 세상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알려준다. 김성수 감독은 정우성에게 "정말 삶에 찌들어서 지친 남자가 푹 꺼진 의자에 앉아서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면 좋겠다"고 감정을 요구했다고.

▲ 배우 정우성. 제공|CJ엔터테인먼트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는 자기 회고 같은 느낌이었다. 시제도 현재 진행형인지, 과거 이야기 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내레이션의 양이 많진 않지만,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

"고된 작업이었지만 짜릿한 자극이 날 끌어당긴다"고 했다. 이처럼 배우 정우성의 삶은 치열하다. '아수라' 속에서 살아가는 한도경 역시 고된 만큼 치열하다. 한도경과 정우성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촬영을 하는 동안은 한도경을 떨쳐내기 위한 도피처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내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배우 정우성을 이끄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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