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친정 수원 삼성에 제자 입단시키는 꿈…'푸른 피' 감독 곽희주의 꿈은 영글어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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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천, 이성필 기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선수들은 연습 경기 한 번으로도 큰 경험이 된다.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만나 조언을 요청받을 때마다 '경험'을 몸에 익히라고 주문했다.
이는 초보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조언이다. 대회를 치르면서 지도력이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팀 사정이 열악해도 나중에 좋은 팀으로 올라서면 그 자체가 자양분이 된다.
2000년대 수원의 심장이자 "내 몸에는 푸른 피만 흐른다"라며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던 곽희주(44) 동원대학교 감독이 그렇다. 수원에서 투혼의 대명사로 불리며 상대 공격수를 괴롭히는 끈끈한 중앙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고 2017년 은퇴 후 지도자로 입문해 자신만의 경력을 하나씩 쌓고 있다.
전 용인시축구센터 15세 이하(U-15) 팀인 원삼중학교 감독으로 시작해 2018년 창단한 동원대 감독을 2023년에 맡아 사실상 없었던 팀의 형태를 조직했다.
곽 감독은 7일 경북 김천시에서 시작된 한국대학축구연맹 주관 제22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 동원대와 함께 나왔다. 겨울 동안 입학한 선수들과 2,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의 선수들과 함께 조별리그 통과 이상을 그렸다.
대경대와의 첫 경기 전 곽 감독은 프로에서 잔뼈가 굵었던 경험을 꺼냈다. "운동장이 우리 학교보다 조금 작다. 이를 유의하고 세트피스를 유도해야 한다. 볼을 뺏기면 수비 전환이 빨라야 하고 (수비 뒷공간 방어를 위해) 같이 가줘야 한다"라며 세밀하게 지도했다.
전략은 통했다. 5-0 대승, 경주 신라고에서 온 신입생 김도원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18세 이하(U-18) 팀 대건고를 졸업한 최규빈과 충남아산 U-18 팀 출신 박시온의 릴레이골에 고양고에서 수혈한 박상욱이 멀티골을 터뜨렸다. 상대의 퇴장이 겹치는 행운도 따랐지만, 세트피스를 활용하라는 지시를 골로 연결 짓는 제자들의 의지도 돋보였다.
곽 감독은 "처음 팀을 맡았을 당시 (축구부에) 3명이 있었다. 그런 아픔이 있었지만, 준비하면서 나아가니 좋은 선수들이 찾아오더라. 왔던 친구들이 또 좋은 친구들을 부르고 그래서 팀이 강해진 것 같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프로 유스팀에서 바로 성인팀으로 준프로 계약 등으로 올라서거나 우선 지명 후 대학 진학 등으로 성장하지만, 좋은 선수를 수혈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 제61회 백두대간기 추계대학축구연맹전 16강에서 대학 전통 명문 중앙대학교를 1-0으로 이기며 8강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점진적 발전'은 긍정적인 일이다. 곽 감독은 "이 선택에 후회 없이 조금 더 저희가 투자하고 관심을 주면서 축구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계속하다가 보면 좋고 건강한 선수들이 계속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라며 언젠가는 연세대, 고려대 등 최고 명문팀을 이기며 올라서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번 대회 동원대는 50명을 공식 등록했다. 4학년을 뺀 숫자다. 이례적으로 많지만, 학교 측에서 버스 1대를 더 지원할 정도로 축구부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32명이 신입생이다. 프로 산하 유스, 일반고, 클럽팀 등 출신교도 다양하다.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그렇다고 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동원대를 찾게 하고 싶다는 곽 감독은 "제가 직접 보고 영입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사실 저희가 이름 있는 학교는 아니니 (고교) 감독님들께 선수를 요청해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선수들이 우선해 선택해주니 고마운거다. 선수들끼리는 서로 알아보지 않나. 이제는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라며 탄탄한 수도권 팀으로 올라서는 것에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중앙 수비수 출신이라 같은 포지션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10명이 중앙 수비수다. 현역 시절 '라이언킹' 이동국이 곽희주의 찰거머리 수비에 분노를 터뜨릴 정도로 곽 감독의 수비는 대단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온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하고 싶은 것이 곽 감독의 의지다. 좋은 선수가 프로까지 간다면 더 고맙다. 원삼중 시절 제자였던 신민하가 강원FC로 가서 바로 주전으로 자리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앙 미드필더였지만, 중학교 3학년 시절 왼쪽 중앙 수비수를 시켜봤고 간단하게 볼을 다뤄 좋았다고 한다.
더 큰 그림은 친정 수원에 제자가 입단하는 상상 속의 장면 연출이다. "선수를 키워서 수원에 입단하는 그림을 그려보면 재밌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저도 딱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팀에 중앙 수비수가 10명이나 있다. 공격수가 조금 적지만, 이런 선수들을 잘 키워서 보내봤으면 싶어요"라며 푸른 피의 심장다운 마음을 표현했다.
재미난 이야기도 전했다. "다양한 팀 출신 선수들이 있다. 훈련 중 한 번씩 수원 응원가를 틀어 놓고 몸을 푼다. 이제 못 틀게 하려고 한다. 다른 유스 출신 선수들도 있으니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라는 것이다.
이정효 감독과 그의 사단을 선임한 수원에 대한 생각도 빼놓을 수 없다. '리얼 블루'는 이 감독이 수원을 떠나지 않는 이상 한동안은 나오기 어려운 일이 됐다. 언젠가 수원에서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는 곽 감독은 이 감독의 지도법을 하나씩 흡수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수원 경기는 매번 본다. 이 감독님은 워낙 잘하시는 분이라서 더 많이 흡수하고 복사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에게) 시켜볼 수 있다"라며 웃은 뒤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값진 것 같다"라며 소위 바닥부터 지도자 수업을 통해 언젠가는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지휘봉을 잡고 소리치는 자신을 보기를 바랐다.
이번 대회 2조에 속한 동원대는 대경대, 대구과학대, 중앙대와 경쟁한다. 공교롭게도 대구과학대가 중앙대를 1-0으로 이겨 2조는 순식간에 '죽음의 조'가 됐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대구과학대, 중앙대를 잡고 더 멀리 올라가려는 목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천에서 곽 감독과 동원대 1, 2학년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만약 결승까지 간다면 스포티비(SPOTV) 생중계를 통해 현역 시절보다 살이 빠진 곽 감독과 제자들을 볼 수 있다.
◆ 제22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 1일차 결과
동원대학교 5-0 대경대학교
대구과학대 1-0 중앙대학교
칼빈대학교 0-5 용인대학교
구미대학교 2-4 경희대학교
수원대학교 1-0 대신대학교
전주기전대 4-3 안동과학대
제주관광대 2-1 명지대학교
한남대학교 5-1 동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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