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감정 있는 건 아니지만" LG전 ERA 8.37 마무리, 이틀 연속 LG 울렸다…그것도 34구→14구 투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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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최원영 기자] 더 든든해졌다.
KT 위즈 마무리투수 박영현(23)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엄청난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6-5 승리를 지켜냈다.
박영현은 지난 28일 시즌 개막전이었던 잠실 LG전에도 출격했다. 9회가 아닌 8회 1아웃에 마운드에 올랐다. 혼자 아웃카운트 5개를 짊어져야 했다.
박영현은 11-6으로 앞선 8회말 1사 만루에 등판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만 내준 뒤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말에는 땅볼, 땅볼, 볼넷, 헛스윙 삼진으로 네 타자 만에 이닝을 삭제했다. 11-7 승리를 완성했다. 박영현의 기록은 1⅔이닝 무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34개였다. 세이브를 챙겼으나 많은 공을 던졌다.
그런데 박영현은 이튿날인 29일, 이강철 KT 감독에게 "오늘도 1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전 박영현에게 그 이유를 묻자 "중요한 개막 시리즈다. 난 등판하고 싶다"며 "그만큼 몸 상태가 정말 좋다. 올해 몸을 일찍 만들었고 잘 끌어올렸기 때문에 문제없다. 세이브 요건이 성립돼 내가 등판하거나 우리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9일 LG전서 KT는 3-0으로 앞서다 3-5로 역전당한 뒤 6회초 허경민의 동점 투런포로 5-5를 이뤘다. 이어 9회초 김현수가 결승 타점을 올려 6-5가 됐다. 9회말 박영현이 덤덤히 승리를 지키러 나왔다.
선두타자 오스틴 딘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았다. 문보경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와 박영현을 격려했다. 후속 타자 박동원과의 맞대결이 승부처가 됐다. 풀카운트서 박영현의 6구째 슬라이더가 볼 판정을 받았다. 동시에 1루 대주자 최원영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1사 1, 2루가 되는 듯했다.
KT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박동원이 6구째에 방망이를 내다가 거뒀는데, 이 장면을 두고 체크스윙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노 스윙에서 스윙으로 판정이 바뀌며 박동원이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됐다. 2사 2루로 이어졌다. 아웃카운트를 추가한 박영현은 문성주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승리를 확정했다.
하루 전 1⅔이닝 34구를 기록했던 박영현은 이날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14개를 빚었다. 투혼과 함께 시즌 2세이브를 적립했다. 이틀 동안 48구를 소화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28일 개막전부터 돌아봤다. 그는 "그렇게 힘든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두 번째 이닝 때 더 편했다. 투구 수가 34개인지도 몰랐다"며 "원래 많이 던지면 식욕도 없어지고 힘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이 먹고 잘 쉬었다. 덕분에 오늘(29일)도 좋은 컨디션으로 투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보일링 크랩을 먹었다. 유명한 식당이라고 해서 갔는데 정말 맛있었다. 대게와 랍스터 등이 있었고 내 돈으로 사 먹었다"며 "좋을 걸 먹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듯하다. 대전에도 이 메뉴를 파는 가게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KT는 30일 휴식일 후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박영현은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너무 잘 자고 일어나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다"며 "몸 풀 때는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경기에 들어가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마무리해 다행이다"고 부연했다.
29일 경기에선 언제부터 몸을 풀었을까. 박영현은 "코치님께서 무조건 세이브 상황에만 내보낸다고 하셨다. (9회말) 동점 상황이었다면 스기모토 고우키 선수가 나갔을 것이다"며 "9회초 시작 전 우리 팀 점수가 나면 내가 등판한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마운드 위에서 이 감독과는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박영현은 "감독님께서 지금 공 너무 좋으니 그냥 아무렇게나 던지라고 하셨다. 나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공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동원의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 결과는 짜릿했을 터. 박영현은 "선배님의 방망이 머리 부분이 내게 보인 느낌이었다. 무조건 스윙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뭔가 조용하고 선배님은 1루로 걸어 나가셔서 '어? 비디오 판독 안 하나?' 싶었다. 만약 그게 볼넷이 됐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 판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회상했다.
LG 타선은 쉬어갈 곳이 없을 정도로 무척 강하다. 특히 이날 9회말에는 3~6번 중심타선과 맞붙었다. 박영현은 "나는 LG전 상대 전적이 안 좋다. 홈런도, 안타도 많이 맞았다. 블론세이브도 자주 했던 것 같다"며 "LG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웃음), LG를 만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다. 늘 LG전에는 스스로 못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올 시즌 개막 시리즈 상대가 LG인 걸 알고 준비를 더 열심히 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이렇게 LG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내 공이 좋았던 것은 물론 팀이 이겨서 더 기쁘다. 팀 사기도 올라온 듯해 더 좋다"고 강조했다.
박영현은 2022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LG전 27경기 23⅔이닝서 2승5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8.37로 고전했다. 리그 9개 구단 중 LG전 성적만 유독 저조했다. 올해 개막 시리즈에서 부진을 털어냈다.
비결이 있을까. 박영현은 "나도 잘 모르겠다. 비시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다녀왔는데 거기에선 구속이 안 올라왔지만 팀으로 돌아온 뒤에는 올라왔다. 제춘모 코치님께서 내가 복귀하자 안 좋은 부분을 고쳐주셨다"며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팔 근육을 다 못 쓰고 팔이 짧게 나오는 느낌으로 투구했다. 코치님께서 그걸 바꿔주셨고 덕분에 밸런스를 찾아 제구를 잡았다.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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