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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털리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고? 훨훨 날아가는 타구, 모두가 바라는 ‘내기의 승자’

작성일: 2026.03.30 10:0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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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절정의 홈런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는 고명준 ⓒSSG랜더스
▲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절정의 홈런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는 고명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의 현재이자 미래들인 두 선수와 나란히 내기를 했다. 팀의 주전 내야수인 고명준(24), 그리고 팀의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조형우(24)가 맞상대였다. 내기 종목은 ‘홈런 개수’였다.

고명준과는 2년 연속 내기가 성사됐다. 이 감독과 고명준은 2025년 시즌을 앞두고도 ‘30홈런’으로 내기를 했다. 올해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겨룬다. 조형우는 내기 신입이다. 이 감독과 ‘10홈런’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감독은 기준이 되는 홈런 개수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정해서 왔다”고 웃어보였다.

하필 두 선수와 내기가 성사된 것은 어쩌면 이유가 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장타력 증강을 놓고 심혈을 기울인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두 선수가 충분히 많은 홈런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고명준에 대해서는 항상 “30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라고 기준치를 높게 잡는다. 조형우 또한 몸이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공·수 겸장 포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두 선수는 타격 폼의 미세한 수정은 물론 밸런스 수정까지 하며 바쁜 오프시즌을 보냈다. 겉으로 봐서는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그마한 것을 수정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고명준은 주전 선수였음에도 마무리캠프까지 갔고, 조형우는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곧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했을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상당 부분 포커스가 방망이에 맞춰져 있었다.

▲ 타격 밸런스의 수정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조형우는 타구 속도와 비거리 모두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호평을 모으고 있다 ⓒSSG랜더스
▲ 타격 밸런스의 수정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조형우는 타구 속도와 비거리 모두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호평을 모으고 있다 ⓒSSG랜더스

그런 두 선수가 시작부터 이 감독을 긴장케 하고 있다. 부쩍 달라진 타구 속도와 비거리로 시작부터 장타를 펑펑 때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때리며 올해 기대감을 키운 고명준은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3회와 4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해 좋은 감을 이어 갔다. 조형우는 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담장을 맞히거나 담장까지 굴러가는 두 개의 2루타를 치면서 달라진 모습을 과시했다.

고명준의 홈런 페이스는 굉장히 놀랍다.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홈런 개수가 도드라지지 않았고, 가진 능력에 비해 장타력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 컸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터 무섭게 홈런포를 몰아쳤다. 포스트시즌에서도 4경기에서 3홈런을 기록한 것에 이어, 시범경기와 개막 시리즈까지 미친 듯한 홈런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만 지금까지 따지면 리그에서 고명준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국내 선수는 손에 꼽을 만하다.

고명준은 단순한 홈런 유무보다는 연습을 한 것이 실전에서 잘 나오고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29일 두 번째 홈런이 딱 그랬다. 고명준은 “연습 때 (임훈) 코치님이랑 했던 게, 타이밍이 늦더라도 (방망이) 헤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늦으면 넘어갈 것은 다 넘어간다고 했다. 그 연습했던 게 오늘 나와서 들어오자마자 코치님과 그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 시범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린 조형우는 29일 KIA와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감각을 이어 갔다 ⓒSSG랜더스
▲ 시범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린 조형우는 29일 KIA와 경기에서 멀티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감각을 이어 갔다 ⓒSSG랜더스

지난해 4홈런에 그쳤던 조형우 또한 마찬가지다. 조형우는 체구는 크지만 타구에 힘을 잘 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타격폼도 계속 바뀌었다. 레그킥을 하다, 토탭을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는 왼발을 조금 끄는 방식으로 약간의 수정을 했다. 공을 조금 더 받아놓고 칠 수 있게 준비 동작을 길게 가져가는 셈인데, 캠프 때부터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달라졌다는 호평을 이날 바로 증명했다.

조형우는 “아주 큰 타격폼의 변화는 아니지만, 아주 힘껏 친다는 생각보다는 퉁 치는 것 같은데도 힘이 써지는 느낌”이라면서 “나도 오늘 그렇게 멀리 날아갈 줄은 몰랐다”고 웃어 보였다. 흔히 말하는 ‘힘이 아닌 밸런스로 치는 느낌’을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지금까지 했던 피나는 연습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는 향후 방향성의 일관성과 확신을 준다. 두 선수가 올해 이 감독과 내기에서 승리한다면 29일 경기는 상당히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두 선수가 시작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 감독의 지갑도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면서 두 선수의 목표 달성을 바라고 있다. 두 선수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SSG 타선이 그만큼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팀이 더 높은 곳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팀 타선의 미래까지 밝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지갑이 털려야 이 감독도 좋다. 동갑내기 두 선수가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 올 시즌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에 도전하는 조형우  ⓒSSG랜더스
▲ 올 시즌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에 도전하는 조형우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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