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중원에는 MLB 플러스 수비수가 있다… 5성급 수비 퍼레이드, ‘FA 甲’ 확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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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인천SSG랜더스필드와 박성한(SSG), 그리고 김호령(34·KIA)이 만나면 뭔가의 장면이 이뤄진다. 억울한 쪽은 박성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드는 김호령이다.
이전에도 한 차례 김호령의 그림 같은 슬라이딩캐치에 당한 적이 있는 박성한은 1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도 땅을 쳤다. KIA가 5-2로 앞선 5회, SSG가 1사 후 정준재의 볼넷으로 반격 포문을 열었다. 여기서 후반기 개막 후 타격감이 괜찮은 박성한이 우중간을 가를 기세의 타구를 날려 보냈다. 누가 봐도 장타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김호령이 박성한의 장타를 막아냈다. 특별한 수비 위치 변경 없이 중원에 서 있던 김호령은 이 타구를 전력으로 뛰어가 마지막 순간 몸을 날리며 잡아냈다. 1루 주자 정준재는 안타임을 확신하고 이미 2루를 돈 상황이었고, 다시 1루로 귀루했으나 김호령으로부터 시작된 송구가 먼저 1루에 도착했다.
SSG가 1점을 내 1사 상황에서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 못해도 1사 2,3루가 될 상황이었지만 이닝이 그대로 끝난 것이다. 사실상 여기서 SSG의 모든 흐름이 끊겼고, 한숨을 돌린 KIA는 12-2로 크게 이겼다.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은 “김호령의 5회말 더블아웃 플레이가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했고, 당시 마운드에 서 있던 제임스 네일은 “김호령의 다이빙캐치는 선수 커리어 통틀어 최고의 수비 명장면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호령의 이 수비는 어떤 수준의 난이도였을까. KBO는 메이저리그처럼 수비수들의 움직임까지 분석할 수 있는 툴이 아직 대중화되어 있지 않지만, 대략적인 추측은 할 수 있다. KBO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에 따르면 이 타구의 속도는 시속 159.4㎞로 하드히트였고, 발사각은 21.5도, 비거리는 110.1m였다. 완벽한 배럴 타구(타구 속도와 발사각 등을 종합했을 때 OPS 1.500 이상이 추정되는 타구)였다.
비거리가 길었지만 발사각이 높은 것은 아니었기에 체공 시간은 단 4.09초에 불과하다. 타구 방향이 고른 박성한의 성향에서 김호령의 수비 위치는 좌·우 어느 한 곳으로 치우쳐 있지 않았고, 홈플레이트부터 70~80m 정도의 정상적인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김호령은 타구가 맞는 순간부터 4초 동안 최소 35~40m를 뛰어가 이를 잡았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 순간 몸을 날린 것도 주효했다.
메이저리그에는 괴물 같은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고 이보다 더 화려한 수비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메이저리그 기준에서도 포구 확률 25% 미만의 ‘5스타’ 수비였다. 공이 머리 뒤로 날아가는 상황에서 이를 몸을 날려 잡은 것은 말 그대로 누가 가르쳐서 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이기도 했다. 무서운 것은 김호령이 이 정도 난이도의 수비를 1년에도 몇 차례씩 해낸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 말하는 플러스급, 동 포지션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가진 선수임을 의미한다.
“맨날 성한 선수가 저한테 의도치 않게 쳐서…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머리를 긁적인 김호령이지만, 맞는 순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4초 남짓한 시간 동안 타구를 순간적으로 체크한 것은 단 두 번. 사실 5회였고 1점 정도는 줘도 되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처리를 할 수도 있었다. 몸을 날렸다가 공을 못 잡으면 3루타를 줄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그 두 번의 거리 측정에서 확신을 얻었고, 김호령은 “거의 다 갔을 때 다이빙을 하면 잡을 수 있겠다고 해서 잡았다. 그 상황에 승부를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쫓아가면서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말은 쉽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플레이고, 그런 환상적인 고난이도 수비를 계속 반복해서 할 수 있는 선수는 리그에서도 손에 꼽힌다. 리그의 여러 수비 좋은 중견수들이 있고 각자의 특기가 있지만, 어쩌면 이 방면의 수비는 김호령이 최고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그리고 이 수비력은 김호령의 가치를 방어하는 든든한 자산이다. 공격으로 1년에 몇 점을 추가로 더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로 몇 점을 막아내느냐도 구단이 선수를 볼 때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에 이런 수비력은 더 강렬하다. 원래 좋은 수비를 인정받는 선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구단들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아직 그 수비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공격까지 중견수로는 동급 최강이다. 시즌 88경기에서 타율 0.284, 11홈런, 46타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8을 기록 중이다. 남부럽지 않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하며 야구에 눈을 떴다고 했지만 풀타임은 아니었다. “풀타임을 뛰는 것을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비에서 보듯, 그리고 최근 비교적 꾸준한 타격 성적에서 보듯 체력과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다. 김호령은 “전반기 끝날 때는 조금 힘들기는 했는데 확실히 쉬고 나니까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시즌 끝까지 달릴 힘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FA 시장에서의 ‘갑’ 위치는 확보한 가운데, FA 대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합법적인 금액 ‘갑질’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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