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xxx’이 될 수도 있었는데… 두산의 엄청난 행운, 복덩이가 굴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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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한화는 3월 31일 대전 KT전에서 올 시즌 외국인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던 오웬 화이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화이트의 시즌 첫 등판, 3이닝 만에 찾아온 엄청난 악재였다.
회복까지 6주의 시간은 필요했기 때문에 곧바로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를 알아봤다. 다만 메이저리그도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상황이었고,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도 해외 무대보다는 빅리그 로스터 진입을 노렸기 때문에 영입할 수 있는 풀이 좁았다. 되도록 빨리 올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했다.
잭 쿠싱(30)은 당시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한국에 올 수 있는, 그나마 선발 경력이 있는 투수였다. 다만 쿠싱이 단일 후보는 아니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KT에서 뛴 적이 있는 ‘경력직’ 웨스 벤자민(33·두산)도 고려 대상이었다. 한국 무대에서 어느 정도 실적을 냈고, 또 경험이 있었다. 온다고 하면 더 안전한 선수일 수 있었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화 또한 벤자민을 고려했고, 실제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벤자민 측에서 바로 연락이 오지 않았고, 급한 상황에서 결국 쿠싱을 영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쿠싱은 곧바로 한국에 와 4월 8일 1군에 등록돼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펜으로 이동해 성심껏 공을 던지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 속에 6주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한화가 불가피하게 벤자민을 놓친 것은 그 다음 순번이었던 두산에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두산도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걸었던 크리스 플렉센이 시즌 두 경기만 등판한 뒤 부상으로 이탈했다. 역시 6주 이상의 재활 기간이 예상된다는 진단이 있었다.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벤자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번에는 벤자민이 제때 회신했다. 그렇게 총액 5만 달러에 벤자민과 계약을 했다.
사실 기대치가 아주 높지는 않았다. KT 시절 KBO리그에서 제법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것은 분명하나 갈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0, 2023년 2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2024년에는 28경기에서 149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63에 그쳤다. 좌·우 편차가 심했고 재계약의 당위성이 있는 계약은 아니었다.
2025년 미국으로 돌아가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으나 트리플A 성적이 신통치 않아 빅리그 복귀는 실패했다. 2025년 트리플A 28경기(선발 22경기)에서 4승8패 평균자책점 6.42에 머물렀는데 KBO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그런 벤자민은 2026년 소속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때 두산에서 제안이 도착했다. 미국 생활에 미련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그런 벤자민은 결국 ‘박힌 돌’이었던 플렉센을 밀어내고 정식 외국인 선수로 승격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플렉센의 빈자리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벤자민은 28일까지 시즌 16경기에 나가 90⅔이닝을 던지며 4승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이다. 압도적인 구위라고 볼 수는 없으나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꾸준하게 5~7이닝을 던져주고 있다. 두산 막강 선발진을 이끄는 한 축이 됐다.
7월 들어서는 네 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21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22⅓이닝 동안 3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완전히 몸이 풀린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피안타는 적지 않으나 22⅓이닝 동안 딱 2개의 볼넷만 내주는 등 김원형 두산 감독이 만족할 만한 투구를 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 건진 비교적 최고의 시나리오가 된 셈이다.
28일 SSG전에서도 1회 실책으로 1점을 내줬을 뿐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비자책 1실점 역투로 팀의 2-1 역전승에 밑거름이 됐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 요건을 얻지는 못했으나 벤자민이 상대의 도망가는 발걸음을 잡아낸 것이 컸다. 경기 후 김 감독도 “선발투수 벤자민이 한 주의 첫 경기에서 거의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선발은 역시 운이 조금은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가운데 두산은 선발진의 힘을 앞세워 드디어 4위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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