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하주석 위협할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범호 생각 바꿔놓을까, 기대주에게 열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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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모르죠, ‘왔다’ 싶을지, 아니면 긴장해서 ‘어떡하지’라고 할지”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7월 19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 2년 차 내야수 정현창(20·KIA)에 대한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이날 KIA 선발은 제임스 네일이었다. 네일의 수준을 믿고 수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현창이 선발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정현창은 올해 개막 엔트리에 승선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1군 엔트리에 머물고 있는 선수다.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팀이 치른 100경기 중 86%인 86경기에나 나갔다. 경기 중·후반 활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현창은 경기 후반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출전하며 꾸준하게 팀에 공헌하고 있다. 대주자로 들어갔다가 바로 대수비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엔트리 한 자리의 효율성을 더해준다.
하지만 선발로 뛴 적은 별로 없는데 이날 선발 라인업에 들어갔다. 보통 이런 경우를 맞이하는 심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드디어 기회가 왔노라 전의를 불태우면서도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선수가 있고,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이는 선수도 있다. 이 감독도 이를 설명하며 웃은 것이다. 그러면서 “‘왔다’ 생각해 주면 제일 고맙다. 내 자리를 잡아야지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오늘 잘 치면 내일도 (선발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현창은 이날 멀티히트까지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안타 하나에 몸에 맞는 공 하나를 기록하며 경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팀도 이기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 감독은 그런 정현창을 상당히 주목해서 보는 지도자다. 지난해 NC와 트레이드 당시에도 좋은 평가를 내렸고, 시즌 막판에는 직접 1군에 올려 실험하기도 했다. 마무리캠프 때는 올해 주요한 백업 선수로 보고 강훈련도 시켰다. 관심이 없으면 이렇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정현창은 일단 1군 엔트리 한 자리는 굳혔다. 발이 느린 내야수를 대신해 대주자로 들어갔다가, 2루든 유격수든 그대로 수비에 들어간다. 포지션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이기는 경기에서 막판 정현창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수비는 믿음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현재 백업 내야수 중 가장 수비가 나은 선수임은 물론, 주전 선수들보다도 수비는 뒤질 게 없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다.
다만 백업을 하려고 야구 선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전으로 가기 위한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 다리가 자꾸 흔들리는 경향은 있다. 공격이다. 유격수 자리는 수비 비중이 큰 포지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라인업에서는 엄연히 똑같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주전이 되려면 공격도 어느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와야 한다. 다만 올해 86경기, 63타석에서 기록한 타율은 0.143이고, OPS(출루율+장타율)도 0.418로 리그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
표본이 작은 상태라는 것은 감안해야 하지만, 또 그렇다고 덮어두고 선발 유격수로 내기도 어려운 성적이다. 이 감독도 그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박민(허리), 김규성(복사근)이라는 캠프 경쟁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정현창의 비중이 더 늘어나야 맞는데, 공격이 잘 안 풀리다보니 과감하게 선발로 넣기는 애매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타격 지표를 보면 이 감독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현재 KIA 벤치에 정현창보다 더 좋은 수비력을 가진 내야수는 없다. 선발로 나선다고 가정했을 때, 지는 경기라면 대타를 내고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경기에서는 끝까지 뛰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럴 때 공격이 너무 처지면 상대 배터리가 집요하게 달려든다. 이를 테면 정현창의 앞타자는 거르고 정현창과 승부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흐름이 끊기면 경기가 어려워진다. 이 감독이 정현창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선발로 넣기는 주저하는 이유다. 딱 한꺼풀을 못 벗긴 느낌이다.
결국 하주석이 선발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더운 날에 한 선수가 계속 유격수로 나설 수는 없다. 하주석도 하주석이지만 2루수 김선빈의 체력도 안배해야 하기에 두 포지션을 모두 볼 수 있는 정현창의 선발 기회는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공격력도 보여주며 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깨야 한다. 이는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이 선수가 해야 할 일이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도 하주석을 위협할 수 있는 내야수가 필요하다. 정현창이 이범호 감독의 생각을 바뀌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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