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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S] 박정우 감독 "'판도라', 개봉 자체가 고마운 일"

작성일: 2016.12.09 07:00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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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 제공|NEW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드디어개봉했다. 영화 판도라가 지난 7일 개봉했다. 4년 전 기획을 시작했고 촬영에 들어갔다. 모든 촬영이 끝난 뒤 개봉일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조급함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박정우 감독 역시 빠른 개봉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4년이든, 5년이든 개봉하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후 반응은 좋았다. 박 감독은 당연한 말이지만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한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이 보는게 판도라의 가치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운 것은 판도라가 원전사고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 연가시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박정우 감독은 차기작으로 원전 재난을 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 아무런 대비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고 영화를 구상했고, 4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단순히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주는 작품은 아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재난이고, 무섭다고 피하면 안되는 일이기에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재난을 확인한 후, 대처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 “숨겨둔 자식도 아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박정우 감독을 만났다.

Q. ‘판도라4년만에 개봉했다.

사실 이 영화를 시작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4년이든 5년이든 개봉하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올해 안에 개봉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고 좋은 세상이 오면…’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완성하는게 목표라고 생각했다. 시기가 좀 빨라진 결정적인건 지진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땐 이런 일이 벌어질줄은 몰랐다. 가능성이 있는 사고를 영화적으로 설정해서 썼는데 (지진이 나니) 덜컥 겁이 나더라.

Q. 힘들게 준비했는데 그 안에서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자료조사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쓰기 전 접으려고 했다. 뜻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저예산 영화로 만들 수는 있지만,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나는 상업영화 감독인데 소재의 예민함 때문에 투자할 사람이 없었다. 자료조사한 것이 아까워서 시나리오를 썼고, 좋은 세상이 오면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일단 완성했다.

Q. 외압에 대한 걱정도 있었나.

있었다. 두려움이 있었다. 준비하면서 투자 관련, 장소 협조 등 국가 공기업의 거절을 당했다. 그런 일을 당하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외압을 몸으로 느끼진 못했다.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상영관을 안 주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개봉을 못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으면 그것이 외압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했다.

▲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 제공|NEW
Q. 그래서 더욱 신경써서 준비한 부분이 있나.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우리 영화를 반대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잘한 수치나 지명, 상황 등 반론을 제기하고 허구성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 최대한 사실적이고 현실성있게 진행했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Q. 영화가 시국과 연관 돼 거론된다. 부담스럽거나 억울한 부분이 있나.

솔직히 억울함이 크다. 영화 제작 과정을 아는 사람은 시국 덕을 보려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숨죽이고 눈치를 보면서 만들었던 세월이 억울하고 분하다. 하지만 양면성이 있다. 시국이 이래서 상상도 못 할만큼 무난하게 개봉하게 된 것은 좋지만, 그 시국 때문에 영화가 묻힐 수도 있는건 아쉽다.

Q. 공식적인 자리에서 수위 높은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년동안 어디에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큰 영화들은 단계별로 홍보를 한다. 주변에서 요즘 뭐하냐고 묻기도 하더라. 숨겨둔 자식도 아니고 속상했다. 행사를 시작하면서 울분이 봇물 터지듯 하더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했는데 화가 났다. 우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일이 교묘하게 걸렸다(‘판도라언론시사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진행됐다). 자꾸 다른걸로 이슈가 되니 감독 입장에서 화가 났다. 참다가 마지막에 터졌다.

Q. 캐스팅이 어렵진 않았나.

어렵지 않았다. 보통은 나이가 있는 중견배우들은 모험보단 안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젊은 배우들이 오히려 용감하게 간다. 그런데 판도라는 중견배우들이 더 힘을 냈다. 김남길 씨도 걱정 없이 시작했다. 김영애, 정진영 씨는 이미 흥분이 돼 있었다. 이건 꼭 해야 하고, 책임은 감독이 지라고. 하하. 고사 때 배우와 스태프, 투자사 등 상견례를 한다. 다들 목소리가 떨렸다. 임하는 자세가 보통 영화와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 제공|NEW
Q. 오랜 기간, 자료조사도 철저하게 했다. 그 외에 다른 재난 영화와 달라보이게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재난 영화를 뻔하지 않게 가고 싶은건 감독의 가장 큰 욕심이다. 많은 시간을 두고 다양한 고민을 했다. 큰 규모의 재난 영화를 연출하면서 형식적인 실험이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흥행은 실패했지만 용기는 대단했다라든지, 영화는 죽었지만 캐릭터는 살았다는 인정을 받으면 개인적은 아쉬움은 없겠지만, 주변에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연가시에 이어 판도라도 재난 영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약간의 인연과 운명같은 부분이 복합된 것 같다. 한 작품을 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하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회적인 이슈나, 꼭 다뤄야 하는 이야기가 눈에 보이면 영화로 만든다. 그 후 가장 어울리는 장르를 찾는다. 현실이 반영된 이야기를 하고 싶고, 가치 있게 다뤄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장르와 규모가 결정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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