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우가 호쾌하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정근우가 2루 수비를 하는 모습.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사람들은 그를 언제나 "국가 대표 2루수"라고 불렀다. 한국 프로 야구를 대표하는 2루수라는 뜻이었다. 한화 정근우 이야기다.

그런 그가 돌연 2루수에서 물러났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잘해 주고 있고 기회도 줘야 한다. 앞으로 정근우의 포지션은 1루수나 외야수가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근우의 가슴에 못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2루수로서 그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쌓아 온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정근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가라는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가 진심으로 그 포지션에 적응하려 노력한다는 건 그의 야구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속상하다 한마디 할 법도 했다. 하지만 정근우는 끝내 그 문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2일 대전 KT전서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이라는 짜릿한 한 방 을 때려 냈다.

부상 복귀 후 7월 타율도 3할2푼6리로 좋았다. 흔들리지 않고 타자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수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공격력에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변함없었다. 어색한 포지션에 서 있었지만 자신이 할 몫은 충실히 해냈다.

한화는 팀의 기둥인 김태균을 비롯해 송광민 양성우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주전급 선수들의 대거 이탈은 장기 레이스에서 치명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화는 잘 버티고 있다. 그 중심에 정근우 같은 베테랑 선수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근우나 이용규 같은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 주며 팀이 흔들리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감독도 "정근우가 잘 버텨 주고 있기 때문에 팀이 버텨 낼 수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정근우는 "포지션에 대한 미련 같은 건 없다. 그동안 열심히 그 자리에서 해 왔기 때문에 만족한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올 시즌에 대한 미련이 크게 남을 것 같다.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솔직히 지금 나보다 힘든 선수들이 많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내겐 감사한 일이다. 2루수는 정말 최선을 다해 해 왔던 포지션이기 때문에 정말 미련 없다. 마지막까지 후배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세대교체의 거센 바람은 이 시대의 베테랑들에게 가혹한 찬 바람을 안겨 주고 있다. 하지만 정근우는 그 바람에서 한 걸음 빗겨 나 있다. 스스로 자존심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 살아남고 있기 때문이다. 정근우가 경쟁에서 밀렸다면 측은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팀을 위해 팀이 필요한 자리로 포지션을 옮겼을 뿐이다. 정근우 역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비우고 새출발을 하고 있다. 정근우 같은 선수의 존재가 있기에 한화는 꾸준히 고공 행진을 할 수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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