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KBO 최고 투수, 한국 오기 전 은퇴 생각했다니… 선수 하나 살린 대반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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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NC에서 뛰며 뛰어난 성적을 거둬 팬들의 사랑을 받은 좌완 카일 하트(34·샌디에이고)는 사실 한국에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트는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메이저리그 무대는 너무 멀었고,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하트는 15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했다”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KBO리그에 가면 마이너리그에 계속 있는 것보다는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보고 KBO리그에 간 셈이다.
지쳐갈 만도 했다. 2016년 보스턴의 19라운드(전체 568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그러나 지명 순위에서 보듯 팀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2019년까지 계속 마이너리그에만 있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잠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4경기(선발 3경기)에 나갔지만 1패 평균자책점 15.55를 기록한 채 방출됐다. 코로나 시절 투수가 모자라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를 끌어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트가 딱 그런 경우였다.
하트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모두 마이너리그에 머물렀고, 그렇게 메이저리그 무대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라임병을 앓기도 했고, 마이너리그 생활이 이어지자 빨리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1년은 야구를 포기할 뻔했던 하트의 인생을 바꿨다.
심기일전한 NC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 26경기에서 157이닝을 던지며 13승3패 평균자책점 2.69의 호성적으로 리그 최고 투수를 다퉜다. 한국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며 자신의 경기 운영 능력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고, 전매특허인 스위퍼는 계속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시즌 뒤 샌디에이고와 계약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예상보다는 낮은 금액이었지만 하트에게는 메이저리그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성공이었다.
샌디에이고 입단 첫 해에는 고전했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도 했으나 실패를 맛봤다. 시즌 20경기(선발 6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86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는 신분이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는 놀라운 결정을 한다. 시즌 막판 불펜에서 구속 및 구위 향상 조짐을 보인 하트에 재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하트는 샌디에이고의 조직이 자신의 성장과 잘 맞는다고 여겼다. NC의 재입단 제안을 뿌리치고 다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하트는 확실히 다른 투수다. 이전보다 구속이 빨라졌고, 구위도 좋아졌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달라졌다. 코칭스태프, 그리고 전력 분석팀과 함께 노력한 결과다. 하트는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현재 팀의 감독이자, 지난해에는 야구 운영 부문에 있었던 크레이그 스탐멘 감독을 은인으로 뽑았다. 마이너리그에 있던 하트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같이 골프를 치기도 하는 등 야구는 물론 삶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트는 “몸과 마음은 괜찮았다. 단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정말 안 좋은 경기들이 있었고, ‘이제 끝이다. 다시는 올라가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며 작년 어려웠던 시기를 회상하면서 “그가 나를 도와준 가장 큰 부분은 특정 구종 같은 기술적인 게 아니라 전체적인 승부욕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4점이나 5점을 내주면 그냥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는 그걸 감지했고, 내가 포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고마워했다.
샌디에이고 코칭스태프 또한 정확한 기술 분석을 통해 하트에 개선을 제안했다. 하트는 2025년 초 보고서를 봤을 당시를 떠올리며 “근력이나 유연성 면에서 등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와 이를 계속 수정했다. 처음에는 실제 결과로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계속 공을 던지면서 4개월이 지나자 구속이 올라갔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 하트의 투구는 그런 조정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그런 하트는 올해 대활약이다. 주로 불펜에서 뛰지만 1이닝 이상 멀티이닝을 소화하기도 하고, 오프너로 나서기도 한다. 팀의 만능 퍼즐이다. 시즌 32경기(선발 4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 중인데, 최근 7경기에서는 13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하트는 “잘하다가도 걸림돌을 만나는 게 야구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다시 노력하고, 다시 잘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올라가다 굴러 떨어지고, 그리고 다시 계속 올라가는 과정이 내 야구 인생의 요약처럼 느껴진다”면서 보직에 대해서도 “그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다. 그저 이기고 싶을 뿐이다”며 보직과 관계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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