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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진단⑤]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요구에도 ‘솜방망이 처분’…매년 국감서 반복된 지적

작성일: 2026.10.28 10:45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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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요구했지만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스포츠공정위는 '무혐의'라며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윤리센터의 징계 요구에도 협회의 제 식구 감싸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요구했지만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스포츠공정위는 '무혐의'라며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윤리센터의 징계 요구에도 협회의 제 식구 감싸기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메달 숫자만으로 한국 스포츠의 현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의 국가주도형 선수 육성 시스템과 일본의 탄탄한 스포츠 저변이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면 한국은 학교체육의 위축과 선수 육성 기반의 약화, 변화하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지도자 육성 체계, 부처별로 나뉜 스포츠 정책의 조정과 실행 등 여러 과제를 확인했다. 선수 인권 보호와 체육계의 공정성·책임성 확립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국 체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각도로 진단하고, 선수 육성 기반 강화부터 공정한 스포츠 환경 조성까지 한국 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스포츠 윤리센터에서 열심히 조사하고 징계 조치 요구를 해도 해당 협단체에서 징계 조치를 안 하면 소용 없는 거 아닙니까?"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던진 질문이다. 체육계의 폭력과 성 비위, 각종 부조리를 조사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실제 처분을 담당하는 체육단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20년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이후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징계 지연과 미이행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스포츠윤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체육계의 비위와 인권침해 등에 대한 신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851건이었던 신고는 2025년 1536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1286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신고 이후의 처리 과정이다.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포츠윤리센터가 관계기관과 체육단체에 징계를 요구한 566건 가운데 231건(40.8%)이 법정 처리기한인 90일을 넘기고도 조치 결과를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사를 마치고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실제 징계 권한을 가진 체육단체가 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사건의 최종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징계 지연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관련 규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기한 내 징계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체육단체에는 최대 2년간 재정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처리기한을 넘긴 139건 가운데 스포츠윤리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재정지원 제한을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문체부에 실제 제재가 이뤄졌는지 따져 물었다. 문체부 이선영 체육국장은 재정지원 제한 조치를 취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선영 국장은 "그동안 안내나 협조 요청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인데, 앞으로는 강력하게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법적 제재 수단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을 문체부도 인정한 것이다.

◆ 징계 요구에도 '솜방망이 처분'…피해 선수는 운동을 그만뒀다

체육단체의 징계 이행 문제는 처리 지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승수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해도 일선 체육단체가 이를 기각하거나 징계 수위를 낮추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각·견책·징계 없음·징계 불가·징계 보류·미회신 등을 포함한 이른바 '하향 징계' 비율은 2025년 57.3%에서 2026년 86.2%로 높아졌다. 특히 올해 해당 사례 25건 가운데 22건은 징계 처리 결과를 회신하지 않은 경우였다.

김 의원은 "2년 동안 재정 지원 중단하는 그런 조항까지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렇게 아주 미온적으로 자기 식구 감싸는 그런 징계가 이렇게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문제 아닙니까?"라고 지적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사를 마치고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종목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징계 수위를 낮추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실제 선수 피해 사례도 공개됐다. 김승수 의원은 한 지역 역도 선수가 선배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사건 발생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징계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실제 처분은 지연됐다는 것이다.

그사이 피해 선수는 운동을 그만뒀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는 대회에 출전해 입상까지 했다. 김 의원은 "그 사이에 피해자는 안타깝게도 그냥 운동을 그만뒀고요. 반면에 가해자는 그냥 당당히 대회에 출전해 가지고 수상까지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 피해자가 완전히 처지가 뒤바뀐 겁니다"라며 체육계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했다. 징계 지연이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의 운동 지속 여부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 윤리센터는 '승부조작', 스키협회는 '무혐의'…경찰 수사에 징계 보류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의 승부조작 사건 역시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가 실제 징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여준다. 2024년 1월 열린 제54회 대한스키협회장배 전국스키크로스대회에서 경기 판정 변경으로 특정 선수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대회는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회였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약 1년 6개월 동안 관련 자료와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한 끝에 승부조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경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그러나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2월 승부조작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 진행 미숙을 징계 사유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A 전 감독에게 자격정지 9개월, 경기위원장과 레프리에게 각각 자격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

스포츠윤리센터와 종목단체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다. 피해자 측은 협회 결정에 불복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 판단을 보류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협회 결정에 대해 별도의 재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에 따라 징계 요구가 내려지면 체육단체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이행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9는 징계 등 조치요구를 받은 체육단체가 90일 이내에 처리 결과와 회의록 등 근거자료를 문체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경찰 수사를 이유로 징계를 보류하는 관행도 지적됐다. 김윤덕 의원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서 스포츠공정위의 징계가 보류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수사 중에 있다 하더라도 징계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스포츠윤리센터 한민수 이사장 직무대행에게 물었다. 이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직접 언급하며 "수사 기관이 이를 수사 중에 있다 하여도 제31조 제2항과 제3항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련 규정은 징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되는 경우 경찰 수사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더라도 징계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보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스키 승부조작 사건의 경우처럼 실제 징계 과정에서는 경찰 수사를 이유로 판단을 미루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징계 요구의 법적 의무와 실제 이행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사기관이 장기간에 걸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실제 처분을 담당하는 체육단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당한 사유 없는 징계 지연과 감경을 방지하고, 조사 결과가 적절한 처분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제시한 자료.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에도 체육단체의 하향 징계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제시한 자료.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요구에도 체육단체의 하향 징계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 매년 반복된 국감 지적…징계 이행체계 개선 필요

체육계 징계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202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미이행률을 낮추고 징계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2025년에도 체육단체의 징계 처리 지연과 미이행 문제가 다시 지적됐고, 국회는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구체적인 수치와 선수 피해 사례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현재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비위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를 요구하지만 실제 징계 심의와 처분은 해당 종목단체의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이 담당한다. 이처럼 조사와 징계 기능이 분리된 구조에서는 종목단체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를 미루는 단체에는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종목단체와 시·도 및 시·군·구 체육단체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다른 현실을 고려하면 일관된 기준과 신속한 처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승수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대한체육회에 주요 비위 사건에 대한 징계 기준과 신속한 처리체계 마련을 요청했다.

이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일원화되지 않은 여러 가지 구조들 때문에 좀 미진한 부분들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좀 더 세밀한 어떤 그런 방법을 찾아서 지역에 있는 곳 또 종목 현장까지도 이런 부분들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와 지역 체육단체까지 일관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체육계의 폭력과 성 비위,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고 징계 이행을 강제할 법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징계 요구 10건 중 4건 이상이 법정 처리기한을 넘겼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재정지원을 제한할 수 있는데도 실제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행정 지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징계가 미뤄지는 동안 피해자는 운동을 그만두고,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는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체육계의 비위를 근절하겠다는 제도적 취지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제도 부족만을 이유로 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이나 선언적인 개선 약속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일이다. 징계를 이행하지 않는 체육단체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정당한 사유 없는 처리 지연에는 실질적인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국정감사의 지적이 해마다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체육계 스스로 징계제도의 실효성을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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