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해 줄 테니 공짜로?" 서인영 발언으로 본 연예계 협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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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지호 기자] 유명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물건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려는 태도는 과연 당연한 권리일까. 가수 서인영이 재혼을 앞두고 가전제품 협찬을 요청한 발언이 논란을 낳으면서 연예인의 협찬 문화와 그 이면에 자리한 특권 의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인영은 최근 유튜브 채널 '개과천선 서인영'을 통해 오는 12월 26일 재혼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그는 결혼 준비 과정과 신혼집 마련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서인영은 "남양주에 아파트를 구입해 신혼집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의 위층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었다.
문제의 발언은 신혼집에 필요한 가전제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서인영은 제작진에게 "가전제품 협찬 좀 받아와. 나 돈 없어. 집 사는 데 돈 다 썼어"라고 말했다. 새집을 마련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갔으니 가전제품은 협찬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을 두고 반응은 엇갈렸다. 웹예능의 특성상 제작진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은 장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고가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려는 듯한 태도가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서인영이 실제로 가전업체에 협찬을 요구했거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해당 장면만으로 그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협찬 문화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협찬은 원래 기업과 홍보 주체가 서로의 필요에 따라 맺는 마케팅 협력이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사용하는 유명인은 사전에 합의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양측이 홍보 효과와 제공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했다면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유명인이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를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여기고, 그 대가로 무상 제공을 당연하게 기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쓰면 홍보가 되지 않느냐'는 생각은 자칫 유명인의 인지도를 물건값보다 우위에 두는 특권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협찬을 요청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과 유통 과정, 인건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연예인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에는 분명한 경제적 가치가 존재한다.
유명인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홍보 효과는 소비자층과 브랜드 이미지, 콘텐츠의 노출 규모, 구매 전환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자신의 유명세만으로 충분한 대가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면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과 위험을 가볍게 여기는 셈이다.
무엇보다 협찬의 핵심은 상호 합의다. 기업이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먼저 제품을 제안하는 것과 유명인이 자신의 인지도를 근거로 무상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엄연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협찬은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성립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인영의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해도 아쉬움을 남긴다. 일반 소비자들은 신혼집을 마련한 뒤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한다. 집을 사느라 돈을 많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가전제품을 무료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반면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름과 방송 노출 가능성을 활용해 협찬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대중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협찬을 언급하는 방식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유명인의 한마디가 기업에 실질적인 홍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협찬을 제공하지 않으면 인색한 기업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연예인 협찬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고, 출연자와 제작진이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해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협찬 자체가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태도다. '홍보해 줄 테니 제품을 달라'는 제안은 협상일 수 있다. 그러나 '유명한 내가 사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인식이라면 그것은 상호 존중에 기반한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
앞서 서인영은 최근 자신의 경제적 상황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일 방송된 E채널 '서인영의 유행꼰대'에서 그는 과거 한 달에 2억 원을 지출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아버지에게 매달 100만 원의 용돈을 받고 있으며,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 4만 원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과거 화려한 소비생활로 주목받았던 서인영이 달라진 경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경제적 사정과 협찬을 기대하는 태도는 별개의 문제다.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고가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아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물론 방송 속 서인영의 발언이 실제 요구가 아닌 제작진을 향한 장난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그의 인격이나 평소 행동까지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유명인의 영향력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사실과 그 영향력이 모든 물건을 무상으로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번 서인영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협찬을 받을 기회가 많을 수는 있다. 그러나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협찬을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갑'의 마인드 자체가 문제 발생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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