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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컵 영상] '볼 소리 안 들려도 상관없어' 이덕희, 어떻게 감동 줬나

작성일: 2017.02.04 05:50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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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천, 글 조영준 기자, 영상 장아라 기자] 남들보다 조금 안 들리고 조금 말하지 못할 뿐이다. 그는 어엿한 한국 국가 대표 선수이자 테니스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였다. 경기 내내 세계적인 강자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던 19살 청년의 당당한 플레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덕희(19, 마포고, 세계 랭킹 139위)는 3일 경북 김천국제테니스장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 대항전인 국제테니스연맹(ITF)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I그룹 예선 1회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2단식에서 데니스 이스토민(30, 세계 랭킹 80위)에게 세트스코어 1-3(6-4 2-6 6<0>-7 4-6)으로 역전패했다.

1세트를 따낸 뒤 역전패한 점은 아쉬웠지만 경기 내용은 훌륭했다. 우즈베키스탄의 기둥 이스토민은 세계 랭킹 33위까지 올라갔던 강자다. 그는 지난달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2회전에서 '무결점'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 세계 랭킹 2위)를 꺾은 강자다.

1세트에서 이덕희는 한층 발전한 포핸드와 서브로 이스토민을 괴롭혔다. 3세트에서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5세트 경기에 처음 출전한 이덕희는 체력이 떨어졌고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이덕희는 이스토민의 힘을 빼놓으며 자신의 소임을 해냈다. 자신보다 한 수 위 상대를 만나면 정신력이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덕희는 이스토민과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이겨 보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 2017년 데이비스컵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백핸드 발리를 하고 있는 이덕희 ⓒ 김천, 스포티비뉴스

듣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 극복한 기대주, 한국 테니스의 미래로 떠오르다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1, 체코-미국)는 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 선수가 친 볼의 소리는 경기에서 중요할 때가 있다. 소리를 듣고 볼의 회전을 예측할 수 있다. 또 볼을 치는 소리로 상대 선수의 서브와 공격에 즉각 대비한다. 반응 속도가 중요한 테니스에서 소리는 큰 영향을 미친다.

청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이덕희는 이런 점에서 매우 불리하다. 그러나 이덕희는 이런 점을 이겨 내며 태극 마크를 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재능이 있었던 이덕희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듣지 못하는 약점을 보고 집중하는 것으로 극복해 낸 그는 세계 랭킹 100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스토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한 이덕희는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는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을 도와줄 통역과 동행한다. 취재진이 질문을 하면 이덕희는 통역의 구화(상대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로 이해한다.

이덕희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져서 아쉽다.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기회가 왔는데 그 분위기를 놓쳐 4세트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처음 5세트 경기를 경험한 이덕희는 "5세트 경기는 처음 했다. 앞으로 그랜드슬램 대회에 나가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발전한 포핸드에 대해 그는 "아직 제 포핸드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면이 많다. 앞으로 더 연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2017년 데이비스컵 우즈베키스탄과 2단식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덕희 ⓒ 김천, 스포티비뉴스

이덕희를 연호한 관중, "많은 분의 응원에 감사…더 좋은 경기 보여 드리겠다"

김천국제테니스장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중으로 북적였다. 최근 호주 오픈에서 선전한 정현의 활약에 테니스의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 1단식에 출전한 정현은 우즈베키스탄의 복병 산자에 파지에프(22, 세계 랭킹 367위)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6-4 6-4 6<5>-7 4-6 6-0)로 이겼다.

정현의 승리에 이어 이덕희의 선전이 이어졌다. 자리를 가득 메운 관중은 "이덕희! 이덕희!"를 연호했다. 이덕희는 승리라는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선수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가운데 하나는 관중들의 응원 소리다. 안타깝게도 이덕희는 이런 기쁨을 다른 선수들처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득점할 때 관중들이 손뼉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은 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이덕희에게 갈채를 보냈다. 이덕희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셔서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신을 응원해 준 관중에게 감사를 전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덕희는 139위까지 세계 랭킹을 높였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100위 안 진입도 가능하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불편을 이겨 낸 그는 정현과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성장했다. 이덕희는 4일 열리는 복식 경기와 5일 정현이 출전하는 4단식 결과에 따라 5단식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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