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MLB 스포일러] 메이저리그는 바야흐로 미들 인필더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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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 2017년 현재 메이저리그는 미들 인필더들의 시대다. 타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시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2루수와 유격수는 팀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111명. 그 가운데 25명(22.5%)이
미들 인필더였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미들 인필더가 9명에 불과했던 2010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루수와 유격수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2000년대까지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미들 인필더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2루수에는 라인 샌버그를 필두로 크레이그 비지오와 제프 켄트 그리고 로베르토 알로마와 체이스 어틀리 등이 활약했으며 칼 립켄 주니어와 함께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노마 가르시아파라 그리고 헨리 라미레스와 같은 선수들이 유격수로서 엄청난 타격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포지션에서 특출난 선수들이었을 뿐, 모든
2루수와 유격수가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 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랑을 받은 훌륭한 미들 인필더들의 문제점은 그들로 하여금 팬들에게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가진 미들 인필더에 대한 환상을 심어 줬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타격에 중점을 둔 포지션은 1루수와 코너 외야수였다.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이들은 타격에서 그 존재감을 나타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뛰어난 공격력을 펼친 대부분의 선수들은 1루수 또는 코너 외야수였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높은 wRC+(조정
득점 창출력)를 기록한 두 포지션은 바로 1루수(115)와 우익수(109)였다. 그에 비해 2루수와 유격수는 각각 95와 89로 포수(88)에 이어 가장 낮았다.
● 2002-2016
포지션별 wRC+
포수 88
1루수 115
2루수 95
3루수 101
유격수
89
좌익수
106
중견수
100
우익수
109
지명타자
107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의 미들 인필더들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향상된 것이다.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된 1921년 이후 2루수가 100 이상의 wRC+를 기록한 시즌은 1924년(103),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유격수 역시 90 이상의 wRC+를 기록한 시즌은 세 차례(1947, 1964, 2007)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2루수는 92년 만에 100 이상의 wRC+(101)를 기록했고 유격수 또한 92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남겼다.
미들 인필더들의 득점 창출력이 크게 상승한 데에는 홈런 수의 증가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2루수가 기록한 홈런은 691개.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2004년의 566개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격수 역시 다르지 않다. 종전 유격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2000년의 484개. 가르시아파라와 로드리게스와 같은 장타력을 가진 유격수들이 활약했던 시즌이다. 그러나 지난해 메이저리그 유격수들은 565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며 2000년의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미들 인필더의 홈런 열풍은 누가 주도한 것일까. 2루수 포지션에서 공격을 이끈 이들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베테랑들이다. 지난해 20홈런을 넘긴 2루수 13명 가운데 25세 이하 선수는 22세의 루그네드 오도어(33홈런)와 24세의 조나단 스콥(25홈런)뿐이다. 42홈런을 기록한 브라이언 도저는 지난해 29세였으며 39홈런으로 2루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친 로빈슨 카노는 33세였다. 37세로 최고령 2루수였던 체이스 어틀리는 14홈런으로 장타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와는 반대로 유격수에서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지금과 같은 반전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유격수 가운데 25세 이하 선수는 6명. 생애 첫 30홈런 시즌을 만든 브래드 밀러 또한 26세에 불과했다. 코리 시거, 트레버 스토리, 카를로스 코레아, 프란시스코 린도어 등의 활약은 지터와 가르시아파 그리고 로드리게스의 유격수 트로이카 시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데 모자라지 않다.
지난해 7월, LA 다저스의 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가르시아파라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의
현재 상황이 매우 흥미롭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가르시아파라는 "현재 젊은 유격수들의 활약이 당신을 포함한 뛰어난 유격수들이 뛰던 시기를 연상시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젊은 유격수들의 활약은 나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들이 수비와 공격에서 중요한 요인들에 대해 신경 쓰고 집중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현대 야구에서 유격수는 매우 특별한 포지션이다. 과거 유격수는 훌륭한 공격력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었지만 알렉스와 데릭 그리고 테하다와 내가 중심 타선에서 활약으로 큰 인상을 남기면서 유격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지금의 젊은 유격수들은 과거, 우리가 펼쳤던 활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어 가르시아파라는 인터뷰 후 필자에게 ‘최근 2루수들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다.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편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력이 좋지 않은 거포들이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은 미들 인필더들의 홈런 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세이버메트릭스의 보급 이후 클래식 기록 외에도 다른 세부 기록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웨이트트레이닝의 활성화로 선수들의 근육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홈런을 치는 것에만 특화된 선수가 아니더라도 그 대체 선수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미들 인필더들을 포함한 센터 라인 포지션의 홈런 수 증가가 증명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미들 인필더들은 기존의 관념을 깨고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과연 이들의
타격 퍼포먼스는 어디가 한계일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미들 인필더들의 시대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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