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그 영상] 김호철호가 펼친 "죽은 '개인 배구'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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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6명이 코트에 나서는 배구는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분명히 유리하다. 한동안 국내 프로 배구 V리그는 '외국인 선수 농사'에 따라 팀의 한 시즌 운명이 결정되는 시기가 있었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배구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김호철(62)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한국 남자 배구 대표 팀은 홈에서 열린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 남자 배구 대회 3연전에서 2승을 챙겼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애초 김 감독은 "서울 시리즈에서 만날 체코, 슬로베니아, 핀란드는 모두 이기기 어려운 팀이다. 1승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했다.
기회는 위기에 놓일 때 찾아올 수 있다. 안방에서 3연패에 빠질 우려가 있었지만 김 감독과 선수들은 이를 이겨 냈다. 걸출한 공격수가 없는 점은 분명 현재 한국 배구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이 점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거포가 없는 한국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특정 선수의 기량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 힘을 보태는 쪽을 선택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버린 한국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현재 한국에 중요한 것은 '팀워크', 거포 부재 이겨 내
이번 대표팀에는 전광인과 서재덕(이상 한국전력)이 부상으로 빠졌다. 2016~2017 시즌 V리그 MVP인 문성민(현대캐피탈)은 무릎 수술을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빠진 팀의 전력은 최상이 아니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 신영석(현대캐피탈)은 월드리그를 앞둔 상황에서 부상으로 훈련보다 재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표 팀이 호흡을 맞출 시간도 짧았다. 팀을 운영하고 지원해야 할 대한배구협회의 형편도 넉넉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의 폭은 좁았다. 거포가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했다. 또 주전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다양한 교체 카드로 상대를 흔드는 방법이 있었다. 한국은 2일 체코전에서 정지석(대한항공)이 19점, 이강원(KB손해보험)이 17점, 최홍석(우리카드)이 10점을 기록했다. 중앙을 지킨 신영석(현대캐피탈)과 박상하(삼성화재)는 9점을 기록했다.
4일 핀란드와 경기에서 박주형(현대캐피탈)이 '깜짝 활약'을 펼쳤다. 그는 이 경기에서 두 팀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이강원은 17점, 정지석은 14점, 신영석은 12점을 올렸다. 다양한 공격 루트와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선수의 선전이 승리로 이어졌다.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는 체코와 경기를 마친 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잘하는데 내가 못해서 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 팀은 프로 구단의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됐다. 대표 팀의 전력은 좋지 않지만 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뭉쳐 있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김 감독은 "홈에서 만나는 세 팀은 모두 힘든 상대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했다.
경기 상황에 맞춰 기용한 김 감독의 선수 교체도 성공했다. 원포인트 서버로 태극 마크를 단 이시우(현대캐피탈)는 팀 분위기를 바꾸는 강한 서브로 상대를 위협했다. 상황에 맞춰 레프트 보조 공격수인 박주형과 송희채(OK저축은행)를 교체한 점도 주효했다. 김 감독은 "베스트 6를 결정하는 것보다 경기 상황에 맞춰 선수들을 고르게 교체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 팀을 쓸어버릴 '대포'는 없지만 '소총 부대'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이런 선수 기용은 한 경기에서 10점 이상을 올리는 선수가 3명 이상이 나왔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버리고 팀워크를 강조한 한국은 체코와 핀란드를 무너뜨렸다.
대표 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
김 감독은 "배구가 프로화가 된 뒤 대표 팀의 위상은 떨어졌다. 명예직이나 의무직으로 본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몇몇 선수가 대표 팀 경기를 성의 없이 한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한 배구 관계자는 "대표 팀이 살아나려면 특정 스타 플레이어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가능성 있는 대학과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나긴 시즌을 마친 선수 상당수는 부상으로 고생한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대표 팀 차출을 꺼리는 경우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탓을 할 수 없다"며 "대표 선수로 뛸 동기부여를 주고 대표 팀 발전에 대한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배구의 베테랑 공격수 한유미(35)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마친 뒤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국제 대회를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리그 경기 출전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우리 나라 선수들보다 잘하는 이들과 직접 부딪혀 봐야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코 전을 마친 뒤 대표 팀 주장 이선규(KB손해보험)는 팀 후배인 이강원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이)강원이는 원래 성실하게 연습하는 선수다. 대표 팀에 들어오면 실력이 많이 늘 것"이라며 "이번 대표 팀이 강원이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표 팀이라는 곳이 부상 위험이 있는 '지뢰밭'이 아닌 선수 기량에 도움을 주는 '배움의 터'로 바뀌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시스템과 변화가 있어야 한국 배구의 미래가 밝을 수 있다.
핀란드와 경기를 마친 박주형은 "이번 월드리그를 계기로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 발도 좀 빨라진 것 같고 웨이트 훈련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리즈를 마친 한국은 앞으로 힘든 일정이 남아 있다.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일본 다카사키에서 슬로베니아, 터키, 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그리고 네덜란드 원정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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