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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첫방①] 과한 설정+어수선한 전개…병맛 묘미는 살렸다

작성일: 2017.08.10 09:50 이호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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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홀' 포스터. 제공|KBS2
[스포티비스타=이호영 인턴기자] 과도한 캐릭터 설정과 어수선한 전개가 만나 '병맛' 작품이 탄생했다.

9일 첫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하 '맨홀')'(극본 이재곤, 연출 박만영 유영은)은 주인공 봉필(김재중 분)이 일주일 뒤 예고된 28년 짝사랑 수진(유이 분)의 결혼 소식에 낙담하다 우연히 맨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시간 여행을 그린 드라마다.

'맨홀' 첫 회는 하나같이 붕 뜬 캐릭터들의 성격을 소개하며 9할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극중 봉필이 수진을 사랑하게 된 배경이나 사연은 부족했다. '같은 동네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이웃으로 자라며 28년동안 사랑에 빠졌다'는 봉필의 내레이션으로 대신했다.

시작부터 봉필은 술에 취해 결혼을 앞두고 함을 받는 수진의 친척, 예비신랑 박재현(장미관 분) 앞에서 행패를 부렸다. 수진은 그런 봉필을 노려보며 제압했다. 두 사람과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 윤진숙(정혜성 분), 조석태(바로 분)는 괴로워하는 봉필에게 "박재현을 죽여라" "고백하라"고 다그쳤다. 이후 봉필은 수진에게 달려가 진심을 전하지만 화면은 급 전환, 이는 그의 상상이었다.

결국 봉필은 고백하기로 진지하게 마음을 먹고 수진을 찾아 동네를 뒤졌다. 멀티방 앞에서 수진 커플을 발견한 그는 예비 신랑 박재현에게 울분을 터트렸다. 울먹이며 박재현에게 "왜 수진을 왜 4성급 호텔이 아닌 멀티방에 데려갔냐. 결혼 전에는 참으면 안 되냐"고 따져 물었다. 봉필의 진지한 대사는 보는 이들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후 장면은 다시 한번 급 전환됐다. 봉필은 기절한 채 누워있다가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싼 친구들은 "너 한대 맞고 기절했다"며 그를 걱정했다. 앞서 술주정을 부리는 봉필에게 매섭게 소리치던 수진이 이번에는 갑자기 그의 편을 들며 박재현과 싸웠다.

수진과 둘이 남게 된 봉필은 "사실 나 너 볼 때마다, 나 오줌 마렵다"고 말실수를 해 '병맛'을 더했다.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한 뒤 가로등 앞에 서서 한참을 혼잣말을 했다.

이때 갑자기 맨홀 위에 있던 가로등이 반짝였다. 수진이 봉필을 찾아 나섰을 때 그는 온데간데없어졌다. 그 시각 봉필은 맨홀에 빠져 워터슬라이드를 타듯이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 맨홀'이 첫 방송됐다. 사진|KBS2 방송 화면
한참을 어수선하게 진행된 스토리 전개는 난잡한 느낌만 줄 뿐이었다. 후반부 뜬금없는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시작된 '맨홀 타임슬립'은 당연히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에필로그가 공개됐다. 외계인들이 봉필을 지켜보며 외계어로 대화를 나눴다. '맨홀 타임슬립'의 이유를 암시하는 듯했지만 막판 등장한 외계 생명체만으로 당위성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맨홀에 빠져 시간 여행을 한다는 판타지 장르에서 당위성을 찾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하지만 50분 내내 소리치고, 울부짖으며 사연 설명 없는 짝사랑만 외쳐대다가 마지막 10분, 급하게 등장한 판타지 요소를 당장 받아들이기엔 힘겹다.

그래도 '병맛' 작품의 묘미는 충분히 살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당위성이나 전개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따지지 않고 보기에는 적절했다. 또 배우들의 화려한 비주얼과 맛깔나는 코믹 연기에만 집중한다면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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