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신태용 데뷔전의 판단 오류, 대표팀은 여전히 ‘위기불감증’(영상)
작성일: 2017.09.01 10:09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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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평소의 신태용 감독 얼굴이 아니더라.”
감독 신태용의 장점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야성미였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성격을 떠나, 선수의 기용과 전략 구축으로 이어지는 축구 철학의 문제다. 이란전을 지휘하는 신 감독의 모습을 보며 많은 축구계 인사들이 우려를 표했다. 결과가 주는 무게의 크기가 다른 국가 대표 팀에서 신 감독 역시 평소 이상의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전북으로 구성한 수비진, 김민재 투입은 적중했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판단이 흐려진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 모험 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내리게 된다. 대승적 차원에서 K리그의 조기 소집이 이뤄졌지만, 이란과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 중 K리거는 이재성, 김진수, 최철순, 김민재 등 전북현대 소속 선수 네 명 뿐이었다. 포백 수비 라인 중 세 명을 전북 선수로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호가 이란전에서 거둔 성취는 실점하지 않고 비긴 것이다. 국내파로 훈련 시간을 충분히 갖고, 소속팀에서 이미 조직이 익숙한 수비 라인만 힘을 발휘한 것이다. 신 감독이 이란전에 꺼낸 선발 명단에서 호평 받은 부분은 신예 김민재의 과감한 기용이다. 김민재는 터프한 이란 공격을 힘으로 잘 버텼다. 후반 7분에는 에자톨라히와 경합 상황에서 퇴장을 끌어내기도 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란은 강하게 공을 때리고 들어온다. 돌아서지 못하게 힘으로 버텨줘야 하기 때문에 빠르고 젊은 수비수가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이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했다. 올해 프로 신인이기도 한 김민재는 전북에서의 활약으로도 주목받아 왔고, 이란전 이후 언론의 집중 조명과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 감독의 모험적인 모습은 그것이 전부였다. 10여일 가까이 훈련할 수 있었던 K리그 공격수들을 벤치에 남겨두고 28일 입국해 29일 하루 밖에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유럽파 선수들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준비 시간 부족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기회를 준 것을 “공격수는 사실 조직력 보다 개인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설명했다.
수비는 조직, 공격은 개인이라는 것은 한국 축구가 재고해야 할 명제 중 하나다. 훈련으로 극복할 수 없는 기본 능력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지만, 축구는 팀 플레이이고, 전술과 전략,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잘 갖춘 팀이 더 좋은 경기를 하기 마련이다. 이 부분에서 같은 조건일 때 개인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신 교수 역시 “공격도 결국 조직력이 관건”이라고 했다.

#부상 달고 있는 유럽파 공격 선택, 컨디션 보다 이름이 더 컸다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의 솔로 플레이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란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비 조직력을 갖췄고, 한국 선수들의 장점 분석을 완전히 갖춘 상대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전술 훈련과 패턴 훈련으로 이란 조직에 응수했어야 한다.
더구나 손흥민은 팔 부상, 황희찬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었다. 장거리 비행으로 이동했기에, 이들에게도 이란전은 ‘홈 경기’가 아닌 ‘원정 경기’의 피로가 느껴졌다. 이날 경기를 뛴 한 유럽파 선수도 몸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축구계 원로 중 한 명은 “선발 명단을 짤 때는 이름을 지우고 컨디션을 봐야 한다. 신 감독도 유명한 선수를 배제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운동생리학에 정통한 신 교수는 “브라질 대표팀이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고전했을 때 유럽에서 뛰는 선수로만 구성해 뛰면서 컨디션 문제를 겪었다. 일본 같은 경우 유럽에서 뛰는 스타 선수인데 선발 명단에서 빼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고, 여론도 그 이유를 공감한다. 짧은 기간 경기를 준비하는 대표팀에선 컨디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기량이 좋은 유럽파를 늘 국내파 보다 뒷 순위에 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 사이클과 심리적 동기부여, 투입 시간과 시점에 대한 조율 등 체계적인 관리 방법과 전술적 약속을 결합해 활용해야 한다. 무작정 개인 능력이 좋으니 이를 활용해 알아서 공격하라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신 교수가 경기 전부터 우려한대로 손흥민은 팔 부상의 여파로 경합 상황에서 평소의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다. 연막전이자 모험수로 투입한 황희찬도 힘있는 이란 수비를 흔드는 과정에서 한참 좋을 때의 추진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란전 벤치에는 힘차게 뛸 수 있는 이근호, 왼쪽 측면에서 조합 플레이가 좋았던 수원삼성의 염기훈과 김민우 등의 옵션이 있었다. 이 선수들은 8월 21일 일찌감치 파주NFC에 들어와 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선발 출전한 선수들도 의욕적으로 뛰었고, 집중력을 갖고 달려 들었으나 몸의 피로와 부족한 조직력의 한계를 이기지 못했다.

#늦었던 교체 타이밍, 소극적인 경기 운영
선발 명단 구성에서 보인 아쉬움 다음으로 드러난 문제는 교체 선수 타이밍이다. 한국의 첫 번째 교체는 후반 28분에 이뤄졌다. 미드필더 이재성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다. 롱볼을 활용해 직선적인 공격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전 대표팀에서 그랬듯 김신욱에 집중된 롱볼과 하이볼은 이란의 협업 수비에 쉽게 무력화됐다.
신 교수는 “김신욱 개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이 롱볼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주변의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듯, 유인하는 움직임, 공간을 만들고 받아 주는 선수의 움직임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신욱 딜레마는 김신욱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숙제다.
김신욱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지, 패턴을 짜고 반복 훈련으로 다듬어야 한다. 문제는 대표 팀의 주전 공격진을 유럽파 선수들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약속된 플레이를 구축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비력이 강한 이란을 상대하는 이번 일정에는 공격 조합 역시 조기 소집한 K리그 선수들의 중용을 고려할 만 했다.
김신욱의 투입 시점도 아쉬웠다. 전반전에 이미 한국 공격은 이란 수비에 묶였다. 이란이 내려서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후반전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체력 손실이 크지도 않았다. 신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교체 타이밍은 후반전이 시작 될 때다. 새로운 경기가 시작된다는 느낌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지난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었던 최종예선 홈경기의 반전도 후반 시작 타이밍에 김신욱을 투입하고, 그를 활용한 2차 움직임으로 득점 루트를 개척했다. 이 득점 루트에 대해 김신욱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만들어 두었던 패턴을 다시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고, 상대도 대응법을 마련하면서 전임 감독 체제가 남긴 유산도 흐릿해졌다. 김신욱 활용 고공 공격은 상대 팀에 낱낱이 파헤쳐 졌고,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했으나 만들어 지지 않았다.
두 번째 교체 카드도 아쉬웠다. 후반 39분 수비수 김민재를 김주영으로 교체했다. 신 감독은 “김민재가 머리를 밟히고 나서 어지럼증을 계속 호소해서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대는 10명이 뛰고 있고, 추가 시간을 포함해도 경기는 채 10분이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격적인 카드를 투입해 풀리지 않던 공격에 힘을 보태는 선택이 가능했다. 필드 위에는 센터백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었다. 한국 벤치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공격적인 미드필더 옵션이 있었다. 신 감독은 역습으로 실점해 0-1로 질 수 있는 우려를 더 크게 판단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이란 팀에게 선제 실점을 하게 되면 상당히 힘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공격을 자제한 것이 이란한테 먹혀 들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홈에서 10명의 이란과 비긴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이미 이란축구가 한국축구 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로 해석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 체제로 단련해온 이란과 빈번하게 감독을 바꾸며 지속성 없이 운영되어온 한국의 전력 격차가 벌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신 감독이 강조하듯 유럽에 가까운 페르시아 인종의 이란 선수들은 신체 능력이 좋고, 기술력까지 갖춰 한국 축구가 늘 어려움을 겪어온 팀이다. 결국 이번 이란전의 미션이 ‘지지 않는 것’이었다는 것을, 신 감독의 운영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신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후반 44분에 썼다. “남은 1분 간 이동국의 결정력을 믿었다”고 했다. 이동국을 두고 정신적 지주가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서 선발했다고 했지만, 너무도 제한된 시간이었다. 앞서 여라 차례 언급한대로 더 활기차게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한국 벤치에는 많았다.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는 수 많은 팬들의 갈채와 환호를 받았고, 이동국이라는 선수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기록과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골이 필요했던 대표팀이 경기력에는 효과적인 카드가 되지 못했다. 목적성과 효율성이 정확히 측량되지 않은 선발과 투입이라는 의문이 남았다.

#마지막 관문 우즈벡 원정, 변화 없다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 여전히 자력으로 본선 진출이 가능한 2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게 패하지 않았더라면 이란을 이기지 못한 결과가 줄 부담은 더 컸을 것이다. 열심히 싸운 것은 맞지만, 이란전의 내용과 결과에 만족한다면, 이 경기에서 찾은 몇 가지 긍정적 신호로 본선 진출 가능성을 낙관한다면 ‘위기불감증’ 상태의 지속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신 감독과 대표 선수 모두가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던 점을 경기력 저하의 문제로 짚었다. 이는 축구계 관계자 대부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미 대표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며 상태를 파악했다. 잔디 상태가 그렇다면 그에 맞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했다. 상대팀 이란은 한국 보다 더 낯설 환경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축구를 정상적으로 구현했다. 양 팀 모두 조건은 같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이란 보다 전력이 약한 상대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우즈베키스탄의 안방 타슈켄트에서 열린다. 이동으로 인한 피로, 건조한 사막성 기후로 인한 컨디션 문제가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이동하는 선수들의 경우 역시차로 인한 컨디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이란전을 치르고, 우즈베키스탄과 경기 사이에 조직력을 높일 훈련 시간이 확보된 것은 긍정적 부분이다. 선수들이 경기에 보인 열의와 열정은 전임 감독 체제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란전 결과가 말하듯, 정신과 의지 만으로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우즈베키스탄도 중국전 패배로 경각심과 긴장감, 동기부여가 높아진 상황이다. 우즈베키스탄도 한국을 잡으면 러시아에 갈 수 있다.
신 감독은 이란전에 드러난 숙제를 면밀하게 되짚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다시 본인이 지닌 강점인 모험성과 과감성, 자신감으로 팀을 끌고 가야 한다. 이름을 지우고 컨디션을 봐야 한다.
지금 한국 축구의 위기는 신 감독의 지도력 문제가 궁극의 원인이 아니다. 대표팀이 정말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하더라도 신 감독의 ‘죄’는 아니다. 장기 계획 없이 외부 압력에 휩쓸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교체해온 과거가 누적된 결과다. 신 감독은 모든 게 자기 책임이 되리라는 부담을 딛고 자신의 수를 둬야 한다.
이란전의 신태용은 얼굴만 신태용 같았다. 우즈베키스탄전은 달라져야 한다.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핑계이기도 하고 해명일 수도 있다. 변명으로 들릴 수 있지만 설명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해석과 입장의 차이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언제나처럼, 위기가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게 가장 위험하다.
지금 한국 축구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있다. 이란전에 6만 여 관중이 몰려든 것은 축구 팬을 떠나, 한국 국민 전체가 지금 한국 축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협회와 신 감독 모두 이란전에 드러난 좋은 점보다, 당장 개혁해야 할 문제를 꺼내고 혁신해야 한다.
정신승리는 의미가 없다. 이란전은 질 수 있는 경기였고, 우즈베키스탄전도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 1무 3패를 기록 중이다. 대표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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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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